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동구밖 생태·역사교실] (9) 산청

7월 12일 마산행복한지역아동센터·상남지역아동센터와 함께한 생태 체험은 산청으로 떠났다. 옛집과 돌담장이 아름다운 남사마을과 도랑살리기로 전국에서 이름높은 수철마을을 찾아서였다.

남사마을은 옛날 사람들이 어떤 자리에 터전을 이루며 살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마을을 둘러싸고 흐르는 물줄기(남사천)가 있고 그 물줄기가 스며드는 들판이 있으며 들판과 거의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지대에는 사람 사는 집들이 들어섰다.

말하자면 물줄기가 베풀어주는 만큼 누리며 살아가는 셈이다. 이런 사정은 지금도 다르지 않아서 물은 여전히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가까이에서 그런 물줄기를 본 적도 없고 집에서 쓰는 물은 개울이나 도랑이 아니라 수도꼭지에서 바로 나오니 이런 생각은 거의 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지낸다.

'지금은 수도꼭지가 물줄기를 대신하고 있다. 여러분이 사는 마산은 대부분 시내와 하천이 망가졌다. 그래서 원래 사람이 물과 어떻게 관계하며 살아가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런 물과 사람의 관계를 원래 모습대로 보여주는 데가 남사마을이다. 사람이 자기 힘으로 물을 긷고 퍼야 했던 시절에는 이처럼 시내를 끼고 있는 평지가 살기 좋은 땅이었다.'

이런 얘기를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아이들에게 들려줬다. 대체로 조용한 가운데 귀기울여 듣는 편이었는데, 당연히도 몇몇은 그래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남사마을을 돌아보며 미션으로 주어진 문제의 답을 찾는다.

남사마을에서는 모둠별로 미션 수행을 했다. 최씨고가·사효재·이사재·이씨고가 등 남사마을에 들르면 한 번은 꼭 둘러볼만한 그런 것에 대한 문제들이다. 물론 정답을 알아내는 자체가 가장 큰 목적은 아니다.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에 즐거움이 있더라는 깨달음을 얻으면 더욱 좋지만,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해도 문제를 풀기 위해 구석구석 살펴보는 관찰력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괜찮은 일이다. 아울러 미션 수행 과정에서 마을 곳곳에 있는 안내문을 읽고 거기 얽힌 사연을 작으나마 나름대로 이해해준다면 더욱 고맙고….

대부분은 나름 진지하게 미션 수행에 나섰는데 몇몇은 즐거워하며 적극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나이가 어린 모둠은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 선생님이 따라 붙었어도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시내와 마을과 나무와 들판이 잘 어우러지는 풍경을 어린 시절 추억으로 간직하게 된 것만 해도 작지 않은 보람이다.

남사마을에서 최씨 고가에서 사랑채를 둘러보는 아이들.

마치고 나서 누가 미션 수행을 잘했는지 봤더니 6학년으로 이뤄진 한 모둠이 12문제를 모두 맞혔다. 껌값밖에 안 되고 쥐꼬리만한 금액이지만 장학금을 건넸다.

수철마을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짧은 동안에 수철 마을 도랑 살리기 얘기를 했다. 2007년 처음 시작해 지금껏 하고 있다. 수철 마을 도랑도 그 전에는 농약병과 쓰레기와 수풀 더미로 가득차 더러웠다. 그런 도랑을 깨끗하게 되살리고 나니 수철마을이 사람이 떠나는 동네에서 사람들이 살러 들어오는 동네로 바뀌었다. 또 여러분처럼 물놀이를 하러 오는 사람까지 생겨나 마을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아이들은 이러거나 저러거나 물놀이에 마음이 온통 들떠 있다. 이렇게 물놀이를 할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수철마을 도랑살리기는 고마운 일이다. 수철마을에는 마을이 도랑과 더불어 되살아나는 바람에 생긴 식당도 있다. 여기서 점심을 먹은 다음 커다란 정자나무 아래 모여 간단하게 게임을 한 판 했다. 밥먹은 다음 곧바로 물에 들어가면 몸에 좋지 않기 때문에 조금 시간을 늦춘 것이다.

수철마을 도랑에서 물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이들은 마을 앞 도랑에서 무척 즐겁게 보냈다. 처음에는 옷을 물에 젖지 않게 하려고 몸을 사리기도 했지만 조금 있다 보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들 물 속을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덕분에 조용하던 마을이 때아니게 온통 시끌벅적해졌다.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이 흐뭇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은 채 내려다본다. 동네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아니라고, 이렇게 찾아오니 오히려 반갑고 고맙다 하고는 한참을 머물다 걸음을 옮겨갔다.

물에 흠뻑 젖은 아이들이 깜찍한 포즈를 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

가만 지켜보니 아이들 노는 양이 세 부류로 나뉜다. 물싸움을 하고 상대 아이를 물에 빠뜨리는 등 아주 활발하게 물놀이를 하는 축이 있고 그냥 바위에 걸터앉아 탁족(濯足) 수준으로 노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물고기든 개구리든 잠자리든 끊임없이 무엇을 잡고 찾고 하는 무리가 있었다. 저마다 다른 아이들 평소 성향은 같은 물놀이 공간에 있어도 이렇게 다르게 나타나는 모양이다.

여기에는 남녀 구분도 없었다. 차분하게 노는 무리에는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있었고 원기왕성한 물놀이를 자랑하는 축에는 남자만이 아니라 여자도 많았다. 오히려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보다 좀더 활달한 편이었다. 물싸움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오히려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한테 주저하고 머뭇거리고 그랬다.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물결을 일으키고 물방울을 튕기는 힘도 오히려 여자아이들이 세어 보였다.

그러는 양옆으로는 물 속에 또는 풀섶에 머리를 기울여 무엇인가를 찾아다니는 아이들이 있었다. 이 아이들은 피리도 잡고 다슬기도 잡고 잠자리·청개구리·방아깨비·메뚜기도 잡았다. 몇몇은 발을 담그고 가만있다가 물 속 돌을 이리저리 옮겨놓기도 했다. 여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2시 가까이 되니까 아이들 입술이 파랗게 바뀌기 시작했다. 돌아갈 때가 된 것이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오늘 하루 느낀 소감을 글로 쓰게 했다. 대부분 물놀이에 대해 썼다. 재미있고 즐겁고 좋았다는 말이다. 이런 가운데 수철마을 도랑물이 맑고 깨끗하고 시원하더라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수철마을 주민들의 도랑살리기가 그 보람을 이 아이들에게까지 끼친 것이다. 남사마을에서 미션 수행을 한 과정을 적은 글도 몇몇 있었다. 다양하게 누리고 여러 가지에서 즐거움이나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 싶다.

이씨 고가 들머리에 가위모양을 하고 선 회화나무 두 그루.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