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고현 도요오카서 복원된 암컷 한 마리 김해서 발견 넉 달째 머물러…학계, 지자체 긴급대책 촉구

국내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황새(J 0051) 한 마리가 일본에서 김해 화포천 생태습지 주변 들판으로 날아들어 야생조류 연구가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 황새는 700여㎞ 거리를 혼자 건너왔지만 이곳에서 4개월째 정착할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황새는 일본에서 인공복원된 어미가 자연에서 자기들끼리 번식해 낳은 2년 4개월 된 암컷이다. 황새는 두 살이 되면 번식을 시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m가량 키에 양 날개를 펴면 가로 길이만 2m에 이른다. 김해로 날아온 시기는 지난 3월 18일쯤으로 추정된다.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이 강한 황새는 주로 친환경 유기농 토양을 선호한다. 농약을 살포하지 않은 건강한 땅이라야 물고기와 개구리, 우렁이 등이 살 수 있다.

일본서 날아온 황새가 김해 화포천 주변 들판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도연 승려

김해 화포천 생태습지 주변 논들은 이 황새가 태어난 도요오카와 비슷한 자연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이곳 한림면 퇴래리 퇴은마을과 낙산마을 들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부터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한 봉하마을 들녘과 함께 유기농법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이런 생태환경으로 이곳 논 주변 작은 수로에는 다양한 어류가 물을 따라 오르내리면서 황새 먹잇감이 풍부한 것으로 보인다.

황새는 국내 한 야생조류연구가(도연 승려)에 의해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황새가 탄생한 고향(일본 황새마을)에서 김해까지 직선거리로 약 7000㎞에 이른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민 온 첫 황새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양 다리에는 'J 0051'이라고 적힌 가락지를 달고 있다. 이 가락지가 일본에서 복원된 황새임을 확인해 주는 증거다.

추적 결과 이 인식표는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 황새마을에서 부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집(둥지) 없는 서러움을 4개월째 겪으면서 혼자서 외로운 이주 황새로서의 고독을 이겨내고 있다.

잠자리는 이곳 마을 앞으로 지나가는 KTX 선로나 공장지대를 지나가는 높은 철탑 위 고압전선. 위험천만한 이곳에서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생활하고 있다.

낮이 되면 한림면 퇴래리 퇴은마을과 인근 들녘을 오가면서 미꾸라지와 개구리, 우렁이 등을 잡아먹으며 생명을 지켜가고 있다.

문제는 조류학계나 행정기관 등에서 황새 보호를 위해 안전한 인공 둥지 등을 설치해야 하는데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다는 데 있다. 여기다 황새를 보호하겠다며 나서는 사람도 없다.

이런 탓에 황새가 자칫 독극물에 중독되거나 맹금류나 사냥꾼 등을 만나면 생명을 보장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천연기념물 199호로 지정된 황새는 1994년 이후 국내에서는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과 들녘 등지에 농약을 살포하면서 먹잇감이 사라진 탓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멸종된 황새를 복원하려고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가 나선 상태다.

이 황새는 처음 발견한 조류연구가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이 조류연구가의 지극한 황새 보살핌에 이곳 퇴래리 마을 주민들도 한두 명씩 황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황새가 김해로 찾아온 후 국내 조류연구가들과 일본 현지 황새마을 주민들도 황새를 보려고 잇달아 찾아오고 있다. 지난달 25일 일본 황새마을 학생들과 인솔단 20여 명이 이곳을 찾아 황새의 일상생활을 지켜보고 갔다. 황새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가교역할을 하는 셈이다.

조류연구가들은 황새가 4개월이 넘도록 한 곳에서 오래 머물면 현지를 서식지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여건을 잘 활용하면 김해가 국내 최초의 황새 마을로 거듭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오로지 김해시의 몫이다.

시가 스스로 날아온 이 황새를 지켜내기 위한 특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아무르 계열로 알려진 이 황새는 지구 상에 3000여 마리밖에 없는 멸종위기종이다.

무심코 날아든 황새가 이곳 마을과 김해들녘을 생태도시로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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