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장에 일정하게 예금, 데이트 비용 공평하게…부담감도 미안함도 줄어

데이트 비용을 남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라지고 있다. 오늘 영화표 예매는 누가 하고, 커피값은 누가 내고 하는 고민이 아니라 아예 통장을 만들어 데이트 비용을 공평하게 내는 20대 커플이 늘고 있다. 일명 '커플통장'이다.

남녀 커플은 각자 매달 똑같은 금액을 '커플통장'에 넣고 이 돈으로 데이트를 즐긴다. 특히 가계부까지 만들어 지출관리를 하면서 절약한 돈을 따로 모았다가 여행 경비에 보태는 등 알뜰 데이트족이 늘고 있다.

커플통장이 환영받는 이유는 남자 입장에선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 한다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여자 입장에선 남자가 비용을 대면서 주도권을 쥐는 것에 반기를 들 수 있다.

커플통장을 사용하고 있는 경남대학교 경영학과의 한 남학생은 "비싼 등록금과 취업난 등 팍팍한 현실에서 데이트를 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데이트 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면서 "다행히(?) 여자친구가 먼저 커플통장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사용해보니 데이트비용에 대한 걱정이 사그라졌다"고 예찬론을 폈다.

이소연(23·경상대 사회학과 석사과정 1년) 씨는 "연애 초기 나는 학부생이었고, 남자친구는 직장인이었다. 당시 남자친구가 데이트비용을 거의 다 냈는데, 왠지 미안하고 부담스러운 마음이 컸다. 남자친구가 하자는 대로 해야 될 것 같았다"면서 "커플통장을 사용하니 그런 부담감이 없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커플통장을 사용하면 데이트 비용을 절약하고 쓸데없는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창원대 음악학과 1학년인 한 학생은 "통장을 만들면서 체크카드 2개를 받았다. 영화, 음식 등 할인받고 싶은 분야를 선택해 체크카드를 만들었는데 절약도 되고, 우리가 썼던 데이트비용을 꼼꼼히 체크할 수 있어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취업한 박수근(23) 씨는 "모 은행에는 커플적금이라는 통장이 있는데 1년 뒤 여행을 계획한다든지, 커플링을 산다든지 등 큰 목돈이 들어갈 때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문경희 창원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남녀 간의 동등한 수평적 관계'가 도드라진 현상이라고 내다보았다. 문 교수는 "데이트 비용을 일방적으로 내는 입장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입장보다 정치적 권력이 위에 있다. 하지만 데이트 비용을 균등하게 내면 남녀가 동등한 수평적 관계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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