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은 우리를 경악하게 했다.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백골로 변한 주검을 두고 여러 말이 나왔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나서 시신에 대한 분석을 쏟아냈다. 그들의 말을 백 퍼센트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느 정도 감만 잡았다.

우리는 언론 보도를 통해 굵직한 사안에 대해 감을 잡는다.

경남도민일보가 밀양 765㎸ 초고압 송전선로에 대해 여전히 끈질기게 보도하는 것은 감을 눈앞 현실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원전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정부와 원전이 곧 저렴한 전기를 공급한다는 허구성의 민낯을 보여주고 관피아로 지칭되는 무리의 거짓말을 들춰내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산업계, 과학자, 지식인들이 똘똘 뭉쳐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었던 원자력을 핵발전소라는 말로 꼬집고 있다. 어려운 단어와 과학 이론을 내세우는 그들만의 리그를 비판했다.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가 설명도 걸러냈다. 대중이 전문가로 인해 배제되고 소외되지 않도록 말이다.

우리 사회 폐쇄성은 심각하다. 공직 기관이나 법조계, 기업계 마찬가지다. 소수 전문가로 정해지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우리는 없다.

한숨 돌리려 문화계를 들여다봐도 마음은 무겁다. 인명피해를 내고 참사로 불릴 만한 거대한 사건·사고가 없는 동네지만 배제와 소외는 있다.

작가가 영감을 얻어 창작을 하고 대중 앞에 내놓는다. 소개는 화려한 수식어와 수사로 엉켜있다. 글은 읽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민과 소통을 말하지만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간극을 좁히려고 한 발짝 다가서면 문화계가 먼저 묻는다.

"전공이 뭐예요?" 창원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공백이 길면서 선장 없는 창원시향호 한계를 짚자 창원시 공무원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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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한다기에 물었죠. 전공이 뭐냐고요." 창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오래전 언론사 출입 기자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말했다.

"전공 따위 신경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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