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만 매립, 그 20년 간의 기록] (7) 시민단체 대응과 주도 인물

"2001년 4월에 마산만매립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되고, 곧 1인시위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사진도 갖고 있어요. 보세요, 팽팽하지 않나요?(웃음) 그런데 지금까지 이 짓을 하고 있으니…. 서글픕니다. 우리는 15년째 똑같은 자리에서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데, 결정했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습니까? 정규섭, 황철곤, 박완수…. 그들이 6.6m 높이 석축호안이 들어선 해양신도시 매립현장에 단 한번이라도 가봤을까요? 시민들은 앞으로 19만 평짜리 괴물을 보고 살아야 하지만 해양수산부나 마산시에서 결정했던 사람들은 지금 여기에 없어요."

창원물생명시민연대 허정도 공동대표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13년 전 1인시위 사진을 슬쩍 보여줬다. 2000년 마산만살리기시민연합 때부터 해양신도시 반대운동을 해온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정책실장도 비슷한 말을 했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진절머리 나게 힘들고 길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4대 강 반대투쟁도 5년 정도였는데…."

◇마산시민들 2000년에 계획 접해

마산항 개발 차원의 서항·가포지구 매립계획을 시민들이 맨 처음 접한 시기가 언젠지, 이후 시민들의 대응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정확히 알자는 게 오늘 기획의 요지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10일 방문한 창원시 양덕2동의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사무실. 임희자 정책실장과 김은경 사무국장이 마산항개발 관련 자료를 찾아내 쌓아주었다. 2000년도 자료부터 시작됐다.

2000년 11월 17일 해양수산부 제2차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 설명회 내용 중에 마산신항만 개발사업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 자리는 항만개발사업에 참여하려는 민간사업자만 참석했다. 하루 앞인 2000년 11월 16일에는 연안보전네트워크와 마산만살리기시민연합 주최·주관으로 '연안역의 효율적 관리와 마산만 살리기 활동방향'이라는 제목의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경남대 이찬원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연안보전네트워크가 주최하고, 마산만살리기시민연합이 주관했다. 이날 시민들은 마산항 개발계획을 공식적으로 접했다.

토론회에서 당시 마산시 정규섭 도시계획과장은 "현재 마산만은 어항시설과 부두시설 그리고 보세구역 지정 등으로 일반 시민이 쉽게 바다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는 실정이나, 마산항 광역개발계획에 부두기능 외 서항부두에 38만 평의 수변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의 휴식처로 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항·가포지구 매립 개발계획이 추진되고 있음을 처음 공개한 것이다.

2014년 2월 마산해양신도시 매립 모습.

이찬원 교수는 마산만 살리기 방향에 대해 발제했다.

'마산만은 진해만에서 북쪽으로 육지 깊숙이 약 30㎞에 위치한 전형적인 폐쇄성 해역으로 담수의 영향이 많아서 유입물질인 유기질 및 점토, 세립 및 중립의 실트와 점토질이 대부분 만 내에 잔류하고 있다. 마산항은 거제도 북단과 가덕도 사이의 가덕수도로부터 부산수도를 거쳐 약 32㎞ 들어간, 폭 1.1~1.3㎞, 길이 약 9.3㎞의 좁고 긴 마산만의 안쪽에 위치한다.…마산항 광역개발 기본계획에 의하면 상당량의 해역이 다시 매립될 것으로 구상되고 있다. 매립 후의 유동 시뮬레이션 결과를 종합하면 매립법선을 따라 유속저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전반적 유속의 변화는 크지 않으나 국소적으로 최대 3~4㎝/sec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명한 것은 계획도면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마산만은 사라지고 마산항로만 남게 될 전망이다.'

이날 이후 시민 차원의 마산항개발계획 분석과 대응의 중심에 서게 된 그는 "2000년 2월 25일 마산항발전협의회 행사 때 처음 마산항 개발계획을 접했다. 직후인 3월에 마산만살리기시민연합을 발족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마산만살리기시민연합은 마산항 개발계획에 대한 대응기구라기보다, 마산만 전반의 공유수면과 어업·생태 환경을 감시하는 성격이었다.

스크린샷 2014-07-24 오전 1.11.20.png
▲ 왼쪽부터 차윤재 마산YMCA 사무총장, 이찬원 경남대 교수, 임희자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허정도 도시공학박사.

◇2001년 마산만매립반대 범시민대책위

마산항 개발계획에 대한 직접 대응기구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2001년 이후 출범했다.

2001년 4월 13일 마산YMCA, 열린사회희망연대,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가톨릭여성회관, 마창환경운동연합, 전교조마산지회 등 6개 단체가 마산 서항지구 매립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호탄이었다. 이어 4월 25일 위 단체 등 40개 마산창원지역 시민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마산만매립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공식 대응기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이들의 입장은 '신항만 건설을 반대하지는 않으나, 서항지구 매립은 반대한다'는 수준이었다. 해수부의 매립 논리인 준설토 투기장에 대해서는 율구만, 가포만, 비포만 일대와 매립토사가 없어 매립작업이 중단된 수정만 등을 이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해 준비했던 해양수산부 장관 면담 때 이 내용이 담겼다.

"본 단체는 여러 차례 신항만 건설을 반대하지 않으나 서항지구 매립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항지구를 대체할 준설토 투기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기 준설토 투기장과 매립토사 확보의 어려움으로 매립이 중단된 지역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투기장 대체지로는 가포A·B지구와 비포만, 수정만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요구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정책실장은 오류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5월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항부두 앞 바다에서 마산만 매립을 반대하는 선상시위를 하고 있는 마산해양신도시건설반대시민대책위원회와 창원물생명시민연대 . /경남도민일보 DB

"지금 와 생각하면 전체를 못보고 부분만 본 격이었습니다. 2010년을 전후해 가포신항 매립지를 보니까 갯벌화가 돼 있더라고요. 그전 준설토를 부었을 때는 중금속덩어리였는데, 장기간 방치해두니까 중금속이 사라지고 게나 조류 같은 바다생물들이 살아난 것입니다. 그때 깨달았죠. 아, 이게 자연의 재생이구나. 복원이구나. 뒤늦게 안 게 너무너무 아쉬웠지만 이미 늦었죠. 그때부터 마창환경운동연합이나 창원물생명시민연대의 활동은 해양신도시 매립면적을 단 한 평이라도 줄이는 방향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습니다."

마산해양신도시 매립반대 운동은 2003년 9월 발족한 '도시연대'로 이어진다. 도시문화연구소와 마산YMCA, 마창환경운동연합과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창원YMCA가 참여했다. 창립선언문에 그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마산만은 무분별한 매립으로 인해 해안선은 간 곳 없고 태풍 매미의 위력 앞에서 힘 없이 유린당했다. 자손 대대로 물려주어야 할 도시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인간의 탐욕과 무지가 하늘의 축복을 탕진하고 있지 않은가?'

2012년 7월 마산만 매립 반대를 촉구하고, 금융권의 마산만 매립 자금 지원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창원물생명시민연대 . /경남도민일보 DB

당시 도시연대 공동대표였던 마산YMCA 차윤재 사무총장. 그는 이전 마산만매립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부터 도시연대를 거쳐 2010년 이후 창원물생명시민연대 대표로서 지금까지 마산항 개발 반대운동을 이끌고 있다. 지칠 법도 하다. 그러나 그의 투지는 살아 있다.

"지난 4월이 참 아쉬웠어요. 4월 16일에 가포신항 용도변경과 해양신도시 매립반대 행사를 계획했었어요. 행사가 끝나면 지금 해수부 장관이 된 마산합포구 이주영 의원 사무실을 방문할 예정이었죠. 그리고 장관이 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려고 했죠. 그런데 그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거예요. 이래저래 안 좋은 날이었죠. 아, 그때 끝장을 봤어야 했는데!"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