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 김해 지역네트워크 사이트 '진영온'대표 윤성연 씨

김해 진영시외버스터미널을 등지고 사거리 쪽으로 걷다 보면 오른편에 '진영온'이라는 글자가 창문에 붙여진 건물이 보인다. 진영에 사는 주부들이 모여 '사업'을 구상하는 곳이라는데, 젊은 엄마들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윤성연(38) 씨가 얼마 전 여성 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진영읍인데요. 인터넷카페로 모인 엄마들이 좋은 일을 하고 있어요. 창업을 해 직장을 만들고 아르바이트도 연결해줘요. 또 진영 학생에게 교복 구입비를 지원하고 봉사활동도 한답니다. 한번 취재하러 오세요. 시골에서 흔치 않은 일이죠?"

경력단절 여성 문제 심각, 주부들로 건재한 포털사이트 카페, 진영읍이라는 특수성 등 다양한 기사 아이템을 떠올리게 했다.

고향은 서울이고 고등학교, 대학교를 창원에서 다녔지만 30년간 진영읍에 살았다는 윤 씨는 S&J커뮤니케이션 대표라고 적힌 명함을 건넸다. 명함 뒷면에는 진영온·김해야 먹고놀자·슈퍼맘스클럽이라고 쓰여 있었다.

20대 중반 결혼을 해 아이를 키우던 윤 씨는 다른 주부들처럼 포털사이트 인터넷카페 활동을 하며 육아 정보를 얻었다. 그러다 객지에서 이사 왔다는 언니가 외로워하자 자신이 활동하는 인터넷카페 가입을 권유했다.

윤성연 대표.

"진영에 공단이 있거든요. 남편 따라 이사 온 엄마들이 많은데 다들 심심해하죠. 읍에 나와도 딱히 할 게 없어요. 김해 시내는 멀고요. 주위에 이런 엄마들이 많아요."

둘은 김해방을 따로 만들어 수다를 떨었다. 어느새 진영읍에 산다는 회원만 20명 정도가 모였다. 이들은 인터넷 밖에서도 친목을 다지다 2007년 김해진영이라는 이름을 붙인 새로운 카페를 만들었다. 7년 후 진영읍에서 이름난 카페가 됐다.

"진영읍 인구가 4만 명 정도예요. 단순하게 남녀 비율을 반으로 나누면 여성은 2만 명. 이 중 인터넷카페 활동을 하지 않는 노인과 아이를 빼면 1만 6000명 정도 될까요? 그런데 카페 회원 수가 5900명이에요. 놀랍죠."

윤 씨는 카페를 운영하며 많은 사람이 진영읍 맛집과 가볼 만한 곳을 궁금해한다는 것을 알았다. 또 여성들이 소소한 일자리를 구하는 모습을 봤다. 농촌에서는 일손이 부족하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인터넷 카페로는 모든 정보를 주고 얻기가 어려웠다. 진영온이라는 지역네트워크 사이트를 개설한 배경이다.

"지난해 11월 진영온을 S&J커뮤니케이션이라는 회사로 설립했어요. 다양한 카페와 블로그를 운영하는 회사예요. 회원 수가 늘자 지역 상권에서도 관심들 두더라고요. 우리와 제휴를 맺었어요. 회원들이 가면 할인을 해주죠. 또 광고하고 싶은 사업주들에게 수수료를 받기도 하고요. 규모가 커지니 일손이 부족했어요. 진영 엄마들에게 하나씩 직함을 줬죠. 인터넷카페 스태프는 8명, 사무실 직원은 3명이에요."

광고 수수료와 인터넷카페 공동구매 수수료 등이 이들이 얻는 수익이다. 또 블로그 운영과 쇼핑몰 개설 의뢰로 수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아직 규모는 소소하다. 시급 6000원 정도를 받는 직원들에게 인건비를 주면 연간 200만 원 정도 수익이 난다.

윤성연 대표와 직원들이 결혼 이주여성들에게 전달할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이는 다시 지역으로 간다. 윤 씨는 지난해 거둔 수익 150만 원을 진영지역 학생들 교복 구입비로 썼다. 올해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지역민과 함께 프리마켓을 열고 주부를 대상으로 평생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환경정화활동을 하고 김해시청을 찾아 진영읍에 필요한 정책을 건의하기도 했다.

그저 놀기 싫은 엄마들의 모임이 여성 일자리 나누기를 넘어 지역사회 참여 활동으로 발전했다.

윤 씨 목표는 비영리 사단법인을 내는 것이다.

"우리 사무실 근처에 전통시장이 있어요. 지역 농산물을 파는데 손님이 마트보다 적죠. 진영 엄마들이 나서서 진영 시장을 알리고 싶어요. 블로그를 본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게요. 그리고 이러한 활동이 진영 발전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진영은 김해에서 소외된 것 같아요. 진영읍 주민들도 외지에서 소비 활동을 하죠. 엄마들 힘으로 살고 싶은 진영읍을 만든다면 너무 큰 꿈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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