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 그 후]메이저리거 꿈꾸는 하재훈-2009년 12월 22일 자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포수 꿈꿔'

경남도민일보 2009년 12월 22일 자 16면 메인기사 제목이다. 마산용마고 출신으로 미 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구슬땀 흘리고 있던 하재훈 인터뷰였다.

하재훈은 마산용마고 3학년이던 2008년 7월 미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다. 당시 하재훈의 미 프로야구 진출은 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한 야구인은 "프로야구 드래프트에 참가했다면 2차 라운드 중위권 정도에서 지명됐을 것"이라며 낮게 평가했다. 하지만 시카고 컵스에서는 강한 어깨와 빠른 발 등 장래성을 높이 평가했다.

고교 시절 투수·야수·포수 등 전 포지션을 소화했고, 시카고 컵스에 입단해서는 포수로서 꿈을 키웠다. 당시 인터뷰 때 하재훈은 자신의 목표를 이렇게 밝혔다.

"3년 후 메이저리그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최초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싶습니다."

시카고 컵스 입단 후 모교 마산용마고에서 개인훈련을 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그로부터 5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아쉽게도 그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최현(LA 에인절스)이 이미 '한국계 최초 메이저리그 포수' 타이틀을 가져가기도 했다.

하재훈은 현재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계속 입은 채 더블A에서 뛰고 있다. 포지션은 포수에서 중견수로 전향했다. 미 프로야구에서는 외야수 가운데 중견수 역할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구단에서 그의 강한 어깨를 살릴 수 있는 포지션으로 중견수가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빠른 발이 있어 폭넓은 수비가 가능한 점도 한몫했다. 타격에서는 변화구에 많은 약점을 보였지만, 많이 보완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5월에는 '하재훈'이라는 이름이 새삼 주목받았다. 컨디션 점검차 마이너리그에 등판한 LA 다저스 클레이턴 커쇼를 상대로 2루타 포함 2안타를 뽑아낸 것이다.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인 커쇼를 상대로 불방망이를 뽐낸 것이기에 주목받기 충분했다.

우리나라 나이로 25살인 하재훈은 여전히 마이너리그 유망주에 이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더블A에서 타율 0.284, 출루율 0.384, 21득점, 8도루 성적을 내며 트리플A로 승격하기도 했다. 기대감이 무르익었지만 메이저리그 승격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한동안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준비했지만, 부상이 찾아왔다. 훈련 중 손목을 다쳐 올해 초 수술을 받은 것이다. 현재는 회복돼 경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는 올해 빅리그 진입을 목표로 더블A에서 활약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재훈은 시즌이 끝나면 모교 마산용마고를 찾아 개인훈련을 한다. 지난해에는 마산용마고 동문이 총출동한 야구대제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마산용마고 김성훈 감독은 평소 메신저 등을 통해 하재훈과 연락을 주고받는다.

"가족과 떨어져 미국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데, 성격이 무던해 외로움은 덜 타는 편입니다. 시즌 중에는 시합·훈련·숙소에서 휴식, 거의 이 생활을 반복하는 것 같아 좀 지겹기는 할 겁니다. 영어공부 좀 열심히 하라고 해도 듣지도 않아요. 그래도 눈치·코치로 의사소통에는 문제없다고 합니다."

김성훈 감독은 머지않아 희소식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로 활동한 바 있는 성민규 야구해설위원과 얼마 전 얘기를 나눴습니다. 하재훈이 부상에서 회복해 지금은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더블A에서 트리플A로 가지 않고 바로 빅리그 승격이 가능합니다. 올해 혹은 내년에는 빅리그 진출을 다시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재훈은 2009년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잠시 늦춰졌을 뿐이다. 곧 '메이저리거 하재훈' 소식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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