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마치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신입생들처럼 설레 보였다. 기대와 호기심에 잔뜩 부풀어서 곧 눈앞에 펼쳐질 이 믿지 못할 현실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기대가 역력했다.

생각보다 더 길게 느껴진 준비 시간이 지나고 마술사가 등장하자마자 아이들은 순식간에 신비의 무대로 빠져들었다. 눈앞에서 꽃가루가 날고 금방 있던 비둘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신기한 모습을 아이들은 눈으로 보면서도 도저히 못 믿겠다는 표정들이었다. 아쉬운 무대가 끝난 뒤 모든 순서를 다 마치는 시간까지도 아이들의 마술은 끝나지 않았다. 아마도 아이들 가슴속에 일생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서 너무나 현실적인 삶에 지칠 때 달래줄 마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토요일(7월 26일) 오후 창원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의 '테마가 있는 도서관' 한 풍경이다. 해마다 두 차례, 이주민들의 출신 국가 한 곳을 테마로 삼아 전통, 책, 의상, 풍습 등 문화를 소개하고 각 나라 음식도 나누는 이 행사가 올해는 더욱 풍성해졌다. '중국'을 테마로 해서 먹거리도, 볼거리도 풍성했을뿐더러 마술 공연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삼삼오오 모여서 행사에서 함께 나눌 마파두부와 건두부 무침, 만두 등을 준비하는 이주여성들의 모습은 어린 시절 동네 잔치를 준비하던 시골 아낙들처럼 설레고 들떠 있었다. 중국 옷을 입어보고 중국 책을 읽고 중국 음식을 먹으며 새롭게 부상하는 이웃 나라 중국을 느끼는 시간, 준비하는 사람도, 누리고 즐기는 사람도 모두 행복했다.

시민사회단체 행사는 언제나 돈이 문제가 된다. 뜻깊은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해도 재원의 문제가 따르고 원래 기획보다 축소되기 일쑤다. 그런데 이날 행사는 달랐다. 좁은 도서관이 미어터질 만큼 많은 사람이 자리를 채웠다. 공연 무대도 따로 없어서 겨우 비좁게 서서 했던 공연이지만 효과는 엄청났다. 한 사람의 선한 의지가 빚어낸 작은 기쁨이었다. 그 기쁨을 만들어낸 사람은 바로 마술사 도성룡 씨였다.

행사를 준비하는 내내 아이들에게 뭔가 특별한 기쁨을 주고싶은 마음에 고민하다가 묘안이 떠올랐다. 언젠가 마술 재능기부를 해주시겠다 했던 착한 제안이 현실화될 시간이라 여겨졌다. 통화는 어렵게 연결되었다. 늘 공연과 무대 준비로 바쁜 그였다. 하지만 결정과 승낙은 아주 쉬웠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나는 이날 온몸으로 나누면 기쁨이 몇십 배가 된다는 것을 체감했다. 한 사람의 재능 나눔이 이토록 큰 기쁨을 만들어 낸 것이다.

도서관 일을 하면서 크고 작은 기쁨과 보람을 많이 만난다. 주 후원기업의 후원 중단으로 어려움에 빠진 다문화 도서관을 폐관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발벗고 나서서 '시민의 도서관'으로 만들겠다는 노력을 기울여 온 지 7개월이 되었다. 그 짧은 기간에 300명 이상 소액 월정 후원자들이 기꺼이 동참해준 것도, 물품과 재능을 기부해 도서관에 힘을 보태준 것도 모두 나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의 착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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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를 전한다. "여러분이 바로 사회를 지탱하는 힘입니다. 모두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윤은주(수필가·창원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 운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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