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안행위서 경찰청 업무보고…의원들 과잉진압 질타 사과촉구

"사람을 저렇게 짓밟는 곳은 없다. 2014년 경찰의 최악의 모습이다. 사과하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지난 18일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밀양 송전탑 농성장 강제철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논란이 된 경찰의 불법성과 인권유린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그러나 이성한 경찰청장은 "정상적인 공무집행에 대해 사과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안행위 전체회의에는 지난 6월 11일 농성장 행정대집행 과정에 현장에 있었던 밀양 송전탑 반대 할머니 3명이 참관했다.

안행위 소속 의원들은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 검거에 대한 경찰 대응 문제점과 더불어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과잉진압과 인권침해 문제를 질타했다.

앞서 밀양 주민들과 전국 167개 시민사회단체는 밀양 농성장 강제철거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와 직권남용, 변호인 접견권 침해 등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해달라며 안행위에 청원을 했었다. 또한 주민들은 강제철거 당시 피해에 대해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은 "알몸의 할머니를 남성경찰이 주도해서 진압했다. 행정대집행 할 수 없는 경찰이 칼로 천막을 찢고 고령인 주민들을 고려하지 않고 대화를 요구하는 주민들을 무시하고 진압에 몰두했다"며 "경찰과 철거용역이 뭐가 다르냐. 주민들에게 사과하라. 인권유린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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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한 경찰청장./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성한 경찰청장은 "밀양 현장에서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주민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국가정책 추진이라 부득이하게 집행할 수밖에 없었던 점 이해해달라. 인권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안행위 새정치연합 정청래 간사는 경찰청장에게 거듭 사과를 촉구했다. 정 의원 발언에 앞서 회의장에 6월 11일 농성장 강제철거 현장 동영상이 방영됐다. 당시 주민들이 울부짖고, 경찰이 움막을 철거하며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장면이었다.

정 의원은 "행정대집행을 경찰이 하나. 끌어내고 찢고. 연로하신 할매들을, 알몸인데. 누가 지시했느냐"고 물었다. 정 의원은 이 청장이 위험물질이 있어 그랬다고 답하자 "연로한 분들을 잔인하게 진압할 문제냐. 그러고 나서 이겼다고 희희낙락하며 승리의 'V'자 사진이나 찍느냐"라고 질책했다.

이어 "사람을 저렇게 짓밟은 곳이 없다. 커터 칼로 자르고, 수녀 끌어내고 2014년 경찰 최악의 모습이다. 참관한 저분(할머니)들이 울고 계시지 않느냐. 사과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 청장은 "공무집행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게 있다면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상적인 공무집행에 사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저에게는 청장이 '잘못했다'고 4번이나 했다. 뭘 잘못했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의원들의 질타는 계속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은 "주민들은 위험물질 없었다고 한다. 법집행기관이 남용한 것이다. 마치 경찰이 시청인 양 대신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 청장은 "경찰이 뒤로 빠져 있는 상황에서 폭발사고라도 생길 위험을 방지하려고 부득이하게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도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를 따졌다. 김 의원은 강제철거 당시 밀양 부북면 127번 농성장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있다 끌려나왔었다. 김 의원은 "경찰이 저의 사지를 들고 나왔다. 몸에 10여 군데 멍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청장은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저와 있던 할머니들도 가만히 있었는데 똑같은 상황이었다. 국회의원에게는 사죄하고 주민에게는 사죄 못하느냐"고 따졌다. 이 청장은 답을 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박남춘 의원은 "경찰의 공권력이 바로 서려면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국책사업에 불가피했지만 국민 가슴에 못 박은 것 바로 잡는 모습 보여줘야 신뢰받는다"며 "화면 다보여줬는데 그렇게 회피하는 경찰을 누가 신뢰하겠느냐. 감찰하라"고 다그쳤다. 이에 이 청장은 "잘못된 것이 있으면 감찰하겠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제대로 공무집행했다고 하지만 주민은 짓밟히고 인권유린당했다고 한다. 주민들도 방청하고 있고, 동영상도 틀었다. 청장은 아버지, 어머니 안 계시냐. '죄송하다' 말 한마디 못하느냐. 출세는 했겠지만 인간적으로 피도 눈물도 없는 것 같아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발언을 마쳤다.

진영 안행위원장은 전체회의 마무리에 앞서 "행정대집행에서 경찰이 과잉진압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과정을 재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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