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쌀 수입 허가제 원칙' 위반한 위법…"고관세 법률로 명시해야"

정부의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개방은 사실상 '쌀 수입 허가제'라는 공공정책 폐지와 다름 없어 국내법을 무시한 채 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전문가들 인식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양곡관리법을 만들어 쌀 수입을 허가제로 하고 있다. 주식인 쌀 생산기반을 지키려고 허가 없는 쌀 수입을 법으로 금지한 것이다.

정부는 WTO 협상에 따른 의무수입물량(MMA)을 감당할 수 없기에 쌀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고, 높은 관세율을 매겨 쌀 산업을 보호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그러나 국회를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도 거치지 않고 농민, 시민사회와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쌀 시장 개방을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정의당 김제남 의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이와 관련해 "쌀 시장 개방은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입법부인 국회 권한"이라며 "먼저 양곡관리법 정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정해진 공식에 따라 관세율을 계산·발표함으로써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정상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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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곧 쌀 시장을 개방하려면 쌀 수입허가제를 먼저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곡관리법(제12조 1항)을 보면 현재 WTO가 정한 쌀 의무수입물량을 양허세율(5%)로 들이려는 사람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않고 허가대상 미곡을 수입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출·수입한 양곡을 시가로 환산해 3배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변 등 전문가들은 "이렇게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려면 정확한 쌀 관세율을 제시해야 함에도 정부가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개방을 천명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쌀 관세화는 양곡관리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한 입법 사안인데도 정부가 이를 숨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내법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본다. 내년 1월 1일부터 쌀 수입 허가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국회 보고서를 근거로 쌀 관세율을 560%로 산정한 관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법예고 후 3개월 이내에 WTO에 한국의 쌀 관세율 560% 양허표 초안을 통보할 것도 주문한다.

국회가 국내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한 쌀 수입 허가제는 폐지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반면 쌀 수출국들의 권리는 제한적이다. WTO 조약 원문을 보면 이들은 한국이 통보한 관세율이 조약이 허용하는 범위 내 산식을 잘 반영했는지만 검증할 수 있다. 다른 나라가 한국 계산에 이의를 제기한다 하더라도 쌀 관세율이 달라지지 않는다.

이는 곧 한국이 쌀 수입 허가제를 폐지해야 할 국제법상 의무가 없음을 뜻한다.

하지만 정부는 "양허세율(5%)로 쌀을 수입하려면 농식품부 장관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쌀 시장 개방에 따른 고관세율 수입은 양곡관리법상 근거 규정이 없다"고 주장한다. "쌀은 관세화를 유예해 관세를 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루과이 라운드 농산물이행계획서에 양허세율이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관세화는 '의무수입물량 이외 물량'의 수입을 자유화하는 것이므로 양곡관리법 개정 없이 관세화 시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의무수입물량 같은 저율관세 수입은 농식품부 장관 허가 명목이 있으나 쌀 관세화 같이 고율관세 수입 시에는 근거규정이 없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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