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거제시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 윤명수 씨

포도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포도를 생산하도록 해 수익을 올려주기 위해 논문을 써 원예학 박사학위를 받은 공무원이 있다.

그 주인공은 거제시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 원예특작담당 윤명수(48·사진) 주무관이다.

진영의 단감시험장에서 임시직으로 시험분석 일을 하던 윤 주무관은 당시 선배 공무원으로부터 정직 공무원이 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지도직 시험에 합격하면서 공무원이 됐다. 1996년 12월 21일 정직 공무원으로 첫 발령을 받았다.

경상대학교 대학원(95년 입학)을 다니던 그는 공무원으로 일을 하면서 한가지 의문점을 갖게 됐다.

과일 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의 목적은 당연히 좋을 과일을 많이 생산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농촌지도사였던 그는 과일 농사를 짓는 현장을 자주 다녔다. 과일 농사를 지으면서 질소질 비료를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윤 주무관이 알기로는 질소질 양분보다는 탄수화물이 좋은 과일을 만드는 데 훨씬 많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 내용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고, 확신을 갖고 그 결과를 농민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논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001년 시작된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1개의 과일을 키우는 데 얼마나 많은 양분이 필요할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됐다.

논문의 제목은 '착과-제과교호처리에 의한 부유 유목의 착과에 소요되는 비구조적 탄수화물과 질소의 양적 추정'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양분에 대한 실험을 시도했다. 공무원 신분으로 연구에만 몰두할 수 없었던 그는 이 논문을 완성하는 데 무려 10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간단하게 논문을 정리하면 '과일 1g을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양분이 얼마나 되는가'라는 것이다. 200g짜리 단감 하나를 생산하는 데 비구조 탄수화물 4.9g과 질소 0.5g이 소요되며, 건물중(식물체의 생장부분 또는 전체를 생장 해석을 위해 완전히 말렸을 때의 무게)은 15.4g이 감소된다는 것을 추정한 것이다.

논문이 완성되기 2년 전인 2008년에는 자신이 직접 포도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지인의 포도밭을 대신 관리해준 것이다.

2년 정도 관리를 하던 윤 주무관은 포도 재배 경험도 쌓고, 다양한 실험도 해서 거제지역 포도 재배농가 지도에 활용하기 위해 동부면 산양리 자신의 땅 1650㎡에 포도밭을 일궜다.

그렇게 자신의 포도밭에서 착과량 조절, 성목이식, GA처리시기·처리농도 등 다양한 실험을 한 것이 논문 완성에도 큰 도움이 됐다.

지금도 그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는 그는 포도 농사를 지으면서 체득한 과원관리 생력화 방법을 농가들에 가르쳐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즐기는 삶을 살자'라는 게 삶의 철학입니다. 삶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삶을 살다보면 어렵고 힘든 일이 많겠지만 삶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행동하지 않겠습니까."

2013년 포도 농사에 소모한 시간을 계산했더니 350시간, 44일 정도였다고.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운동 삼아 농사일을 하고, 7시쯤 집에 와 아침을 먹고 출근하는 것이 그의 아침 모습이다.

"개인적으로는 '화목한 가정' 만드는 것이 소박한 꿈입니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에 있는 '여미지 식물원'처럼 거제시에 '아열대 식물원'을 꼭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