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가공업 희망을 찾다] (2) 사천 (주)청해물산

주부들이 하루 중 부엌에 있는 시간이 얼마일까? 정확히 수치화할 수 없지만 이전보다 준 것만은 확실하다. 일하는 여성이 늘었고 일을 하지 않는 여성도 꾸준히 배우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자 노력하면서 삼시세끼 가족을 챙겨 먹일 반찬 고민만 하는 주부는 드물다. 외식사업이 성장하고 손질 포장음식이 느는 배경이기도 하다.

사천에 있는 (주)청해물산(대표 차병호)은 수산식품 전문기업이다. ‘고박사 간고등어’가 대표 제품이다. 손질하거나 씻을 필요 없이 한 마리씩 바로 조리할 수 있게 포장된 고등어로 주부에게 인기다.
차병호(52) 대표는 부산자갈치수협 중매인이기도 하다. 다양한 생선을 거래하면서 2002년 사천에 청해물산을 설립했다. 이듬해 ‘고박사’로 상표 등록했다. 대표가 ‘차’ 씨 인지라 고박사 상표에 대한 문의가 가끔 있다. 

차 대표는 “고등어가 대표 상품이라는 것을 내포하면서 모든 고기류(생선)를 다 취급하고 있어 상표를 고박사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청해물산의 다양한 제품을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연구한 흔적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엿보인다. 

굴비는 길이가 1㎝만 차이가 나도 가격이 확 달라진다. 청해물산은 굴비 포장지에 눈금자를 표시해 소비자 신뢰를 얻고자 노력했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시도였지만 지금은 타사 제품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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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 청해물산 차병호 대표가 '고박사 간고등어'를 소개하고 있다./청해물산

이번에도 3년 연구 끝에 오는 9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다. 직화구이 고등어다. 기존 직화식품은 소비자 불만이 많았다. 해동해서 먹으면 식감이 딱딱하고 퍼석하기 때문이다. 청해물산은 스팀 사용과 함께 아래위로 동시에 가열하는 방법으로 수분과 지방이 빠져나가는 걸 최소화했다. 구워진 고등어를 전자레인지에 1분만 해동하면 갓 구운 부드러운 고등어를 먹을 수 있다. 지금은 포장 디자인 개발 중이다. 

청해물산 박창동 부장은 “5년 전 한 백화점에서 50대 고객이 제수용 생선을 장만하면서 말린 제품이 없느냐고 묻기에 있다고 했더니 구운 제품은 없느냐고 물어 충격을 받았다. 50대도 간편함을 추구하는데 앞으로 40대, 30대, 20대는 손질 생선도 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직화제품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점점 더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 기호에 맞추고자 종이 접시에 담긴 생선 포장을 통해 설거지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게다가 청해물산은 먹거리를 다루는 만큼 안전과 위생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HACCP(위해요소품질관리우수식품) 인증업체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청해물산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 지원으로 국외 박람회에 참여하는 등 내수만큼 수출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차 대표는 “여성의 바깥활동이 느는 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국외도 사정은 비슷한데 대체식품업체가 드물다. 직화구이 고등어는 올해 인도식품박람회에서 호응이 컸다. 수산 바이어의 관심이 많다. 지난해 5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지만 올해는 150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 상반기 60만 달러를 넘어섰고 8월 호주와 미국 수출이 예정돼 있어 목표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내수판매 한계를 수출로 극복할 수 있도록 aT가 영세기업의 길잡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타 업체에는 수출에 대한 조급함보다 국외 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해 인지도를 높여나갈 것을 조언했다. 이 밖에도 청해물산은 조림, 탕 등 고기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양념장 개발을 끝내고 출시를 앞두고 있다. 끊임없이 고객 불편을 찾고 연구하는 기업의 성장은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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