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범죄예방 차원서 은행 현금인출기 옆에 붙인 스티커 논란

은행 현금인출기를 이용하면서 ‘모자·마스크를 벗고 이용하세요’라는 문구를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 예비 범죄자 취급이다, 인권을 침해한다, 또는 범죄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지난달 31일 페이스북 ‘창원시 공무원 승진 프로젝트’ 그룹에 글이 올라왔다. 마산동부경찰서에서 NH농협은행 합성지점 현금인출기에 범죄 예방 스티커를 붙였는데, 인권을 침해하는 문구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첨부된 사진 속 스티커에는 ‘모자·마스크를 벗고 이용하세요-마산동부경찰서’라고 적혀 있었다. 이를 본 한 누리꾼은 “정말 어이없다. 모든 시민을 범죄자로 본다는 이야기 아냐”라는 댓글을 남겼다.

▲ 마산동부경찰서에서 NH농협은행 합성지점 현금인출기에 붙인 경고 스티커./페이스북 사용자 'Joseph Lee'

4일 오후 2시 30분께 농협 합성지점을 찾았다. 실제 현금인출기에 스티커가 붙어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은행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이 문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볼 일을 마치고 은행을 나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은 총 12명. 그 중 7명은 “(문구를 봐도) 기분 나쁘지 않다”, “(모자와 마스크를) 벗으라면 벗어야지”, “(범죄예방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경고다”라는 등 문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승훈(48) 씨와 문연지(18) 양은 “범죄예방 차원에서 필요한 문구다”라고 강조했다.

설성배(25) 씨와 신민화(37·남) 씨는 “이런 문구가 있는지조차 사람들이 잘 모르지 않나”라며 문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문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3명이었다.

추봉식(56) 씨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기분 나쁠 수 있다”며 “머리가 벗겨져서 모자를 쓸 수도 있는데, (모자를 벗으라고 하면) 인권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자를 쓰고 은행을 찾은 김진경(18·남) 군은 “오늘 머리를 감지 않아 모자를 쓰고 은행을 찾았는데, 문구를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농협 합성지점 앞에서 과일 장사를 해 현금인출기를 자주 이용한다는 박나윤(50) 씨는 “모자를 썼다고 다 범죄자는 아니지 않느냐”며 “사람들의 다양한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문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마산동부경찰서에서 NH농협은행 합성지점 현금인출기에 붙인 경고 스티커./최환석 인턴기자

농협 합성지점 관계자는 “경찰서에서 나와 스티커를 붙였다”며 “은행이 있는 곳이 우범지역이라 (범죄예방 측면에서) 스티커를 붙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인권을 침해하는 표현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말에 “(경찰에서 신경 써서) 부드러운 표현으로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민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와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누리꾼의 생각을 묻는 글을 올리고 반응을 살펴봤다.

5일 오전 10시까지 댓글을 단 누리꾼은 23명. 반응은 다양했다.

한 누리꾼은 “시민들을 범죄자로 보는 듯합니다. 지인들께도 보여 드리니 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같답니다”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이용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문구입니다. 모자나 마스크 쓰고 돈 찾으면 어떤 법으로 다스릴지,,,법으로 다스리지 못한다면 저것은 법의 남용 내지는 위법이지요...법부터 만들어야...”라며 법률적 근거를 요구하는 댓글도 있었다.

반면 “이 정도는 이해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그러한 범죄자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마스크와 모자를 쓴다는 것이니 너무 야박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들(경찰)도 시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이고요”라며 문구를 긍정하는 반응도 있었다.

▲ NH농협은행 합성지점./최환석 인턴기자

한 누리꾼은 “지난 번 은행창구에서 직원과 긴 시간 선글라스를 낀 채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은행에서는 선글라스를 끼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아마 은행이란 기관이 여러 악의적인 단체에 노출되기 쉬워서 미리 방어하기 위한 방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은행 돈이 곧 고객들 돈이기 때문에 더 엄하게 지키려 해도 좀 봐줘야한다는 인식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마 현금인출기에서도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구 자체는 좀 더 부드럽게 고치는 편이 좋겠지만 너무 강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라며 수정은 필요하나 문구는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현장과 인터넷에서 문구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니 ‘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었다. 그렇다고 소수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못 본 채 넘길 수만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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