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매주 주말이면 습관처럼 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 뭔가 계획적으로 장을 본다기보다는 오늘은 또 뭘 해 먹나 고민하다가 싸게 파는 거, 맛있어 보이는 거, 덤으로 주는 거, 이것저것 즉흥적으로 사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둔다. 그리고 넣어뒀던 식재료들은 주중에 다시 꺼내 요리해 먹기도 하고 안 꺼내 먹기도 한다.

친정에서 시댁에서 농사 지은 거, 각종 반찬 등 이것저것 보내주시면 먹고 또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을 게 냉장고에 있는데도 또 그 다음주에 같은 방식으로 또 장을 보고, 또 냉장고에 넣어두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냉장고에 내가 알지 못하는 봉지가 가득해지고 내가 뭘 사서 넣어놨는지 어떤 걸 먹고 안 먹었는지조차 모를 만큼 냉장·냉동실이 가득해진다. 더 이상 넣을 데가 없을 때 내가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다 꺼내기 시작한다. 냉장고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살림을 하는 모든 이가 냉장고에 뭐가 들었는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날씨에는 음식이 잘 변하기 때문에 오래 두고 먹을 수 없는 건 조금씩 요리해서 금방금방 먹어치워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게 현실! 그럴수록 분기별로 냉장고 다이어트를 해주자.

난 집에서 뭘 그리 자주 해 먹는 것도 아닌데 식비가 많이 나오길래 생각해보니 문제는 냉장고였다. 그냥 사서 넣어두고 또 넣어두고, 그러다가 안 먹으니 버리고, 유통기한 지나 버리고. 생각해보면 다 돈인데 참 아깝다.

지난달 난 냉장고 청소를 싹 하고 안에 있는 식품들을 다 정리하면서 한 달 동안 장을 보지 않기로 했다. 과연 장을 안보고도 먹을 게 있을까 걱정됐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냉장고에 든 건 무궁무진했다. 꺼내고 꺼내도 먹을 게 계속 나왔다. 내가 이렇게 많이 넣어뒀단 말인가 싶을 정도로…. 보물창고 같은 냉동실. 나물 얼린 것도 있고. 잡채 얼려놓은 거. 국 얼려놓은 거. 생선부터 돼지고기, 오리고기. 게다가 밤, 옥수수 등등 별의별 게 다 나왔다.

정리하다 보니 넣어뒀던 게 생각나기 시작했다. 하나만 있는 것도 있지만 두세 개씩 있는 것도 있었다. 사고도 까먹고 또 사고 한 것이다.

이제부턴 내 머릿속을 믿지 말고 냉장고에 메모라도 써서 붙여둬야겠다. 냉장실·냉동실에 뭐가 들었는지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꺼내 먹기 위해서, 그리고 반복 구매를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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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다이어트를 하면 군살이 제거되고 건강해지는 것처럼 냉장고도 다이어트를 하면 냉장고의 기능이 살아난다.

이번 여름, 우리 몸 다이어트만 하지 말고 가족의 건강과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냉장고 다이어트도 함께 해보면 어떨까.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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