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미용·애니·보건고 학생 감소, 운영비 부족 이어져

도내에 세 곳뿐인 고등학교 학력인정시설들이 재정난을 겪고 있다. 자세히 따지면 원인은 학교마다 다르다. 하지만 세 학교 공통으로 하소연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예산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과 학생 수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학력인정시설이란 평생교육법 제31조에 나오는 학교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을 말한다. 경남에는 창원의 경남미용고등학교, 김해 경남애니메이션고등학교, 함안 경남보건고등학교 이렇게 세 곳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시설을 졸업하면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는다.

지난달 초 경남보건고는 경남도교육청에 시설 폐쇄신고서를 제출했다. 재정난으로 운영이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다. 절차적인 문제가 있기도 해 시설 폐쇄는 없던 일이 됐지만 재정난 해소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31일 경남애니고 교사와 공공운수노조 경남지역본부가 도교육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학교 쪽이 일방적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휴직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31일 낮 12시 10분 공공운수노조 경남지역본부와 김해애니메이션고 교사들이 경남도교육청 앞에서 일방적인 휴직 조치 철회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현재 별다른 불화는 없지만 경남미용고도 재정난으로 힘들어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세 학교가 공통으로 드는 재정난 이유 중 하나는 학생 수 부족이다. 학력인정시설 운영비는 도교육청이 주는 지원금과 학생들이 내는 학비로 충당한다. 학생 수가 준다는 건 그대로 운영비 부족으로 이어진다.

구체적으로 도교육청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1일 기준으로 경남보건고는 2010년 105명이던 학생 수가 2011년 113명으로 늘었다가 2012년 101명, 2013년 93명, 2014년 91명으로 줄었다. 경남애니고는 2010년 401명에서 2011년과 2012년 342명, 2013년 246명, 2014년 233명으로 줄었다. 경남미용고도 2010년 349명, 2011년 312명, 2012년 277명, 2013년 280명, 2014년 257명으로 줄었다.

특히 경남애니고와 경남미용고는 인가 학생 수가 480명인데 현재 그 절반 수준이다.

이들 학교가 드는 재정난의 두 번째 이유는 도교육청 지원금이 적다는 점이다. 현재 도교육청이 경남보건고에 매년 지원하는 돈은 교사 1인당 인건비 매달 115만 원을 포함해 이런저런 비용을 합해 3억 원 정도, 경남애니고와 경남미용고는 각각 5억에서 6억 원 사이다. 교직원 인건비와 생활보호대상자 지원 등 목적사업비를 빼고 나면 그나마 남는 게 없다고 학력인정시설들은 주장한다.

도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지원금이 넉넉하지 않을지는 모르나 전국적으로 보아 적은 것도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학력인정시설들은 교육감 재량으로 충분히 지원금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자신들은 평생교육법상 학력인정시설이기는 해도 일반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전학을 많이 오는 등 훌륭하게 대안 교육 기관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경남미용고 서연수 교장은 일반학교 예산을 아주 조금씩만 아껴 도내 3개 학력인정시설 지원을 늘리면 그나마 숨통이라도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좀 더 근본적인 해법으로 이들 학력인정시설을 아예 초중등교육법 체계로 끌어들이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평생교육법상 관련 조항을 폐기하고 초중등교육법상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내에서 비슷한 논의가 있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사항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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