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고등학생이던 1990년대 후반, 어느 아는 시의원이 있었다. 그 시의원은 "종금아, 아재가 돈 버는 법을 갈차줄까?"라고 했다. 아재가 말한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어느 시골 빈 터에 땅을 사놔라. 아무데라도 상관없다. 그린벨트나 절대농지만 아니면 된다. 니가 갖고 있으면 니 평생에 한 번은 거기 개발을 하거나 길을 내거나 할 끼다. 그러면 땅 값이 10배로 뛰는 기라. 100배로 벌고 싶으면 니가 나중에 커서 힘이 생기면 거기 산단을 할 수 있도록 해 봐라. 산단이 되면 도로 나고, 전기 들어오고, 상하수도 들어오면 기맥힌 땅이 되는 기다. 굳이 산단이 아니더라도 산단 인근에만 땅이 있으면 땅을 용도변경하기도 쉽다"고 침을 튀겨가며 말했다. "아재요. 그래도 산단인데 뭔가 공장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교?", "아이다. 그럴 필요 없다. 창고 몇 개 지어 놓으면 된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모든 법들이 '보호나 보전'보다는 '개발'에 방점이 찍혀 있다. 예를 들면 골프장 개발의 경우, 민간사업자가 80%의 부지를 확보하면 나머지 20% 부지는 강제수용할 수 있다. 자연히 부동산 광풍이 불 수밖에 없고, 이 광풍의 흐름을 주도해 이익을 본 세력이 생겨났다. 전국구 단위에서는 재벌들이 그들이고, 지역 단위에서는 이를 '토호'라고 한다. 이들 토호는 온갖 이권과 연결돼 있으며, 가진 이권에 비례해 지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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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멍들게 하고, 지역의 재정을 고갈시킨 주범을 누구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토호라고 답할 것이다. 납득이 안 되는 토목사업, 민자사업, 지역행사의 뒤에는 늘 그들이 있었다. 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은 토호들에게 고개 숙이기 바쁘다. 토호 하나를 잘 잡으면 수백 수천 무더기 표가 쏟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심지어 야권 후보도 토호의 영향력이 무서워 토호개혁을 입에 올리지 못한다. 토호들을 손대지 않고 지역을 개혁하는 건 불가능하다. "토호를 개혁하겠습니다"이런 슬로건을 내 평생에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얘기해 둔다. 바보들아, 문제는 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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