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에서 살게 된 지 올해로 32년째. 그 중 자산동에서만 22년을 살았다. 자산동에서도 환주산 자락을 떠나지 않았다. 시내의 다른 곳에서는 살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으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마산에서 제일 좋은 거처가 아닐까 한다.

그중 으뜸은 좋은 물과 좋은 공기다. 좋은 물의 상징은 자산동 약수터일 것이다.

자산동약수터 버스 정거장 부근에 있는 이곳은 예전에 약수암이라는 조그만 암자가 있었던 곳이다. 무학로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이곳은 자산동 일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약수를 마시며 산의 공기를 호흡하는 제일의 휴식처였을 것이다.

나 역시 길이 나기 전에 교방동에서 산길을 따라 이곳에 와 본적이 있다. 정말로 좋은 곳이었다. 그러나 무학로로 불리는 산복도로가 나면서 약수암은 두 동강이 났고, 남아 있던 약수암의 대웅전마져 불에 타버리는 바람에 볼품없는 암자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여전히 물은 살아있다. 수량도 넉넉하고 시원한데다 정갈하여 많은 이들이 차로, 걸어서 이 물을 길어간다. 나 역시 가끔 이곳으로 산책을 갔다가 한 모금 마시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5리터짜리 큰 물통을 여러 개 들고와서 담아가지만, 물이 풍부한 까닭에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물통에 금방 물이 찬다.

임시로 지어진 대웅전의 뒤편으로 가 보면 옛 흔적이 남아 있다. 1982년 음력 4월에 자산동117의 17번지에 사는 한 신자 가족이 바위 전면에 자그마한 불상과 향대를 조성해 놓은 것이다. 산복도로가 나기 직전의 기념물이다. 불심이 깊은 추씨네 가족이 생년과 이름을 새겨넣었으면서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2남 2녀를 둔 가족으로서 큰아들이 결혼을 해서 가장 번성하고 행복하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절의 큰 시주자였으리라고 본다. 그 점에서 이 암자는 자산동 사람들이 애용하던 암자였으리라.

이곳은 물뿐만 아니라 무학산에서 오는 시원한 산바람까지 쐴 수 있어 산과 물이 좋은 자산동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물좋은 마산이라는 옛 명성이 이곳에서는 여전히 살아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옥가실(마산에서 띄우는 동아시아 역사 통신· http://blog.naver.com/yufei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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