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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마산시…마산만 매립 '아구'가 맞았다

[마산만 매립, 그 20년 간의 기록] (8) 개발주도, 해수부냐 마산시냐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2014년 07월 28일 월요일

범한엔지니어링 대표. 옛 마산시 도시계획 실무 총괄자로 평가받는 정규섭 씨의 현 직함이다. 지난 17일 만난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마산시 김인규 시장이 후보일 때 가포신항 개발과 서항지구(현 해양신도시) 매립 공약을 했어요. 물론 뒤에 황철곤 시장도 공약을 했죠. 그런데 이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없더라고." 왜 문제라는 걸까. 본문 속에서 들어보도록 하자. 어쨌든 1990년대와 2000년대 마산시장을 지낸 두 사람의 공약은, 뒤에 마산시민들이 신항 개발과 해양신도시 조성 주도를 마치 두 사람이 한 것으로 인식하는 근거가 됐다.

서항·가포지구 매립과 개발 문제를 나이 든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대개 이런 말을 했다. "그거 다 김인규, 황철곤이가 한 거 아이가." "둘이서 다 마산바다를 말아 문 거 아이가."

이 이야기는 곧 마산신항 개발과 해양신도시 매립 결정과 추진을 두 사람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정말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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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황철곤 시장이 개발 주도?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재임한 김인규 마산시장, 그 뒤를 이어 2010년 창원시 통합 때까지 재임한 황철곤 마산시장. 그들이 과연 마산항 개발을 주도했는지, 의혹 속의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오늘 기획의 요지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이었다. 항만공사과 고대호 계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일축했다.

"그거야 당연히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해양수산부 아니겠습니까? 기록을 봐도 1994년 마산항 기본계획 때 가포신항 개발계획이 언급됐고, 1996년 마산항 광역개발기본계획 때 준설토투기장 용으로 서항지구 매립계획이 제안됐습니다. 가포든 서항이든 해양수산부에서 계획을 내놓고 추진한 것입니다."

이는 마산시민들에게 신항개발계획이 공개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14년간 줄기차게 반대운동을 벌여온 시민운동 리더들 생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남대 환경공학과 이찬원 교수는 "그야 뭐 결정권자인 해수부와 항만개발 민간업자인 현대산업개발 아니겠나. 해피아라 그러잖아요. 전국의 모든 항만개발 과정이 이런 식으로 진행됐을 것"이라고 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정책실장도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맥락은 같았다. "누가 주도했다기보다는 서로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 아니겠어요. 마산항 개발의 경우 해양수산부와 마산시의 이해관계가 맞은 거죠. 여기 말로 '아구'가 맞았다고 할까요."

창원물생명시민연대 허정도 공동대표도 비슷한 생각이었지만, 여운을 남겼다. "정책 입안과 추진과정, 결정 후 집행과정에서 끊임없이 유착관계를 보였던 민간개발업자와 정부가 마산항 개발을 주도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정규섭이나 황철곤, 박완수처럼 결정한 사람들이 지금 여기에 있나요? 반대하는 사람들은 15년째 이러고 있는데, 결정한 그들은 여기에 없어요."

20년 이상 마산시 도시계획업무를 주관했던 정규섭 씨, 황철곤 전 마산시장과 박완수 전 통합 창원시장이 결국 마산항 개발의 주도자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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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 마산항계획평면도. 빨간 선 속이 서항지구 매립계획으로 보인다.

◇해수부 서항매립 확정 전에 마산시가 도시계획

현 창원시 해양사업과 김창수 과장이 단서가 될 만한 말을 했다.

"옛 마산시가 1997년에 2016년 대비 도시기본계획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때 현재 해양신도시 매립지가 된 서항지구 매립계획이 포함됐어요."

해양수산부가 1998년 2월 고시 제1998-1호를 통해 마산항 광역개발기본계획 속에 서항지구 매립계획을 포함하기 전에 마산시가 이를 도시계획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순서가 뒤바뀐 것 아닌가. 마산시가 먼저 서항매립 계획을 세웠다는 것인가?

확인 결과 1995년 9월에 마산시가 '2016년 도시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고, 1997년 7월에 정부가 이를 승인했다.

어떻게 된 것일까.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마산시 도시계획 업무를 총괄했던 정규섭 씨를 만나는 방법밖에 없었다. 수소문 끝에 지난 17일 그를 만났다.

창원시 소답동의 범한엔지니어링 대표. 40여 년의 공직생활 중 30년 이상을 마산시에서 일했고, 그중 20년 이상을 도시계획 업무를 맡았던 정규섭 씨의 현 직함이었다. 상·하수도 등 도시개발사업에 민간개발 업무까지 관장한다는 회사다. 여전히 그는 창원시에서 일하고, 거주하고 있었다.

◇정규섭 씨 인터뷰

-마산시가 서항지구 매립을 통한 도시용지 확보계획을 세웠던 건 언제부터였나? 창안자가 맞나?

"1991년에 마산시 도시계획 계장이 됐을 때 서울 해운항만청에 출장가서 마산항정비기본계획을 처음 봤다. 거기에 이미 가포신항부터 서항지구 매립까지 판이 다 짜여 있었다. 1995년 마산도시기본계획에 서항지구 매립을 검토했다면 이미 해운항만청에서 검토 중인 내용을 반영한 차원이었을 거다. 내가 창안? 택도 없다. 마산시에는 그럴 권한과 기능이 없다."

-해양신도시 매립계획을 누가 주도했나? 왜 정규섭이나 김인규, 황철곤이 주도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보나?

"당연히 해양수산부다. 아까 말한대로 1990년 이전부터 서항매립까지 판이 다 짜여져 있었다. 마산시는 그 사항을 이행하는 역할에 불과했다. 김인규 시장이나 황철곤 시장이 그걸 공약으로 내세우긴 했다. 그런데 그게 말이 되나? 권한도 기능도 없는데. 당시에는 그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없더라. 아마 그런 과정에서 생긴 소문일 것이다. 정치인들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전쟁을 한다. 조금이라도 도시 발전에 부합된다고 생각하면 무슨 공약인들 못 내세울까. 내가 주도했다고? 그렇다면 함께 도시계획 업무를 맡았던 모든 사람들이 주도자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

정규섭 전 창원시 마산회원구청장. /경남도민일보 DB

-지금 해양신도시 사업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나? 아쉬운 점이나 보완할 점, 후회하는 점은 없나?

"생각하기 싫다. 기억하기도 싫다. 퇴직 이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공직생활을 하면서 상사나 부하들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고 언제나 앞장섰다. 그런데 퇴직하고 나니 모든 책임이 '정규섭'에게 돌아오더라. 그런 모든 게 싫어서 공직생활과 관련된 기록도, 표창도 모두 불태웠다. 더 이상 공직생활과 관련된 질문은 말아달라."

그의 결론 역시 해양수산부 주도였다.

정규섭 씨가 봤다는 1991년 마산항정비기본계획이 있는지 확인했다. 해양수산부 항만투자협력과 담당자는 "항만법으로 인정한 공식적 항만기본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게 1994년이다. 그 전 계획은 개별적이고 임의적일 수밖에 없다. 확정적일 수 없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력한 근거 하나가 잡혔다. 1996년 마산항광역개발기본계획 책자 115쪽의 1993년 마산항 기본계획 재검토 부분과 119쪽 마산항계획평면도(첨부)가 그것이다. 여기에 서항지구 매립선이 제시돼 있기 때문에 정규섭 씨 증언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해수부 담당자는 "지금 추진 중인 해양신도시 계획선과는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현재 사업의 출발점으로 볼 수 없다"고 부인했다. 그렇다 해도, 현 해양신도시사업과의 위치 차이와 상관없이 그 도면 또한 서항지구 매립계획으로 보였다.

표면적으로는 해양수산부 주도 사실이 맞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뷰 중 누군가가 했던 한 마디가 걸렸다. "결국, 이 사업은 해양수산부하고 마산시가 밀고 당기기를 해서 결정한 겁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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