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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 학교, 참교육 실험장으로 극적 변신

[경남형 혁신학교 이야기-즐거운 학교, 신나는 교육] (1) 경기도 남한산초등학교 이야기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4년 08월 05일 화요일

이달 들어 경남형 혁신학교를 향한 발걸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지난 1일 자로 혁신학교 전문가도 도교육청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경남도교육청은 혁신학교 담당 부서인 학교정책과를 학교혁신과로 바꾸기로 하고 관련 조례를 입법예고했습니다. 경남형 혁신학교가 무엇인가 묻기 이전에 혁신학교란 무엇인가부터 따져보는 게 먼저이지 싶습니다. 혁신학교는 이론보다는 실천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다른 지역에서는 실제 혁신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우리 지역에도 나름으로 혁신학교를 실험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 학교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려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모이면 경남형 혁신학교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어떤 한계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혁신학교의 효시는 경기도에 있는 남한산초등학교다.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혁신학교 모델로 삼은 게 이 학교다. 지난달 16일 경남형 혁신학교 설명회에 강사로 왔던 경기도 보평초등학교 서길원 교장도 남한산초등학교 교사였다.

남한산초등학교는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도립공원 안 해발 400m에 있는 작은 학교다. 500년 된 느티나무 두 그루를 지나 울창한 솔숲 아래 보이는 단층 한옥이 바로 학교 건물이다. 지난 1912년 개교했으니 올해로 100년도 넘은 오래된 학교다. 남한산성도립공원 안에 있으니 역사적으로 자연환경적으로 교육 여건이 아주 좋다.

지난 2000년 남한산성도립공원 정비 계획이 시행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문화재를 보호하고자 주거 환경이 제한되면서 인구 유입이 불가능해졌다. 자연스럽게 학생 수가 줄기 시작했다. 학교는 전교생이 26명으로 줄고 3학급만 남아 겨우 유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2001년 3월 1일 자로 학교 문을 닫기로 하고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한산초등학교 아이들이 여름 계절학기 체험수업을 하고 있다. /남한산초등학교 홈페이지

이런 학교를 살려낸 건 성남 지역 학부모들의 학교 살리기 운동이었다. 남한산성 주변에 살며 시민모임을 하는 학부모들이 2000년 여름학교 연수로 학교에 왔다 폐교 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이 좋은 환경에 있는 학교를 살리자고 나선다. 학부모들은 이왕이면 단순히 폐교를 막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여기서 더 나아가 공교육 안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길 바랐다. 이런 분위기에 당시 정연탁 교장도 합세하면서 새로운 남한산초등학교 만들기는 급물살을 탔다. 곧 전입학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교장과 학부모들은 주변 지역 학교를 돌며 전입할 학생을 모집했다.

학부모들은 또 전교조 경기지부에 학교를 살릴 만한 교사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전교조 안에는 새로운 수업 방식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리하여 안순억(현 경기도교육청 장학사) 교사, 김영주(현 남한산초등학교 교장) 교사, 최지혜 교사, 서길원(현 성남 보평초등학교 교장) 교사가 학교로 부임했다. 그리고 기존 교사 3명 중 한 명은 전근을 갔지만 나머지 두 명은 교육적인 열정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모인 교사가 6명. 새로운 학교를 열망하는 학부모와 교장과 교사들이 운명처럼 만난 것이다.

그리고 지난 2001년 3월 2일 입학식을 치렀다. 교사들은 이날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장미꽃을 나눠줬다. 폐교 직전까지 갔던 학교는 이렇게 해서 학생 수 103명에 6학급으로 다시 태어났다. 학교 구성원들은 남한산초등학교를 '참삶을 가꾸는 작고 아름다운 학교'라 불렀다.

수업 방식을 바꾸는 데 있어 학교 구성원들은 새로운 것을 하기보다 우선 안 좋은 것을 버리는 일에 집중했다. 예를 들면 주번 제도, 상장 제도, 벌점 제도, 월요 애국조회, 토요 반성조회, 일제식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타율적 어린이회의, 전달식 교직원회의, 군대식 줄 서기, 숫자로 학생 부르기 등이다.

그리고는 체험과 통합을 중시하는 교육방법을 시도했다. 대표적인 게 블록수업이다.

40분 수업에 10분 휴식이 일반 학교에서 하는 방식이다. 남한산초등학교는 40분 단위 수업을 두 개로 합쳐 80분짜리 수업을 만들었다. 체험 시간을 넉넉히 주려는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 쉬는 시간을 30분 두어 아이들이 충분히 놀게 했다. 남한산초등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블록수업을 경험한 윤승용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블록수업은 단순한 수업시간 연결 이상의 성과가 있다. 40분이란 기존 수업 시간 단위는 짧은 시간 안에 수업의 방향을 잡아내야 하기 때문에 열려 있어야 할 시작 시간이 오히려 답을 강요하는 닫힌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 블록수업은 수업 시작 시간이 충분하기에 교사와 학생이 넉넉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래서 교사와 학생이 서로 반응하고 교감하기에 수업 참여도도 높다. 또 수업 주요 내용을 진행하기 전에 충분히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는 또 블록수업으로 학생들이 하루 생활에서 배움이 간결해졌다고 설명한다.

"고학년도 하루 많아야 세 과목 수업을 받는다. 교사들에게도 부담이 줄었다. 40분씩 여러 과목을 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쪼가리 지식만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여러 과목을 통합할 수 있어 좋다. 교사로서도 좀 더 넓은 시각으로 학습 내용을 준비하게 된다."

그야말로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탐색하게 하는 방식이다.

참고문헌 〈남한산초등학교 이야기〉 문학동네 2013. 〈작은 학교 행복한 아이들〉 우리교육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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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