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지역문화진흥법·시행령 시행

지역문화진흥법과 법 시행령이 지난달 29일 시행됐다.

경남지역 문화계는 정부가 공포하는 수많은 법령 중 하나로 보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지역에서조차 설 자리가 없는 고유 문화를 살리고 지역민이 문화 주체가 될 절호의 기회로 삼으라고 관계 기관에 촉구하고 있다.

◇경남 문화예술계 반전 계기 될까 = 지역문화진흥법은 △생활문화시설 지원 △문화환경 취약지역 지원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 △지역문화 실태조사 △문화도시·문화지구의 지정 △지역문화재단 설립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자체와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 지역문화 비전을 담을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자체는 이를 기반으로 5개년 시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문화예술과 동호회 활동에 필요한 공간 제공, 생활문화시설 건립 운영과 사업 수행에 필요한 예산 지원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현장에 기반을 둔 지역문화진흥 사업이 종합적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지역 문화 활성화를 크게 기대해볼 만한 제도이다.

경남 문화예술계 현실은 매우 열악한 편이다. 강동욱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경남지회(경남민예총) 회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문화 사업을 묻자 도리어 물음표를 던졌다.

지난달 18일 경남발전연구원에서 열린 지역문화진흥법 활용 방안 모색 정책세미나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강 회장은 "지역민 밀착 문화사업은 사실상 없다. 지자체는 대형 축제를 중심에 둔다. 도내 18개 시·군 모두 대동소이하다"면서 "문제는 이런 대형 축제가 행정 중심이라는 것이다. 지역민과 예술인은 오히려 소외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말 당시 경남문화재단(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도내 문화예술인 1500명을 대상으로 창작 환경과 의식 등을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지역 예술인들 절반 가까이(48.9%)가 도 문화예술정책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만족한다'는 답은 고작 6.8%에 그쳤고 '그저 그렇다'가 44.3%였다.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활동 지원 정도에 대한 불만도 컸다. '부족하다'가 75%였고, '풍족하다'는 답은 3%에 미치지 못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대부분이 창작공간의 부족함도 호소했다. '풍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7%에 불과했다. '부족하다' 62.1%, '그저 그렇다' 32.2%였다. '매우 부족하다'는 답도 20.7%에 달했다.

강동욱 회장은 "지역문화진흥법은 현 상황을 역전할 기회"라며 "경남도와 시·군이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그저 그런 법에 불과하다. 치열하게 고민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인천·전주 사례 배워라 =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문화진흥법 추진을 위해 이달 중 법 시행 5개년 계획 초안을 만들어 전국 17개 시·도에 안내할 계획이다.

최종철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전통문화과 사무관은 <경남도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지역문화 특색 사업은 사실 광역시나 수도권 쪽이 활발하다. 하지만 이번 법 시행으로 지역마다 특색을 찾을 수 있다. 조례를 세워 효용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앞선 지역은 대전과 인천이다. 이들은 법 시행 이전에 이미 지역문화 공간과 인력, 활동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대전시는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생활예술진흥 조례'를 공포해 시행해 오고 있다. 지역문화진흥법이 담은 생활예술 관련 동호회 보조금 지원 등을 포함했다.

인천시는 지역문화진흥법과 발맞춰 조례를 제정해 시행했다. 주민들과 문화 관련 동호회의 활동에 행정·재정 지원을 한다.

전시회와 공연을 할 때 시가 장소를 마련하거나 사용료 등을 일부 지원해준다. 생활문화 진흥을 위한 조사와 연구도 기초 작업에 포함했다.

전주시도 적극적인 지역이다. 조례를 제정하진 않았지만, 지난해 3월 개방형 생활예술공간 '전주시민놀이터'를 개관해 동호회 활동을 비롯해 전문 공연과 시 낭송, 포럼·발표장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전국 최초로 24시간 개방하는 지역민 문화 공간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시는 공간 이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경남도는 이들 지역과 비교하면 출발선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경남도와 18개 시·군은 지역문화진흥 5개년 계획과 조례 제정 논의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김윤영 도 문화예술과 주무관은 "법은 시행이 됐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수립하는 법 기본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실제 로드맵이 없는 셈이다. 방향이 나오는 대로 기본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공병철 경남예총 회장은 "그동안 문화 예산은 고무줄이었다. 도 입장에서 급하면 빼내가는 예산이었다"면서 "지역문화진흥법 후속으로 문화예술진흥 육성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져야 한다. 예산 지원을 명문화해 지속해야 한다. 앞으로 조례와 지원법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지역 문화가 달라진다. 아니면 '지역문화진흥'은 취지만 좋은 허울뿐인 글자가 된다"고 말했다.

<이성용 도의회 문화복지위원장 인터뷰>

-"도의회 나서 집행부 압박할 것"

이성용(새누리당·함안2·사진) 제10대 경남도의회 전반기 문화복지위원장은 오랜 시간 바라던 지역문화진흥법이 시행돼 고무적이라고 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도의회도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29일 도의회에서 만난 이 위원장과 일문일답.

-지역문화진흥법에 대해 잘 알고 있나.

"최근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개최한 지역문화진흥법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어야 하는데 추경 예산심의 업무보고로 가지 못했다. 법이 지난 1월 제정돼 이달 시행한다. 그동안 문화계와 예술인들의 염원이 이뤄진 셈이다."

-앞으로 지역 문화, 생활 문화가 강조될 것 같다.

"아주 가깝게 본다면 지역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활 문화다. 서예와 노래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배고파하는 사람이 많다. 전문 예술인뿐만 아니라 동호회 등 조그마한 모임을 결성해도 공간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

-지역문화진흥법 조례가 필요하다고 보나.

"지자체는 예산이 드는 걸 꺼린다. 보조금 지원 없는 쪽으로 법 시행을 계획할 수 있다. 하지만 도의회가 나설 계획이다. 예산이 수반돼야 지역 문화가 달라질 수 있다. 집행부(지자체)에서 먼저 움직이기 전에 의회가 법령 내용과 근본 취지를 잘 파악해 의원들과 논의하겠다. 이를 조례에 담아 집행부를 재촉해야 한다. 상위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어떻게 지역 문화에 접근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자체 계획은 조례 세부 세칙으로 담으면 된다."

-조례 제정 계획은.

"이르면 오는 9월 회기 중에 할 수 있다. 아니면 10월로 넘어갈 수 있다. 늦은 것은 아니다. 경남도가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기간 내에 발의하겠다. 2015년 예산 편성과 맞물리면 가장 좋다. 큰 단위 금액은 아니더라도 내년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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