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동구밖 생태·역사교실] (10) 김해

김해 하면 박물관이다. 국립김해박물관뿐만 아니라 대성동고분박물관(노출전시관 포함), 김해민속박물관이 모여 있다. 김해민속박물관과 수로왕릉 수릉원 사이 한옥체험관이 만들어지면서 방학 때나 휴일이면 삼삼오오 가족들 나들이나 학생들 체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김해다. 무더위를 피해 한여름 역사탐방 장소로는 박물관이 으뜸이다. 7월 12일 마산 새샘·산호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토요 동구밖 역사탐방 일정을 김해로 잡은 까닭도 그 때문이다.

국립김해박물관에 도착하자 창밖을 내다보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눈을 크게 뜬다. "어, 나 이곳에 와 봤는데 저번에 학교에서 왔는데~ 맞다 맞네." 이런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학교에서 체험학습 장소로 김해를 빠뜨릴 리가 없다. 당연히 한두 차례는 와 봤을 곳이다. 내친 김에 물어본다 "저번에 왔을 때 봤던 것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 있나요?" "아니요 없어요."

국립김해박물관에서./김훤주 기자
국립김해박물관에서./김훤주 기자

토요일이라 그런지 단체 손님들이 많아 박물관은 붐볐다. 여느 주말보다 오히려 여름철 지금이 훨씬 더 붐비는 것을 보면 사람들 생각이 다 비슷한 모양이다. 박물관을 '관람'하는 방식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개인적으로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돌아보거나 해설사로부터 설명을 들으면서 돌아보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토록 전시된 유물이 많은 박물관을 둘러보고도 별 기억이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지역아동센터 선생님과 아이들, 그리고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 선생님들이 함께 모둠을 이뤄 답을 찾아보는 미션 수행 방식으로 진행했다. 탐방에 앞서 미리 둘러보고 문제를 마흔 개 뽑았었다. 이것저것 욕심을 내다보니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욕심은 언제나 금물(禁物)!! 가야시대 토기 가운데 대표적이라 할만한 굽다리접시와 바람개비 모양 방패 장식을 손수 그려보는 문제를 포함해 모두 스물넷으로 줄였다. 최대한 줄이긴 했지만 욕심을 버리기가 생각만큼은 쉽지 없다.

박물관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라

모둠을 나눠 미션 수행을 시작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과 달리 천장이 낮다보니 작은 소리도 크게 울린다. 조용하게 돌아보는 데 익숙해져 있는 박물관 분위기와 이리저리 다니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방식은 조금 어긋났다. 신나게 문제를 찾느라 정신없이 다니는 친구들을 조용히 시키느라 애를 먹어야 했지만 한편으로는 박물관에 흠뻑 빠져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대견했다.

미션 수행을 마치고 박물관 들머리 나무그늘에 앉아 문제풀이를 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물었다. "만약 여러분들끼리 박물관을 돌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그랬더니 "10분이요" 한다. 오늘 미션 수행을 하면서 박물관에 머문 시간이 60분이라고 하니 아이들이 다들 놀란다. "금방 지나간 것 같은데 벌써 그렇게 됐어요?" 하는 친구들도 있다. 재미없고 따분하기 십상인 박물관 나들이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재미있게 공부하는 장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근처에 있는 석정숯불갈비 식당에서 푸짐하게 점심을 먹고 김해민속박물관으로 걸어서 옮겨갔다. 민속박물관은 어른들과 함께 하면 더욱 좋은 곳이다. '장군'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어른들이야 그리 어렵지 않지만 아이들은 평소에 듣던 '장군'이라는 말에서 오는 느낌과 박물관에 나와 있는 물건의 모양새가 전혀 맞아떨어지지 않아 아리송하기만 하다. 장군은 옛날 재래식 화장실(뒷간)에 모인 똥·오줌을 거름으로 만들어 쓰기 위해 옮길 때 쓰는 그릇이다. 흙을 구워서도 만들지만 대부분은 나무로 만든다. 이제는 아득해진 그 시절을 새삼 돌아보며 어른들은 감회에 젖기도 한다.

김해민속박물관에서./김훤주 기자

바느질할 때 쓰는 물건이 무엇이고 몇 개가 있는지 찾아보는 문제도 있다. 박물관 안에는 답이 없다. 그런데도 버스에서 문제를 풀 때 뭐냐고 물었더니 "골무요!" 합창한다. 어른들이 함께하는 덕분이다. '무자위'가 무엇이고 어느 계절이 쓰이는지, 썰매의 옛 이름이 무엇인지, 단원 김홍도의 그림 '씨름'에서 구경꾼이 모두 몇 명인지, 꼼꼼하게 찾아다니며 정답을 찾아냈다. 몇 개 또는 몇 명인지를 묻는 문제를 내는 까닭은 좀 더 사려깊게 자세히 찾아보라는 데 있다. 썰매의 옛 이름은 '설마'고, 무자위는 요즘으로 치면 양수기에 해당된다.

세 번째 탐방 대상은 대성동고분박물관이다. 대성동고분박물관은 대성동고분군에서 발굴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노출전시관과 옛 무덤에 관한 여러 가지를 자세하게 풀어놓은 박물관으로 구분돼 있다. 이번에는 일부러 어른들은 빼고 아이들로만 미션 수행을 하게 했다. 도화지를 나눠주고 무덤 안 모양이 어떤지를 그려보게 한 것이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글쓰기는 시다. 짧게 써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 쓰기 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바로 그리기이다. 그냥 손 가는 대로 쓱쓱 그려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도화지를 받아든 친구들이 박물관 전시관 유리벽에 붙어 서서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잘 못 그려도 그만이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머릿속으로 새긴 것을 마음에 담아두면 훗날 대성동고분박물관 하면 무엇이 생각나느냐고 물었을 때 한 가지라도 떠올리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김훤주 기자

열심히 공부하고 물놀이도 열심히

한나절에 박물관 세 곳을 탐방했다. 고분박물관을 빠져나오자 아이도 어른도 다들 지친 품새다. 공부를 너무 심하게 했나? 은근히 눈치가 보인다. 계획대로라면 나무그늘로 옮겨 이번에 박물관을 둘러본 데 대한 '도전 골든벨'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과감하게 생략했다. 계획이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법, 아이들과 더불어 박물관 맞은편에 흐르고 있는 율하천으로 직행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제법 물이 많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물 앞에서 선 아이들이 다들 머뭇거리는 눈치다. 바로 뛰어들어야 하는데 무슨 일이지? 가까이서 보니 오랜 가뭄에 말라 붙었던 이끼가 불어난 물에 불어 둥둥 떠다닌다. 그 모양을 보고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몇몇 아이들이 들어가고 선생님도 들어갔다. 그러자 망설이고 있던 나머지 아이들이 다같이 물로 뛰어들었다. 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으며 사그락사그락 발바닥에 와 닿는 모래 밟히는 느낌이 좋았다. 발가락을 콕콕 찌르며 사이사이를 간질여 주는 것이다. 열심히 박물관 공부를 한 만큼 물놀이도 열심히 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오늘 하루 느낀 점을 글로 썼다. 그런데 대부분 물놀이가 재미있었다고 적었다. 아뿔싸, 물놀이는 빼고 기억에 남는 것을 쓰라고 했어야 하는데 후회를 해도 이미 늦었다. 글을 다 쓴 친구들이 '도전 골든벨'도 하자고 성화다. 아이들이 노는 것만큼 즐겁게 공부하기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루에 너무 많이 담으면 머리가 '폭발'할지도 모른다며 '도전골든벨'은 다음을 기약했다. 미련 없이 다 해버리기보다는 약간 아쉬움을 남기는 것도 좋은 법이다. 앞으로 갈수록 더욱 신나게 놀고 더욱 즐겁게 공부하기를 바란다.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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