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동구밖 생태·역사교실] (8) 창원·함안

사람들은 흔히 역사나 문화재에 고정관념이 있다. 역사라 하면 선사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처럼 오래된 옛날을 먼저 떠올린다. 문화재는 규모가 크고 가치가 대단하며 일상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들 생각한다. 그런 인식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언제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번 역사 탐방은 그런 생각을 조금 바꿀 수 있는 쪽으로 시간을 마련했다. 영은·덕산 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한 6월 28일은 첫 탐방지로 주남저수지 들머리에 있는 창원향토자료전시관(창원시 동읍)을 찾아갔다. 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 만들지 않았고 개인이 갖고 있던 자료를 모아서 만든 전시관이라는 점이 남다르다.

가장 먼저 찾아간 창원향토자료전시관에서 숨은그림찾기를 하며 향토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아이들과 선생님.

여기 물건들은 아무리 거슬러 올라가도 지금으로부터 60~70년 정도다. 우리 시대 보통 사람들의 삶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들이다. 교과서에서 만나지는 역사에 비기면 아주 짧다. 하지만 이번에 함께 한 친구들에게는 대부분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들이다.

아이들은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 선생님들과 모둠을 이뤄 '숨은그림찾기'를 했다. 오늘날 전자계산기와 같은 물건을 찾아 이름을 적고 그려보라는 문제도 있고, 옷을 다리는 물건을 찾아 그 안에 무엇이 담기는지 알아보는 문제도 있다. 기름 호롱에 새겨진 '불조심' 글자도 찾아보게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찾아다니던 친구들은 눈에 담기는 것마다 신기해했다.

여기를 둘러본 느낌글 가운데 하나다. "내가 사는 근처에 이런 곳이 있다니 정말 놀랍다. 나는 문화재는 경주에 있는 것들이나 커다란 박물관에 있는 것들이라고만 생각했다. 50년만 지나도 소중한 문화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사탐방이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그런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영은·덕산 두 지역아동센터는 창원향토자료전시관과 마찬가지로 동읍에 있다.

역사탐방 진행에서 핵심은, 무엇인가 가르쳐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는 데 있다. 즐겁게 노는 가운데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면 그만이다. 오래되지도 않았고 화려하거나 거창하지도 않은 '향토 자료'를 전시하는 장소에서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훗날 역사가 되고 문화재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탐방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은 가야 시대로 1500년 안팎 세월을 '짠~' 순간이동을 했다. 함안박물관에는 융성했던 아라가야의 유물들이 나와 있다. 박물관 앞 연못에는 연홍빛 고운 아라홍련도 활짝 피었다. 함안 성산산성에서 발견된 700년 전 고려시대 연씨를 새롭게 심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아름다움으로 치자면 오히려 개량을 거듭한 요즘 연꽃이 더 화사하고 선명하겠지만 그 수수함에 더해져 있는 긴 세월을 건너 환생한 사연은 그 무엇에 비길 수 있으랴 싶다.

다음으로 찾아간 함안박물관. 아이들이 수레바퀴모양 토기 앞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말할 때 또하나 중요한 것은 쉽게 접근하는 것이다. 박물관 유물들이 어디서 나왔을까요 물으니 땅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가 없다. 특히 왕이나 귀족이 쓰던 유물은 주로 무덤에서 나온다는 것을 많이 신기해했다. 여기 유물 대부분이 바로 옆 말이산고분군이라는 떼무덤에서 나왔다고 하니 쉽게 알아들 듣는다.

박물관에서 치른 미션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박물관 앞 건물 모양은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가?였다. 들어갈 때는 앞에 서서 요리조리 살펴보고는 '첨성대'라고 답을 적은 팀이 많았다. 언뜻 보면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정답은 불꽃무늬토기. 나중에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서는 첨성대가 아니라 함안 아라가야를 대표하는 유물임을 알고 뿌듯해 한다. 마지막 불꽃무늬를 손수 그려보는 문제는 모두들 자신있게 해치운다.

박물관·기념관 건물은 저마다 상징하는 바가 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김해 가락국의 으뜸 산물 쇠를 씌워 만들어 거뭇거뭇한 녹빛을 띤다. 거제 옥포대첩기념관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 대표 전선 판옥선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러니 어디에 가든 이것이 무엇일꼬?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함안박물관에서 나눈 마지막 이야기는 '미늘쇠'. 버스를 타고 나오다 나들머리에 잠시 세우고 박물관 간판으로 서 있는 미늘쇠를 살펴봤다. 미늘쇠는 우두머리들이 제사지내거나 행사할 때 썼던 물건이다. 예나 이제나 사람들은 자기한테 필요한 것들을 갖게 해달라고 이루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빈다. 여기 달린 엄마 뱃속 웅크린 아기 모습에는 자식을 많이 낳아 번창하고 싶다는 소원이 들어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인간과 하늘을 잇는 새 모양이기도 하다.)

이어 통합 창원시 내서읍 삼계리 삼풍대로 간다. 산림청은 2013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숲으로 삼풍대를 꼽았다. 소중한 문화유산에는 이렇게 잘 가꾼 마을숲도 있다. 마을숲은 큰물이 지면 물이 더디 오도록 하고 바람도 막아준다. 여름에는 덜 덥게 하고 겨울에는 덜 춥게 한다. 액맥이 구실까지 하며 마을을 지켜왔다. 역사나 문화가 일상과 동떨어진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삶의 자취임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여름날 오후, 삼풍대 짙은 나무 그늘은 땀을 식히고 게임도 하고 도전골든벨도 하게 해준 고마운 존재였다.

창원시 내서읍 삼계리 삼풍대로 갔다. 산림청이 지난해 가장 아름다운 마을숲으로 선정한 곳이다.
시원한 삼풍대 그늘에 앉아 '도전 골든벨'도 했다. 사뭇 진지한 모습이다.

마지막은 물놀이. 여름에는 뭐니뭐니해도 물놀이가 최고다. 광려천은 이제 도심을 가로지르는 고마운 쉼터다. 가뭄 때문에 아쉬웠지만 그래도 조그맣게 고여 있는 물에는 물고기도 살고 고둥도 있었다. 첨벙첨벙 아이들은 신이 났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느낌을 글로 쓰게 했더니 대부분이 물놀이에 대해서였다. 이런!! 그렇게 열심히 역사 공부를 했건만 기억에는 물놀이가 가장 많이 남는단다. 그래도 좋다. 이어지는 역사탐방에서 아이들은 시루에 담긴 콩나물처럼 어느새 제대로 자라날 테니까.

이날 마지막 일정은 물놀이다. 내서 광려천에서 첨벙첨벙 물 속으로 뛰어드는 아이들.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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