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맛집]창원시 용호동 청우참치

혼자만 알고 남몰래 가끔 가고 싶은 술집이 생겼다. 시끌벅적한 곳을 피해 차분히 앉아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을 때 말이다.

사람들로 넘쳐났던 번화가 창원시 용호동. 그 자리를 상남동에 내준 지 오래다.

번쩍이는 붉은 네온사인과 가사도 모르는 음악을 피해 한적한 세월이 묻어 있는 곳이 그립다면 용호동으로 발길을 돌려보길 권한다.

용호동에 위치한 청우참치는 지난 2001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게 안에 들어서니 고즈넉한 분위기에 올드 레코드를 찾아야만 들을 수 있는 옛 노래가 흘러나온다. 나무로 된 의자도 테이블도 모두 옛것 그대로다.

벽 한쪽에는 빛바랜 천 위에 오랜 참치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청우(靑雨). 푸른 비. 참치는 푸른 비를 맞아 등이 푸른 생선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주인장 이준호(44) 씨도 조용히 손님을 맞는다. 오늘이 처음이라도 어제 본 손님처럼 호들갑스러운 반김이 아니라 더 좋다.

참다랑어 볼살·울대살 등 7가지 부위가 나오는 청우참치의 특참치. /박정연 기자

17개 의자가 디귿자 모양으로 이준호 씨를 향하고 있다. 그의 동선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적당한 곳에 의자를 빼서 앉는다.

많은 이가 즐긴다는 특참치 1인분을 청했다. 참다랑어 볼살·울대살(목살)·가마살·뱃살, 눈다랑어 가마살과 뱃살, 황새치 뱃살 총 7가지 부위가 나왔다.

보통 참치집은 회를 받치는 용도로 천사채라는 투명한 당면 같은 물건을 쓰지만 청우참치는 무를 채 썰어서 손님 상에 올린다. 천사채보다 훨씬 위생적이라는 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참치는 고급 어종인 참다랑어부터 눈다랑어, 황다랑어, 황새치 순으로 4가지를 취급한다. 1인분 3만 5000원 하는 코스에서는 참다랑어를 맛볼 수는 없다.

회를 기다리는 동안 참치죽으로 위에 신호를 보낸다. 고소한 죽을 다섯 숟가락 정도 뜨고 나면, 기름기 적은 뱃살부터 나온다.

주인 이준호 씨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청우참치 내부.

참다랑어 뱃살에 생와사비(고추냉이)를 적당히 올리고 입으로 가져가면 담백한 맛이 사르르 번진다. 뱃살 다음으로 기름기가 적은 가마살은 근육 사이 막 흰색 띠가 더 엷어 뱃살보다 부드럽다.

참다랑어 뱃살과 가마살이 선홍색이라면 황새치 뱃살은 흰살 생선처럼 가장 희다. 적당한 기름기에 뼈가 있어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식감을 자극한다.

소고기 육회 모양새를 하고 있는 볼살과 울대살은 기름기가 가장 많다. 지방층이 두꺼워 탄력이 좋고 뱃살보다 오래 씹힌다.

참치 맛은 해동 과정에서 결정 난다. 청우참치에서는 총 3단계에 걸쳐 4시간 정도 해동한다.

"1단계로 흐르는 물에서 이물질을 제거합니다. 2단계 간숫물(소금물)에 넣고 굳은 참치에서 냉기를 뺍니다. 3단계 0도 안팎의 온도에서 숙성시켜야 먹기 좋게 해동됩니다."

참치는 배에서 잡히자마자 영하 80도 정도 되는 온도에서 급랭해 저장한다.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은 참치는 해동을 잘해야 맛도 좋다.

이준호 씨는 "그날 해동해서 쓴 참치는 그날 다 소화해야 한다. 다시 냉동고에 넣었다간 맛도 없을뿐더러 위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했다.

참치는 부산 공동어시장에서 2~3일에 한 번씩 들여온다. 원산지는 어선을 기준으로 프랑스·이탈리아·중국 등 다양하다.

"언제나 친구처럼 말벗이 되어줄 수 있는 마음으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지요.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에게 말하기 어려운 고민도 저한테 툭 털어 놓고 가는 손님들 아지트로 남고 싶습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참치회(1인분) 3만 5000원 △특참치(1인분) 4만 5000원 △청우스페셜(1인분) 6만 원.

◇위치 :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153번길 3 (용호동) 창원오피스텔 104호.

◇전화 : 055-275-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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