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칼갈이' 윤한철 할아버지

이른 아침 창원시 마산어시장. 한쪽에 있는 작은 승합차에서 녹음된 말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온다.

'칼·가위 갈아드립니다~ 특수 숫돌을 사용해 갈아드립니다~ 전화해 주시면 직접 방문해 정성껏 갈아드립니다~.'

여름 볕 드는 차 안에서 윤한철(66·창원시 마산회원구) 할아버지가 칼을 갈고 있다.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른다. 칼을 다 갈고 나서는 종이를 베 본다. 살짝 스쳤는데도 종이가 '쓱쓱' 잘려나간다. 할아버지는 그제야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잠시 그늘로 피해 땀을 식힌다.

할아버지가 이 일을 한 지는 2년 정도 되었다.

"나이 드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잖아. 보니까 칼 가는 건 잘할 수 있겠더라고. 어릴 적부터 농사일하면서 낫도 많이 갈아보고 했으니까."

▲ 윤한철 할아버지는 칼 가는 작업이 쉬워 보여도 힘과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남석형 기자

승합차 겉에는 '칼의 부활' '명품 칼갈이' '마산점'과 같은 글귀가 붙어있다. 본사가 있는 체인이다.

"특수 숫돌 장비를 갖춘 승합차를 3000만 원 주고 샀지. 시작할 때는 본사에서 한 달간 교육까지 받았고. 본사 대표 번호로 접수되면 해당 지점에 문자로 전해주고, 그러면 우리가 직접 찾아가는 식이지. 우리는 매달 15만 원을 수수료로 내고. 개인 휴대전화로도 의뢰가 많이 들어오기에 홍보를 많이 하고 다녀야 해."

'마산점'이라고 되어있지만 창원·진해까지 다니기도 한다. 고객은 주로 식당 사람들이다. 종종 가정집에 출장 가기도 한다.

건당 비용은 3000~4000원이다. 일이 많을 때는 몇십만 원씩 벌기도 하고, 없을 때는 완전히 허탕치기도 한다.

칼갈이 홍보를 위해 매일 오전 6시 마산어시장에 나온다는 윤 할아버지./남석형 기자

"마산어시장에 오전 6시쯤 나와 9시 30분까지 있지. 바쁜 아침에 칼 가는 사람이 있나. 홍보하기 위해 나오는 거야. 오전에는 차에 방송 틀어 놓고, 그냥 죽치고 있는 거야. 오후 되면 본격적으로 일하러 다니지. 3000원짜리 하나 때문에 일부러 멀리 가기는 어렵지. 기름값도 안 나오는데…. 어느 마을에 몇 개 모이면 날 잡아서 한꺼번에 해 주는 식이지. 그래도 경비원 월급 정도는 벌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도 있고…."

칼 하나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분이다. 쉬워 보여도 힘과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돌아가는 숫돌에 그냥 칼만 집어넣는다고 되는 게 아니야. 팔에 힘을 꽉 주고, 각도를 조정하며 왔다 갔다 해야 하거든. 힘을 쓰다 보니 팔에 쥐가 나기도 해. 우리는 특수 숫돌에 3번에 걸쳐 하니까, 한번 이용한 사람들은 좋다고 한다. 본사에서는 2~3분에 하나 갈도록 교육하는데, 나는 좀 더 신경 쓰지. '제대로 못 했다'는 소리는 안 들어야 하잖아."

할아버지 고향은 산청이다. 어릴 적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먹고사는 일에 나섰다. 17살 때 고향을 떠나서는 막노동, 트럭 운전, 택배 등 온갖 일을 했다. 시멘트 벽돌 찍는 고된 작업도 10년간 했다. 그래서 지금도 온몸이 안 좋다. 얼마 전에는 허리 수술까지 받았다.

칼갈이 홍보를 위해 매일 오전 6시 마산어시장에 나온다는 윤 할아버지. /남석형 기자

"어릴 때부터 지게 지고 나무하러 다녔지. 한날은 촌에서 풀 자르다 작두에 손가락이 날아가 버렸어. 비도 오고 빨리하려다 그렇게 됐지. 여기 왼손 집게손가락이 없잖아. 돈 벌려고 서울에 무작정 가서는 잘 데가 없어 오들오들 떨고 그랬지. 이후에 청소차 할 때는 월급이 괜찮았는데 IMF 때문에 더는 못했고. 지금까지 먹고 살아볼 거라고 고생고생했지."

지금은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1남 2녀를 그래도 남부끄럽지 않게 잘 키워냈다. 39살 된 아들이 장가를 안 가 마음 쓰이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지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뭐 별거 있나. 그냥 이렇게 칼 가는 일 하면서 용돈·반찬값이나 버는 거지. 그러다 몸 안 좋아지면 못하고 그런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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