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앞에서 규탄 "관세율 왜 공개 안하나"…경찰·도청 청경·공무원 농민 끌어내

'쌀 시장 개방'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가 경남도청 앞 길바닥에서 처참하게 박살났다.

도내 농민들은 정부가 한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전면개방 결정의 불합리성을 도민에 알리고자 21일 오전 도청 앞 인도에 천막을 쳤다. 하지만 경찰과 도청 청경, 창원시와 도청 공무원들이 이를 무참히 부쉈다. 경찰은 농민들이 도로교통법을 어겼다며 천막을 에워싼 후 강제로 철거했다.

농민들은 분노하며 도청 현관 앞으로 가 홍준표 지사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이 마저도 물리력으로 저지됐다. 농민들은 비록 이날은 실패했지만 다시 천막을 설치해 장기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한 농민은 경찰과 행정 당국의 행위를 두고 "당장 쌀 시장이 개방되면 우리가 다 굶어죽게 되는 것이 자명한데 국민이 이렇게 죽어가도록 내버려두는 정부의 쌀 시장 개방 만행을 도민과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이냐"며 "이를 막는 당신들은 앞으로 다들 외국산 수입쌀만 먹고 살텐가"라고 절규했다.

이날 천막 설치에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을 비롯한 경남농민연대(준)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이번 쌀 개방 정책이 졸속적이고 독단적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경남농민연대가 21일 오전 졸속적이고 독단적인 쌀 관세화 개방 선언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후 경남도청 앞에 농성을 위한 천막을 설치했다. 그러나 창원시청 공무원들과 경찰들이 이를 철거하면서 한 농민을 도로 밖으로 끌어 내고 있다. /박일호 기자

이들은 "이번 쌀 관세화와 관련한 정부 발표는 농민단체, 국회, 국민 요구를 무시한 불통농정 선언에 다름아니다"면서 "쌀 농업 붕괴는 전체 농업 붕괴로 이어질 것이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에 이번 WTO 쌀협상은 신중하면서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정부는 관세율이 고율인지 아닌지,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 어떻게 버틸 것인지 밝히지도 않고 국회가 그토록 요구한 관세율도 공개하지 않은 채 무엇이 급한지 관세화 개방 선언부터 해버렸다"고 지적한 뒤 "임기도 보장되지 못하는 장관이 FTA, TPP 협상에서 쌀을 제외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믿으라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한 중차대한 쌀 시장 개방 방법을 국회 보고로만 마무리한다는 것은 최소한 절차도 무시하겠다는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이 주장한 '사전 동의'마저 묵살한 것은 국회도 인정하지 않고 '통상독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치구 한국농업경영인경상남도연합회장은 "정부의 대책없는 쌀 개방에 우리 농민들은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있다"면서 "농민단체들과 협의없이 밀어붙이기로 쌀 시장을 개방한 것과 개방에 따른 관세율을 밝히지 않은 정부는 농민은 물론 전 국민을 우롱했다"고 농정 당국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김 회장은 발언 도중 도민이 농업을 지켜주기 바라는 의미에서 절을 세 번 올리기까지 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농민단체 의견을 듣겠다며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등과 공청회 등을 열었다. 또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정부의 쌀 시장 개방 의도가 노골적이라며 야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정부는 이를 두고 '농민단체들 간 입장차가 상당하다'며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천막 철거 과정에서 도청 청경과 공무원들이 도청 앞 대로변까지 나와 농민들을 끌어내 물의를 빚었다. 농민들이 천막을 치려 한 장소가 경남도청 관할이 아닌 창원시가 관할하는 인도였음에도 천막 철거에 도청 청경과 공무원이 동원돼 농민들의 울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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