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치킨전(정은정 지음)…치킨산업 성장배경부터 양계업계 독과점 문제까지

대한민국 치킨 사용설명서이자 치킨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문제까지 다뤘다.

치킨을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의 경계는 <대한민국 치킨전>을 통해 갈린다고 해도 손색없다.

농업사회학자 정은정이 썼다. 학자가 쓴 글이라고 딱딱하다고 예상하면 오산이다. 마치 에세이를 읽듯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다소 분석적인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종횡무진 오가는 이야깃거리에 건너뛰는 책장이 생길 수도 있다.

어느 전공보다 땅에 가깝고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먹거리를 연구하는 학자답게 생활사를 중심으로 독자에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한국 치킨의 역사는 밀가루, 식용유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흘러나오면서부터 시작된다. 미군부대 근처에 특히 치킨집이 많았는데 일본도 유사하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닭을 굽고 튀길 수 있게 된 것은 기업 양계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구이와 튀김에 특화된 브로일러종이 대량 공급됐다.

물론 사료산업이 성장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농약과 비료, 농기계가 합작해, 인간이 먹고 남을 만큼의 곡물을 생산했다. 과잉 생산으로 썩어나게 생긴 곡물은 다양하게 활용됐는데, 가장 손쉬운 처리가 사료였다. 이 사료로 닭과 돼지, 소를 키웠다.

"옥수수로 키운 닭을 옥수수가루로 발라 옥수수기름으로 튀기는 것."

현재의 프라이드 치킨은 '옥수수 닭'이라 해도 무방하다. 바삭한 식감을 주는 튀김옷은 전분을 주재료로 한다. 전분의 주요 원료인 옥수수는 식용유의 원료이자 사료의 원료다. 닭이 먹는 사료는 옥수수 자체가 아니라 옥수수기름을 짜내고 남는 찌꺼기다.

치킨은 닭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튀김옷 맛으로 먹는다 할 정도로 닭의 상태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바삭함 자체로 프라이드 치킨을 즐길 뿐이다. 한국식으로 고추장, 간장 양념을 더한 양념치킨을 택할 때도 살코기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겉면에 집중할 뿐이다.

국내산 또는 하림이라는 원산지 표시만 보면 안심하고 먹을 뿐이다. 온전한 치킨을 시킬 경우엔 국내산일 확률이 높지만 다리·날개 등 부위별 치킨이나 순살 치킨은 브라질이나 미국산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어이없게도 치킨시장에서 승부를 가리기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맛'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남양유업 문제로 주목받은 '갑의 횡포'와 같은 수직적 위계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이미 불문율처럼 팽배해 있다. 지난 2007년 BBQ 가맹점주들이 본사인 제너시스 그룹을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에 제소한 적이 있었다. 2005년 당시 치킨이 트랜스지방 논쟁에 휘말리면서 BBQ는 올리브치킨을 출시했다. 본사는 6개월간 대대적으로 판촉을 펼치라는 지시를 내렸고, 판촉 홍보비 명목으로 모든 가맹점에 한 마리당 200원씩을 추가로 걷으면서 월 매출액의 7%(100만 원 내외)를 본사에 내도록 요구했다.

BBQ 본사 측은 점주들과 협의했으며, 본사도 판촉 행사비로 200억 원을 지출했기 때문에 점주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닭을 기르는 양계업은 하림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다. 독점적 체계에 가깝다. 대형 마트나 일반 소매점 육계 제품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훈제오리 '주원산오리'도 하림이 생산한다.

저자는 갑의 횡포 문제를 비단 치킨을 파는 곳에 한정하지 않는다. '계약 농가라고 쓰고 하청노동자로 읽는다'란 말에서 양계 농가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원청에 속하는 하림은 병아리와 사료를 농가에 공급한다. 그러면 농가는 일단 외상으로 대금을 결제하고 추후에 정산받는다. 그 결과로 사료를 덜 먹이고 키우는 것을 '사료 효율성'이라고 하며, 상대평가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대한민국 치킨전>은 '치킨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 '치킨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답한다. 치킨을 먹는 사람, 만드는 사람, 닭을 키우는 사람을 더 중요한 문제라고 여긴다.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배달 앱으로 주문하지 않고 단골 치킨집에 시켜 먹게 된다. 왜냐면 앱으로 주문하는 순간 치킨집 사장은 13~16%의 수수료를 앱업체에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기 때문이다.

288쪽, 따비,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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