[몰비춤]인근마을 입구 통제 허술…덕곡면 도로 방역시설조차 없어

구제역임을 확진한 7일 오전 11시, 합천군으로 가다 경유한 창녕군은 분주했다. 창녕군과 합천군의 경계인 적포교 입구엔 방역시설이 설치되고 있었다. 오전에 구제역 확진 소식을 듣고 설치하는 것이라고 군 관계자는 말했다.

합천군 적중면 일대는 조용했다.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1㎞ 정도 떨어진 대형 소 사육 농가는 인근에서 구제역이 발병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분했다. 마을 입구에 뿌려진 석회분 외 방역시설은 없었다.

구제역이 발병한 마을 입구도 허술했다. 석회분이 뿌려져 있고 '긴급 방역'이라는 푯말과 세척제만 있을 뿐, 출입을 통제한다는 어떤 안내도 없었다. 입구에서 만난 공무원은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간 지난 6일부터 지금까지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밤샘 근무를 한 것이다.

구제역이 발생한 합천군 적중면에서 경북 고령군으로 통하는 길은 쌍책면과 덕곡면 두 곳이다. 합천군은 고령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쌍책면에 방역시설을 설치했다. 공무원 한 명과 인근 박곡마을 주민 2명이 한 조가 되어 삼교대로 돌아간다. 주민들에겐 일당 8만 원이 지급된다. 이날 오전, 공무원도 주민들도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났다는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 간이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공무원은 일지를 작성하고, 주민 두 명은 축산 관련 차량이 지날 때마다 발로 페달을 눌러 방역액을 뿌린다. 비축산 관련 차량은 바닥에 깔린 석회분만을 밟고 지나는데, 이마저도 지저분해질 것을 우려한 이들은 반대편 차로로 피해간다. 방역시설은 합천군 방면으로만 설치돼 있다.

경북 고령군과 합천군 덕곡면 경계지점에는 방역초소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 /김구연 기자

적중면에서 고령으로 가는 또 다른 길인 덕곡면엔 이마저도 없다. 하창환 합천군수는 "덕곡면 쪽엔 차량 통행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뿌려진 석회분이 양 차량 진행 방향으로 길게 번져 있는 것으로 보아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합천군과 고령군을 잇는 야천리, 나대리 등 총 7개소에 방역시설이 설치됐는데 덕곡면만 빠져 있다. 덕곡면은 쌍책면과 함께 합천군 구제역 발병지로부터 고령군까지 가장 가까운 이동 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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