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섬 루트를 짜면서 동쪽 해안으로 갈지 말지 고민을 했다. 동물원에서나 보아오던 펭귄과 물개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니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결국 펭귄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오아마루로 이동하기로 했다.

여기저기 가게들을 구경하다가 티타임을 즐기고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있는 가게에 들어갔다. 한 할아버지가 여기 펭귄은 두 종류가 있는데 블루펭귄보다 옐로펭귄이 훨씬 소리도 아름답고 마치 노란색 마스카라를 한 것처럼 훨씬 예쁘다고 강력하게 추천해주셨다.

옐로펭귄 서식지로 이동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하지만 펭귄을 가까이서 보지 못하고 언덕에서 바닷가 쪽으로 내려다봐야만 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는 않는 펭귄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며 불만 섞인 소리를 냈다. 그러자 한 아주머니가 저기 조그맣게 보이는 게 펭귄이라고 친절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해주셨다. 너무 멀리 있어 노란색 마스카라고 아름다운 소리고 보지도 들을 수도 없었다.

블루펭귄이 나오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펭귄들이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나 있는 다리에 빽빽하게 무리지어 있었다. 우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탄성을 질러댔다. 괜히 옐로펭귄 보겠다고 시간 허비를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옆에 있던 다른 관광객이 그 무리는 펭귄이 아니라 새의 한 종류라며 펭귄은 조금 더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때론 모르는게 약이라더니.

어찌 됐든 새든 펭귄이든 멋진 장관을 보았으니 이를 뒤로하고 다음날 모에라키볼더라는 신비한 돌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오아마루에서 1시간 떨어진 곳이다.

모에라키볼더를 보기 위해선 썰물 시간에 맞춰야 한다. 오전 11시 정도라 빨리 서둘러 이동하고 싶었지만 자연의 이치를 거를 수 없는 노릇이니 천천히 아침 먹고 갔다.

가는 길에 물개와 옐로펭귄을 간혹 볼 수 있다는 근처 등대에 잠시 들르기로 했다. 혹시나 펭귄 서식지에서 제대로 보지 못한 펭귄을 볼 수 있을까 봐 일단 가보기로 했다.

등대 가는 길은 은근히 험해서 괜히 왔나 싶은 생각도 들고 가봤자 또 별거 없을까 봐 내심 걱정됐다. 하지만 등대에 도착했을 때 천지에 널린 물개들이 바닷가에서 수영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더욱더 우리를 감동케 한 것은 옐로펭귄이었다. 친구와 나는 둘 다 할 말을 잃어버렸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았다. 비록 아름다운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눈가에 있는 노란색 화려한 마스카라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던 시간과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 옐로펭귄은 여행 내내 잊히지 않는 추억거리가 되었다.

김신형.jpg
그렇게 보고자 했을 땐 나타나지 않더니 우연히 나타나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 기대가 크다면 실망도 크다더니. 그 반대로 기대가 작으니 감동은 오히려 배가 된 것 같다.

이것이 예측할 수 없는 여행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까.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