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진주의료원을 지키는 사람들

박석용(46) 진주의료원노조 지부장은 매일 진주의료원노조 사무실로 출근한다. 더운 여름에 노조 조끼까지 입고서. 노조 사무실은 폐원하면서 밖으로 쫓겨났고 정문 옆에 사무실을 구했지만 월세가 부담스러워 또 옮겼다. 노조원이 개인 용도로 구한 사무실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그래도 진주의료원이 보이는 곳이라 위안이 된다.

사무실에는 박 지부장을 비롯해 5∼6명이 상근하고 있다. 애초 170여 명에 달하던 노조원들은 32명으로 줄었다. 그들마저도 생계 때문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만 합류한다. 그래도 이들은 매달 보건의료산업노조에서 지급되는 생계비를 투쟁비로 써달라며 고스란히 노조에 전달하고 있다.

박 지부장 등은 불볕더위 속에서도 지난달 29, 30일 도의회 주차장에서 도의회를 향해 108배를 했다. 경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증·개축 예산을 삭감해달라며 애타게 호소했다.

절을 마친 뒤 땀 범벅이 된 박 지부장은 "우리의 간절함이 도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바람에도 도의회는 31일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들은 방청석에서 묵묵히 이 모습을 지켜봤다.

지난해 폐업한 진주의료원을 끝까지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박석용(오른쪽에서 둘째) 진주의료원노조 지부장 등 32명의 노조원이다. 이들은 주민투표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오늘도 재개원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을 종합의료시설에서 공공청사로 변경하기 위한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추진 중이다. 이것 또한 노조의 기대와는 달리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진주의료원을 없애려는 경남도의 행정 절차도 막바지에 달하고 있다.

재개원을 두고 주민투표를 해 볼 수 있는 대법원의 판결이 남아 있지만 그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6개월은 걸릴 것이고, 재개원의 키를 가진 보건복지부는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32명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투쟁이 어느덧 521일째를 맞았지만 '아직은 아니다'며 진주의료원 재개원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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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게재하는 '몰비춤(몰아서 비춘다는 뜻의 우리말)'은 경남 도내 정치·사회·경제·문화 분야에서 최근 관심을 끌거나 분석해볼 만한 이슈를 조명해보는 주말 기획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다양한 제보 부탁드립니다. 문의 055-250-0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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