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진주의료원 주민투표와 지방자치

"선거로 끝난 것을 쟁점화하고 문제 삼는 것은 국민, 도민의 의견에 반하는 것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31일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진주의료원 서부청사 건립 등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된 이후 의원들에게 한 말이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재개원과 그 자리에 서부청사를 이전하는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 돼 지방선거를 치렀다. 선거에서 도민은 압도적으로 홍준표 편을 들어줬다. 그러면 그 정책에 대해 더는 시비를 걸어서는 안 된다.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하시는 분 여영국 의원을 빼고 다 떨어졌지 않느냐"고도 했다.

경남도의 강제 폐업으로 지난 2013년 5월 29일 문을 닫은 진주의료원(진주시 월아산로)에는 펜스가 설치돼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다. /경남도민일보DB

◇당선됐으니 끝났다? = 이날 홍 지사 발언은 지난해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주민투표 요구에 대해 지방선거에서 포괄적인 심판을 받겠다고 한 것의 연장선이다.

윤한홍 행정부지사도 이런 주장을 했다.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윤 부지사는 "이미 지방선거 때 도민이 다 심판해주셨지 않았나"라며 정책을 따지는 것을 문제 삼았다.

특히 여영국 의원이 진주의료원 주민투표 문제를 말하자 윤 부지사는 "대표자 승인을 해줘도 나중에 주민투표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경남도 재량이다. 어차피 하지 않을 것인데,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는 뜻을 밝혔다.

◇주민투표 대상이다 = 그렇다면,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닐까? 홍 지사가 지방선거에서 재선했으니 주민투표는 필요없다는 주장이 과연 맞을까?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게 대표자 증명서를 내주지 않은 정당한 이유가 될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지난해 시민단체 대표들이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신청을 했는데 경남도가 내주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법원은 경남도가 대표자 증명서를 내주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진주의료원 문제는 주민투표 대상이라고 밝혔다. 주민투표법뿐만 아니라 경남도 주민투표 조례의 '다수 주민의 이용에 제공하기 위한 주요 공공시설 설치·관리'와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주민 복리·안전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정' 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와는 별개 = 홍 지사 재선 이후 도는 항소심에서 "주민들 의사는 6·4 지방선거에서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공약으로 한 후보들이 모두 낙선됨으로써 이미 확인됐음에도 같은 사안을 두고 주민투표를 하는 것은 무익한 절차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방선거 목적은 지방자치단체의 수장 또는 대의기관을 선출하는 것으로 '진주의료원 재개원'에 관한 주민들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묻는 주민투표의 목적과는 다르다.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주민투표 필요성이 소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용도 별개 문제 = 도는 주민투표에 140억 원, 의료장비와 기반시설이 이미 해체돼 재개원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주민투표 대표자 증명서를 내주는 것은 공공복리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했다.

재판부는 "비용이 과다하다고 하더라도 주민투표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검토할 사항이지 청구인대표자 증명서 발급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아가 "주민투표 결과 진주의료원이 다시 개원하는 것으로 확정되는 경우에는 도와 도의회는 주민투표법에 따라 행정·재정상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으므로 재개원에 큰 비용이 든다고 하더라도 대표자 증명서를 내주라고 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민참여 보장과 배제 = 경남도는 1·2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결국 윤 부지사 발언에 비춰보면 대법원에서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하라는 확정판결이 나서, 시민단체들이 도내 선거인수(6·4지방선거 기준)의 5%인 13만 2917명 서명을 받더라도 도는 주민투표 발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주민투표 발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은 도지사에게 있다.

진주의료원 주민투표 논란에서 핵심은 지방자치의 한 주체인 주민이 배제됐다는 것이다. 주민투표는 지방자치에 주민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는 대표적인 제도인데 경남도의 태도는 이를 무력화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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