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연속 국가대표 세계 1위…흐트러진 자세에도 백발백중

세계 양궁계의 뜨거운 화제 가운데 하나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진혁(32·현대제철)의 상승세다.

오진혁은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부터 올해 아시안게임까지 6년 연속으로 태극마크를 지키고 있다. 올림픽보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인식되는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을 줄곧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

게다가 국제 대회에 나갔을 때는 입상권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다. 재작년 런던올림픽에서 남자 개인전을 제패한 뒤로 상승세는 못 말릴 정도로 가팔랐다.

그때부터 22일 현재까지 국제무대에서 무적의 위상을 자랑하며 세계양궁연맹(WA) 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오진혁은 올림픽 이후 국제대회 개인전 토너먼트에서 32승 5패를 기록했다. 최근 월드컵에서 후루카와 다카하루(일본)에게 발목을 잡힌 것을 빼면 그 기간 해외 선수들에게 진 적이 없다.

WA는 그런 위상을 기리고자 최근 <오진혁은 누구인가>라는 짧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이 영상물에서 해외 명궁들은 '무서운 한국에서 가장 무서운 선수', '정신력 지존', '10점 제조기' 등의 평가를 내놓았다.

오진혁은 지난 18일 대통령기전국대회 남자 일반부 30m에서 화살 36발을 모두 10점 구역에 꽂아넣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서도 오진혁의 상승세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진혁은 전날 막을 내린 대통령기 대회에서 30m, 50m, 70m, 144발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개인전 토너먼트 정상에 올랐다.

한국 양궁은 선수층이 두터워 국제 대회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오진혁은 거친 상승세의 이유를 지치지 않고 언제나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는 탄력적인 훈련에서 찾았다. 그는 "훈련량을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며 "훈련은 필요할 때 즐기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술 한국 총감독은 "오진혁이 다른 선수들과 달리 헐렁헐렁한 면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기관리가 철저하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훈련량이 다른 선수보다 많지 않지만 꼭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느끼면 만사를 제쳐놓고 집중 훈련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오진혁은 국내외에서 한국 선수 같지 않은 한국 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오진혁은 지난 18일 대통령기전국대회 남자 일반부 30m에서 화살 36발을 모두 10점 구역에 꽂아넣었다. /연합뉴스

자세가 안정되고 동작이 섬세해 기본기가 확실하다고 평가되는 정상급 선수들과 비교되는 흐트러진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오진혁의 자세에서는 보고 배울 것이 하나도 없다"며 "오로지 자기 스타일로 정상급 기량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혁은 마음속에 품은 무형의 감각을 좇아 활을 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만의 포인트(눈금)가 내 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며 "희미한 그 포인트를 찾아 가까이 가면 활이 잘 맞아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1∼2년 잘 맞아들어갈 때 그 포인트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게 감각이 떠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진혁은 자신이 다른 선수들보다 매우 공격적인 경기를 즐기고 있다고 자평했다. 공격성, 적극성, 자긍심, 기술 등을 전반적으로 따질 때 축구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와 자신의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세계 축구계에서 남성미를 대표하는 대형 스트라이커다.

오진혁은 "양궁에서 바람이 불면 선수는 위축된다"며 "나는 내 판단대로 밀고 나가는 자신감, 공격성을 토대로 활을 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종목을 살펴볼 때 이런 성향은 이브라히모비치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며 "자세, 전술이 전혀 통하지 않는 상황도 자신감과 공격성으로 헤쳐가는 스타일이 내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오진혁은 9월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개인, 단체전 2관왕에 도전한다. 그는 "선수라면 개인전 금메달에 욕심낼 수밖에 없다"며 "남은 60여 일 동안 하루하루 온 힘을 기울여 대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연합뉴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