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기틀 세우려고 때렸다? 학부모 교사 교체 등 4가지 요구 "대안교육 이해 부족하다"

도내 첫 공립 대안중학교인 경남꿈키움학교가 개교 첫 학기부터 '교사 폭언과 폭력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개교한 이 학교는 고영진 전 경남도교육감이 의욕적으로 만든 중학교 과정의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다. 현재 재학생은 1학년만 34명, 전체 교직원은 18명인데 이 중 9명이 교사다.

지난 1일 이 학교 학생 13명의 학부모가 만든 '경남꿈키움학교의 정상적 대안교육을 바라는 학부모 모임'이 성명서를 냈다. 교사들이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폭언과 폭력이 심하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성명서에는 '너희 부모는 너희가 귀찮고 싫어서 이 학교를 보낸 거다'라거나 '○○ 새끼들이…, 때리 지기삐까' 등 폭언을 교사가 학생에게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 교사가 학생의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거나 창틀에 다리를 올리게 하고 거꾸로 엎드려 뻗치게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학부모는 무엇보다 지금 있는 교사가 대안교육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의 다양한 개성을 인정하지 않고 통제와 훈육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부모는 한 학기 동안 이런 환경에서 지낸 아이들이 폭력 자체를 당연시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성명서에도 '우리가 맞은 것은 우리에게 잘못이 있어서겠지'라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아이들을 볼 때 교사의 폭력이 오랜 기간 지속한 것 같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들 학부모가 모임 이름에 '정상적 대안교육을 바라는'이라고 붙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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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꿈키움학교 입학식 장면./경남도민일보DB

학부모들은 성명에서 크게 네 가지를 요구했다. 가장 먼저 교장을 포함해 전체 교사를 바꾸라는 것이다. 대안교육을 제대로 이해하는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로 학부모들은 교장공모제 도입을 주장했다. 대안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지나친 행정업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등 교장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기에 신념이 투철한 지도자를 모셔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세 번째로 교사 선발기준으로 대안교육과정 교육이수 필수 항목을 마련하자는 요구가 있다. 일반 학교 경력이 많고 실무 능력이 뛰어난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대안 교육을 하겠다는 의지로 아이들을 보듬어 갈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은 교육감 직속으로 교사, 학부모, 학생이 참여하는 '대안교육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모임(가칭)'을 설치하자고 요구했다. 이번 문제는 공교육이 대안교육을 바라보는 방식이 잘못된 데서 비롯한 것이므로 올바른 대안교육이 어때야 하는지를 모색할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바람에서다.

이들 학부모는 이런 내용으로 박종훈 교육감과 면담을 신청해 놓았다.

이번 성명과 관련해 경남꿈키움학교 양수만 교장은 지난 1일 "개성이 뚜렷한 아이들이니만큼 교사의 지도를 잘 따르지 않아 이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거친 언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양 교장은 또 "올해 개교했기에 학교 기틀을 세우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이라며 "이 문제로 학부모들이 밤늦게까지 토론을 했는데 내부적으로 해결하자는 분이 더 많았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현재 학교폭력 담당 장학사를 경남꿈키움학교로 보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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