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따라 내 맘대로 여행] (26) 충남 아산시 피나클랜드

"세상에는 현실의 시간과 인형의 시간이 따로 있다고. 내 멋진 친구여. 넌 이제 인형의 시간에 들어온 거란다." (에드워드 툴레인 <신기한 여행> 중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 잠시 쉼표를 찍는다면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을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계절을 거슬러 북적대고 활기 넘치는 곳에서 맘껏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도 좋을 것이고, 마냥 널브러져 현실의 시간을 잊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때 관광과 수학여행의 필수 코스였던 충남 아산에는 물과 빛·바람을 주제로 한 피나클랜드(충남 아산시 영인면 월선길 20-42)가 있다. 산의 최고봉, 최정상이란 뜻의 피나클랜드는 아산만방조제 공사 때 부서진 82만㎡ 석산의 초라한 몰골을 10여 년간 가꾸어 신비한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들어가는 곳부터 뭔가 신비하고 비밀스러운 '시크릿 가든'의 문을 두드리는 듯하다. 정확한 원근감으로 끝 간 데 없이 줄을 서 있는 메타세쿼이아길을 지나면 "어서 들어와"를 속삭이는 듯 철제 성문이 기다리고 있다.

피나클랜드는 부서진 82만㎡ 석산을 10여 년간 가꾸어 물·빛·바람을 주제로 한 정원으로 만든 곳이다. 입구부터 신비로운 느낌이 가득하다.

성문을 통과하면 오색 천연의 꽃과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조화를 이뤄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

계절별로 갖가지 꽃을 감상할 수 있는데 지금은 여름꽃으로 잘 알려진 능소화가 절정을 이룬다.

느티나무 공원을 나서면 완만한 경사의 형형색색 지그재그 꽃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키 작은 꽃들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일본의 세계적인 조형미술가 스스무 신구의 바람을 이용한 독특한 설치작품 '태양의 인사'가 있다.

꽃길과 하늘의 경계 속에 놓인 이 조각품은 멀리서 보아도 장관이고 가까이서 보아도 경이롭다.

산 정상에 올라서면 버려진 채석장을 복구해 만든 멋진 자연과 평야 너머로 아산만과 서해대교까지 바라볼 수 있다.

워터가든, 암석원, 과일정원, 서클가든 등 20여 개 주제로 곳곳에 딴 세상을 만들어 놓았지만 굳이 글자를 통해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

마냥 길을 걷다 마주하는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고, 쉬고 싶으면 자연이 만들어주는 그늘에서 잠시 쉬어가면 된다. 가끔은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싣고 온 향기가 알려주기도 하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귀를 간질이며 안내하기도 한다.

어디선가 라일락 꽃향기가 코끝에 맴돈다. 라일락 산책길에 들어선 것이다.

갑작스레 나타난 인디언 조형물과 인디언을 연상케 하는 소품이 안내하는 길은 인디언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다.

윈드밀 정원과 물의 정원을 지나 산꼭대기에 이르면 진경산수라는 정원이 펼쳐지는데, 채석을 하던 자리에 인공폭포를 만들고 그 아래 자그마한 연못과 이끼공원을 조성했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상관없다는 듯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구름을 배경으로 흩뿌려지는 폭포를 보고 있자면 더위도, 팍팍한 현실도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뙤약볕을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들은 잔디광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닌다. 양팔을 활짝 펴고 비행기가 하늘을 날 듯 지그재그 길을 날 듯 뛰어오르는 아이들 모습에 괜스레 힘을 얻는다.

오롯이 혼자 있다고 생각했는데 바람이, 꽃들이, 나무가 친구가 되어 토닥여 준다. 입장료 성인·어린이 7000원.

<인근 볼거리- 외암민속마을>

예안 이씨의 집성촌 외암민속마을(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일원)은 양반가의 고택과 초가집, 돌담이 어우러진 곳으로 실제 사람이 사는 마을이다.

한국민속촌이 떠오를 만큼 커다란 기와집으로 된 영암댁, 참판댁, 송화댁 등 양반 주택과 70∼80여 채의 초가집이 옛 모습을 유지한 채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조선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농기구와 물건도 잘 보관돼 있어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돌담길과 나무다리 등을 걸어보면서 느릿느릿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아산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8km 떨어진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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