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밴드 박대현·이가현 교사…1년 전 노래 동영상 '에어컨 좀' 최근 화제

함안 칠서초등학교 박대현(33) 교사는 우리를 6학년 1반 교실로 데려갔습니다. 교실에는 책걸상이 20개 정도 있었습니다. 방과 후 교실은 아이들의 일상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악기들이 가득했습니다. 이곳이 바로 수요일 밴드가 연습을 하고 녹음을 하고 영상을 찍는 작업실이라고 합니다. 박 교사가 커피를 끓이는 사이 같은 학교 이가현(27) 교사가 교실에 들어섭니다. 박 교사와 이 교사, 이렇게 두 명이 수요일 밴드 구성원입니다. 수요일 밴드는 최근 '에어컨 좀'이란 노래가 담긴 동영상으로 새삼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학교 현장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면서요. 맞습니다. 수요일 밴드 노래 중에는 학교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은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비판정신이 번뜩이는 내용은 아닙니다. 수요일 밴드의 음악은 그냥 신나고 재밌습니다. 이들은 그저 즐겁고 행복하게 노래를 만들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아이들 앞에 섭니다. 유쾌한 수요일 밴드(줄여서 수뺀)의 노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실까요?

- 왜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거죠?

박대현 "작년 7월 초에 올린 동영상인데요. 인디스쿨이라고 페이스북에 초등학교 교사 커뮤니티 페이지가 있어요. 거기에 우리 노래 동영상이 공유가 많이 됐었죠. 그래서 제 생각에는 그 페이지에 있는 동영상을 어떤 기자가 보지 않았나 싶어요. 제일 먼저 기사가 난 곳에서 사회 비판적인 가사를 담고 7월 11일 음원을 발매했다는 식으로 썼어요. 그걸 또 다음 뉴스 첫 화면에다 올렸어요. 그러니까 바로 똑같은 내용으로 온라인 기사들이 막 뜨기 시작했죠. 그러더니 지난 16일인가 수요일 밴드가 다음 검색어 1위에 오르더라고요. 그래서 16일을 우리가 '수뺀데이'로 정했습니다."

- 다른 노래 동영상에서는 얌전하게 부르시던데, '에어컨 좀'이란 노래는 좀 다르던데요?

박 "다른 노래는 다 라이브였죠. '에어컨 좀'이란 노래에는 랩이 있는데요, 도저히 랩을 실시간으로 못 하겠더라고요. 가사도 안 보고 하면 안 되고. 그래서 이거는 어쩔 수 없다. 립싱크로 가자. 얼마 전 다음 포털에 누가 어디다 박자를 맞춰야 하느냐고 댓글을 달았더라고요."

최근 '에어컨 좀'이란 노래 동영상으로 주목을 받은 수요일 밴드 박대현(왼쪽)·이가현 함안 칠서초등학교 교사. /강대중 독자

- 밴드 활동은 작년부터 하셨죠?

박 "칠서초 오기 전에 통기타 그룹 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다들 아이를 낳고 나서 애 키우느라 바빠서 잘 안 됐어요. 그러다 이 학교 와서 근처 학교에서 일하는 후배랑 해서 4명으로 시작했죠. 지금은 저와 이가현 선생님 둘이서 합니다."

- 이가현 교사는 어떻게 보컬로 합류하셨지요?

박 "자기가 노래를 잘한다고 하기에."

이가현 "제가요? 아니에요! 전 그냥 노래를 좋아한다고 그랬죠. 박대현 선생님이 이 학교 오고 나서 젊은 선생님들끼리 회식 자리 가는 길이었어요. 처음 본 날이었어요. 그래서 차 타고 가는데, 취미가 뭐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노래하는 거 좋아합니다, 그랬더니 그럼 내가 가수를 시켜주겠다, 그러더라고요. 이거 뭐지, 싶었어요. 그때는. 제 노래도 안 들어본 상태에서 일단 하기로 결정돼버린 거죠. 그러고 밴드 모였을 때 가서 노래 처음 불렀어요."

- 노래 가사가 재밌는데요? 예를 들면 '어색해 공개수업' 같으면 '아직도 어색해 공개수업 언제쯤 익숙해지나 호봉 좀 올라가면 나아질까 어색한 공개 수업'이라거나 '우유 가져가'에서 '선생님 제티 타 먹으면 안 돼요? 옆 반은 된다는데 왜 안돼요?' 같은 부분이요. 아이들하고, 동료 교사들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박 "그게 제 스타일이죠. 사랑을 많이 안 해봐서 그런가 사랑 노래 같은 것도 못 만들고요. 무슨 말인지 모르는 시 같은 걸로도 노래 안 만들고요. 먼저 어떤 것을 소재로 노래를 만들어야지, 이런 생각으로 현장을 며칠 동안 가만히 보고 있어요. 그러면 가사와 멜로디가 나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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