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진짜 만수르 심기 건드릴라 우려에 제목 바꿔…무슬림에 보여주니 헛웃음

방영 한 달 만에 <개그콘서트> 코너별 시청률 순위 정상급에 오른 '억수르'. 시청률 조사 업체 TNmS가 지난 3일 방영분을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는 20.3%에 달했다.

이날 방영된 코너 중 2위에 해당하는 시청률이다. 지난달 27일 방영분도 19.2% 시청률을 기록해 이날 코너별 순위 3위에 올랐다.

이 '억수르'를 단순히 개그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억수르'는 세계 최고 재벌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 부총리이자 국제석유투자회사 사장 '만수르'를 패러디 한 코너다. 중동 재벌인 '억수르'가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하는 모습을 그린 이 코너는 내용도 우스꽝스럽지만 코너를 둘러싼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KBS 개그콘서트 억수르의 한 장면.

지난달 13일 '만수르'라는 제목으로 첫 방송을 탄 코너는 다음회 제목을 돌연 '억수르'로 바꿨다. 이유인 즉 한국석유공사가 실존 인물인 만수르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뜻을 제작진에 전했고, 제작진이 이를 받아들이면서다. 주목을 받은 억수르는 화제에 올라 시청률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를 둘러싼 논란은 아직 확대재생산 중이다. 한 매체는 '억수르'가 일부 무슬림으로부터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독했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했다. 코너 주인공 억수르가 사춘기 반항하는 자신 아들 이름으로 '무험하다드'라고 부르는 대목에서다. 이를 두고 이집트에 사는 한 무슬림은 "선지자인 무함마드 이름으로 장난을 치는 것은 이슬람 최고 금기 중 금기"라면서 "다른 무슬림들이 볼까 걱정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석유 사업 파트너 중요한 한 축이 중동이라는 점에서 경제 전문인 이 매체는 이 코너가 한국 석유 산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석유공사 우려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경남에 사는 이슬람권 국가 이주민들은 어떤 반응일까. 5일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를 찾아 이슬람계 이주민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한국어 스피치 대회에서 수위에 들 정도로 한국어 실력을 갖춘 파키스탄 이주민은 아직 '무엄하다'(삼가거나 어려워함이 없이 아주 무례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슬람어로 '무례하다'라는 뜻임을 알려주자 헛웃음을 보였다.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로 들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무슬림계 이주민도 '무엄하다드' 발음에서 '무함마드'가 연상된다고 밝혔다. 이주민들이 '무엄하다드'가 내포한 정확한 의미를 안다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지점이다.

이런 논란과 현실 속에 문화콘텐츠와 종교의 차이는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철승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대표는 "무함마드는 이슬람 선지자이긴 하지만 동시에 회교권 나라 사람들의 보편적인 성(姓)씨 중 하나인 점, 우리나라 문화에서 중동 사람들을 친근하게 여기게끔 하는 단어라는 점에서 이를 개그 소재로 사용한 것을 너무 나무라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무엄하다드'를 문제 삼은 매체처럼 이슬람 근본주의적 시각으로 보면 무슬림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크지 않은 우리나라에 이런 안 좋은 감정이 심화할까 우려된다"면서 "이런 감정이 심화하면 자칫 이슬람 근본주의와 한국 내 근본주의 간 다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단순해보이는 문화콘텐츠 속에 종교와 산업, 노동, 그리고 외교 등 종합적 사고와 인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녹아있는 셈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