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진주의료원을 지키는 사람들-노조사무실에서 만난 조합원들

진주의료원을 먼발치에서 볼 수 있는 곳에 마련한 진주의료원노조 사무실에는 박석용 노조지부장을 비롯해 5~6명이 상근하고 있다. 이들은 "억울해서도 그만 못 둔다.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홍준표 지사와 싸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박 위원장에게 "지금 상황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국회는 힘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남은 것은 보건복지부다"라고 말했다.

"장관이 나서서 '안된다'며 홍준표 지사의 막가파식 행정에 제동을 걸고, 공공의료시설로 쓰라고 강제한다면 서부청사로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사실상 내버려두고 있다. 지방정부와의 대립을 꺼리는 탓이다. 다른 측면으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의료민영화로 가려는 방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부청사를 증·개축한다는데.

"증·개축 비용은 도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들 것이다. 진주시도 잘 못 알고 있다. 1층을 진주보건소로 쓴다는데 사무실 개조비용이 있어야 한다. 이창희 진주시장은 '사무실로만 쓴다고 별다른 비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선 1층에는 60명 정도가 한곳에서 근무할 장소가 없다. 벽을 허물어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보건소는 현행법상 병리검사실이 필요한데 이곳에는 의약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장비와 처리시설이 따로 있어야 한다. 진주의료원에는 임상병리실이 2층에 있다. 그 돈도 만만찮다. 그냥 이사만 하면 된다는 말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예전에 사무실 2개를 합치는 공사를 하려 했는데 벽 안에 의료관련 배선 등이 들어 있어 포기한 적도 있다. 다른 층도 마찬가지다. 방마다 화장실이 있다. 벽을 허물고 칸막이 공사 하려면 공사비가 예상보다 훨씬 많이 들 것이다. 의료전용으로 만든 건물을 단순히 사무실로 쓰려고 내부 시설을 다 부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진주의료원노조 사무실에서 박석용 지부장과 조합원들을 만났다. 노조 사무실에는 현재 5∼6명이 상근한다. /박일호 기자

-홍준표 지사는 지방선거에서 심판받았다고 하는데.

"진주의료원만 가지고 찬반을 묻는 투표는 하지 않았다. 정정당당하게 주민투표로 해보자."

-노조원은 몇 명이나 있나?

"아직까지 32명이 남아있다. 5~6명이 노조사무실에 출근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기자회견 등 사안이 있을 때마다 집결해서 힘을 모은다. 한데 모여 활동하고 싶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가정을 돌보고 있지만 노조원들의 생활은 팍팍하다."

-본조에서 경제적으로 도와주나.

"많지 않은 돈이지만 매달 일정액을 노조원에게 지급한다. 그러면 노조원들은 그 돈을 다시 진주의료원노조 사무실로 보내 준다. 그 푼돈을 모아서 재개원 활동을 하고 있다."

-떠난 노조원들의 취업은.

"정규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간호사는 좀 낫지만 행정직은 거의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을 하고 있다. 도에서 취업을 알선해준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누구나 다 아는 공개채용 정보를 주면서 마치 자기들이 주는 것처럼 하고 있다."

-포기 안 하는 이유는.

"홍준표 꼴 보기 싫어서 미워서 그만두지 못한다. 대통령을 꿈꾼다는데 끝까지 따라가서 못하게 할 것이다. 홍준표의 폐업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화가 난다. 친구들까지 이제 그만하면 할 만큼 했다고도 한다. 홍준표가 두 손 들면 그만둘 것이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다. 작년 한 해 전 국민이 부당성에 대한 응원을 보내줬고 그에 대한 보답차원에서도 그만둘 수 없다. 싸운 게 억울해서라도. 서민을 위해서는 반드시 진주의료원은 있어야 할 시설이다. 돌아가신 우리 부모님도 '내 아들 장하다'라고 하실 것이다. 명퇴 안 하고 조합원들과 함께한 것은 사회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옆에 있던 노조원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박선영 조합원은 "애를 키우는 엄마다. 엄마가 힘들다고 중간에 포기하는 모습을 애들에게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그만두지 못한다. 더러운 세상을 애들에게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고 힘을 주었다.

오주현 사무장은 "억울하게 쫓겨났다. 생계를 떠나 바로잡지 않으면 이런 일이 또 생긴다. 속초의료원이 그렇게 가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막지 못하니까 다른 곳까지 번져가지 않는가. 홍준표 꼴 보기 싫어서라도 그만두지 못한다"고 거들었다.

-투쟁 중에서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박 지부장이 "17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똘똘 뭉쳐 한번 신나게 싸워보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모두가 명퇴나 조퇴를 포기하고 억울한 마음을 한 군데 모아 싸웠다면 지금과는 결과가 달랐을 것이다"라고 하자 오주현 사무장도 "저도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박 지부장은 "그리고 도청 철탑에서 내려온 것도 후회된다. 철탑 위도 일주일 정도 지나자 적응이 됐고, 두 달 정도 버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도에서 대화로 풀자고 해서 믿고 내려왔는데 새빨간 거짓말에 속았다"고 했다.

함께 철탑에 올라갔던 강수동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진주대책위원장도 "그때 내려온 게 후회된다. 너무 순진했다"고 박 지부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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