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이웃 고을 마실가자] (5) 전남 장흥 '물축제'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 부산과 전남 영암을 잇는 남해고속도로 차량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창원을 지나 진주·사천까지는 자동차들이 많지만 섬진강 건너 전라도로 접어들면 달라진다. 그래도 광양까지는 공단 때문에 화물차라도 조금 다니지만 순천서부터는 자동차가 뜸하다 못해 한적하다고나 할 지경이다.

아무래도 정치권에서 불을 지핀 지역감정 탓인데 이처럼 사람과 문물이 오가지 않으면 세월이 흘러도 이런 장벽은 오히려 더욱 높아지고 단단해질 수 있다. 같은 대한민국 구성원이면서 서로 통하지 않는 현실은 하루빨리 바뀌어야 옳다.

교류와 소통, 이해와 친밀은 이쪽에도 좋고 저쪽에도 좋다. 넘나듦과 오고감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이로움을 준다. 경남도민일보가 '이웃 고을 마실가자'를 통해 경상권뿐만 아니라 전라권 지역의 명소와 명물까지 적극 소개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2012년 전남 장흥에서 열린 정남진 물축제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DB

지난 시기 전라권 자치단체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만 목을 매달았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 살기 때문이다. 역사를 들여다볼 때 전라권에는 영남에 대한 피해의식이 크든작든 있을 수밖에 없기에 경상권으로 눈을 돌리지 않은 것이 나름 이해가 된다.

이런 가운데 경남·부산·울산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인구가 900만으로 수도권 다음으로 많고 거리는 오히려 더 가깝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지금 전라도에서 영남과 교류·소통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자치단체는 장흥군이다.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이 성공을 이어나가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이 같은 영·호남 교류가 꼽힌다. 장흥군은 지난해 부산 시민을 세 차례 초청했다. 토요시장과 지역 명소를 둘러보게 하는 목적이었다. 표고버섯과 한우, 싱싱한 키조개와 미역, 염산 처리를 하지 않은 김 등이 호평을 받으면서 올해 들어서는 다달이 넷째 토요일마다 부산 사람들을 초청하고 있다.

도자기 만들기 체험. /장흥군

이런 장흥군이 올여름 '제7회 정남진 장흥 물축제'를 마련하고 경상도로 손짓을 보내고 있다. 중요 프로그램들이 모두 오후에 열려 경남에서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다. 장흥은 탐진강과 장흥댐이 있으며 앞바다 득량만은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8월 1일부터 7일까지 이레 동안 진행되는 장흥 물축제는 '물과 숲 - 휴식'을 테마로 잡았다. 올해 축제에서 핵심(killer contents)은 '지상최대물싸움' '맨손물고기잡기' '천연약초힐링풀장' 세 가지다. 행사장은 토요시장과 생태습지 사이 무지개다리 가까이에 모두 마련돼 있다.

천연약초힐링풀장은 편백·표고버섯·헛개·동백·석창포·매실·다시마 일곱 가지 성분 진액을 풀어 만든 풀장으로 축제 기간 쉬지 않고 운영된다. 맨손물고기잡기는 2~7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이벤트와 더불어 진행된다. 뱀장어·잉어·붕어·메기 등 탐진강에서 자라는 물고기의 생생한 움직임을 손맛으로 느낄 수 있다.

맨손 물고기 잡이. /장흥군

지상최대물싸움은 '안면 몰수'하고 체면도 던져버리고 벌이는 한 판 '아水라장'이다. 물대포, 소방차, 물풍선, 바가지, 물총 등을 갖고 벌이는 물싸움으로, 일상을 벗어나는 '일탈'의 즐거움을 준다. 2~7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뙤약볕이 가장 좋을 때 이리저리 튀어오르는 물방울, 물 속 사람들의 활기찬 몸짓과 아우성은 구경하는 이들까지 즐겁게 만들어 준다.

바닥 분수에서 신난 아이들. /장흥군

이 밖에 풀장 두 곳을 더 운영하며 뗏목·우든보트·카타마란·수상자전거·줄배·카누·워터볼·바나나보트 등 탈것도 마련해 놓고 있다. 또 축제 첫날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날마다 팝오케스트라 공연, 라틴음악 콘서트, 전남 청소년 문화존 공연, 대학생 뮤지컬 갈라쇼 등이 볼거리로 나오고 6일에는 지역 주민이 꾸미는 무대도 선보인다.

노래·춤·악기 연주 등에 재능이 있는 지역 주민이 등장해 장흥을 찾은 이들을 위해 흥겨움을 한 보따리 풀어놓는 지역색 뚜렷한 프로그램으로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맨손물고기잡기를 하는 두 시간(오후 3~5시)만 빼고 내내 치러진다.

축제 기간에는 그 자체로서 명물인 토요시장도 거르지 않고 나날이 문을 연다.

<함께 둘러볼 곳-편백숲 우드랜드와 정남진천문과학관>

억불산(해발 518m)은 편백나무로 특화된 산이다. 입장료 2000원(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을 내고 들어서면 편백나무가 심긴 비탈을 따라 열린 탐방로가 나온다. 끝에는 풍욕(風浴)을 하는 '비비에코토피아'(오전 9시~오후 6시, 3000원)가 있다. 부직포옷으로 갈아입고 편백의 기운을 온몸으로 누리는 장소다. 사방을 둘러싼 대나무 울타리는 아늑한 느낌을 안겨준다.

비비에코토피아에서 산마루까지(3.7㎞)는 '말레길'이 나 있다. 마루를 뜻하는 전라도말이 '말레'다. 별로 비탈지지 않은 말레길에는 계단이 없어서 장애인도 휠체어를 타고 오를 수 있다. 편백소금집도 있는데 아침 8시부터 자정까지 한다.(금·토요일은 24시간, 어른 1만 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 아토피 피부질환이나 고혈압 치료에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어느 정도 자란 편백나무로는 여러 가구와 소품도 만든다. 목재문화체험관·목공건축체험장·편백 톱밥 산책로 등이 들어서 있다. 토요일 오후에는 경매시장이 약식으로 열린다. 낯설지만 경매에 참여해 보면 편백 제품을 싸게 살 수도 있고 은근히 재미도 있다.

억불산 자락에는 정남진천문과학관이 들어서 있기도 하다. 낮에는 태양 관측을 하고 밤에는 별자리 관찰을 한다. 8월 전라도 밤하늘에서는 직녀성이 있는 거문고자리와 견우성이 있는 독수리자리를 잘 볼 수 있다.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하며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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