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안병석·이소현 부부

창원 성산구에 사는 안병석(28)·이소현(29) 부부는 연애기간만 8년 6개월이다. 물리적으로는 길다면 매우 긴 시간이다. 하지만 둘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늘 보고 싶고, 그립고, 그랬다. 모르는 이들이라면 좀 닭살스럽기는 하다. 그럴만한 까닭이 있는지 이야길 들어봐야겠다.

둘은 같은 대학 같은 학부생으로 만났다. 병석 씨는 여자 동기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그중에 소현 씨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병석 씨를 바라보는 소현 씨 눈빛은 다른 여자 동기들과는 좀 달랐다. 병석 씨가 술을 과하게 마시는 날에는 소현 씨가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병석 씨는 만나는 다른 여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아 헤어졌다. 그러자 소현 씨가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둘은 그렇게 자연스레 연인으로 발전했다. 그게 2005년 11월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둘은 그리 자주 만날 수는 없었다

"사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겨울방학이었죠. 저는 창원, 소현이는 울산이 집이라 방학 내내 떨어져 지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또 제가 입대를 하게 됐죠."

강원도 산골 부대에 있다 보니 소현 씨가 면회를 자주 가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둘은 큰 흔들림 없이 2년을 견뎌냈다. 하지만 병석 씨 제대 후에도 둘은 여전히 함께일 수 없었다. 병석 씨가 창원에 있는 학교에 복학했고, 소현 씨는 졸업 후 울산에서 직장을 다녔다. 창원~울산이 그리 떨어진 거리는 아니지만, 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충족할 수 없는 것은 분명했다. 그 허전함을 어느 정도 채워준 것이 특이하게도 '온라인 게임'이었다.

"둘 다 활동적인 것보다는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해요. 그중 하나가 온라인 게임이었죠. 특히 '아이온'이라는 게임을 늘 함께했죠. 저는 창원에서, 소현이는 울산에서 서로 접속해 게임도 하며 대화도 하는, 일종의 온라인 게임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일 볼 수 없는 빈 마음을 온라인 게임으로 채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직접 데이트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했는데, 그때도 만나면 게임을 했죠. 옆에서는 참 재미없게 데이트한다고 했지만, 우리만의 즐거움이 있었죠."

그러한 시간 속에서 큰 고비가 한번 찾아왔다. 병석 씨는 진로에 대한 고민 끝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한동안 직장 일을 하다 다른 학교에 다시 들어갔다. 그런데 한동안 그 사실을 주변 모두에게 철저히 비밀로 했다. 소현 씨에게까지 털어놓지 않은 것이다. 소현 씨 처지에서는 서운함 이상의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둘은 지난 시간 쌓아온 믿음이 있었기에 그 시간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이제 둘은 결혼을 마음 속에 품은 단계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아이가 들어서서 좀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 그게 지난 6월이었다.

둘은 현재 시댁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시댁 어른들은 아이 낳을 때까지 친정인 울산에서 지내라고 했다. 하지만 소현 씨가 '더 이상 남편과 떨어져 있고 싶지 않다'면서 시집살이(?)를 자청했다.

그런데 시댁에서는 시아주버니, 그러니까 병석 씨 형도 함께 지낸다. 병석 씨 형은 결혼하지 않았다. 동생네 깨소금에 말 못 할 피해를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병석 씨 형 재헌(31) 씨 이야기도 좀 들어봐야겠다.

"저도 동생네와 같은 대학에 다녔거든요. 학교 다닐 때부터 자주 보기도 했죠. 그래서 제수씨와 함께 산다고 해서 불편한 건 없어요. 다만, 결혼 전에는 후배처럼 말을 편하게 했는데, 갑자기 말을 높이며 '제수씨'라고 하는 게 좀 어색하기는 하데요. 더운 날 집에서 옷을 편하게 입지 못하는 것 정도 빼고는 뭐…. 보통 형제간 결혼 순서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동생이 먼저 결혼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부부는 창원에 둘만의 살림집을 구해 놓은 상태다. 5개월 후에는 아이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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