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 자치단체장 연임 8년 제한

지난 1일 홍준표 도지사가 경남도청 출입 기자단을 향해 “지방자치단체장 연임은 한 번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행 정치 제도 아래에서 중앙정부는 제법 투명해졌지만, 자치단체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

당시 발언을 간추리면 “자치단체장 연임 12년은 너무 길고, 연임을 8년으로 제한하는 게 맞다”는 정도가 된다.

현직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드물게 현행 지방자치제도 근간 중 하나를 건드린 폭탄급 발언이었다.

이 발언은 자연스럽게 도내 공직사회와 지방자치 관련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회자되고 있다.

1991년 지방의회 재개원, 1995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동시 선거로 역사상 두 번째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었지만 ‘한국 지방자치제도’는 여전히 미완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여당 대표를 했고, 현역 광역자치단체장, 여기에 차기 여당 대선 후보로 나설 뜻을 밝힌 그이기에 이 발언은 ‘호불호’를 떠나 주목할 만하다. 그의 말처럼 자치단체장 3선 연임은 ‘지방자치의 독’일까?

◇홍준표 지사 발언 정리해보면 = 홍 지사 발언은 지난 1일 취임식 인사차 도청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기자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중앙정부는 투명해졌지만, 자치단체는 아직 투명하다는 느낌이 없다. 기초단체장은 영·호남처럼 특정 정당이 독점하는 지역에서는 한 번 (당선)되면 12년 하는 게 맞지 않다. 두 번 정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를 해보면 기초단체장은 징계할 수도 없다. 잘못은 모두 실무 공무원이 뒤집어쓰게 돼 있다. 그 구조를 깨려면 12년을 하는 게 맞지 않다. 두 번 정도가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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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부군수가 4급이어서 지휘가 잘되지 않는 점 등을 들며 인사권과 재정권 확대를 강조했다.

◇3선 연임한 전직 자치단체장 “부정적” = 1995년 광역·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동시 선거 시행 이후 경남도지사 중 3선 연임을 하며 임기를 다 채운 이는 없다.

2010년 전까지 20개 시·군, 통합 창원시가 출범한 2010년 7월 이후 18개 시·군 기초자치단체장 중 연임한 이는 이상조 전 밀양시장, 김병로 전 진해시장, 송은복 전 김해시장, 황철곤 전 마산시장, 김수영 전 사천시장, 조유행 전 하동군수, 이학렬 전 고성군수 등 7명이다. 조유행·이학렬 전 군수는 올 6월 말 임기를 마쳐 가장 최근 퇴임한 연임 단체장이다.

홍 지사 발언에 대해 조유행 전 군수와 이학렬 전 군수는 모두 말을 아꼈다.

조 전 하동군수는 “그와 관련해서 따로 말하고 싶지 않다. 떠난 군수이지만 괜히 의견 대립처럼 비칠 수 있다”고 말해 다소 부정적임을 짐작게 했다.

이와 달리 이상조 전 밀양시장은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전 시장은 1991년 민선 1기 도의원을 거쳐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시장으로 재임했다. 특히 이 전 시장은 재임 때인 2005년 ‘자치단체장 3선 연임 제한’ 규정과 관련해 ‘공무담임권을 제한하고 연임 제한 규정이 없는 국회의원·지방의원과 비교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27명이 낸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함께 했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6대 3으로 청구를 기각했다.

이 전 시장은 “능력이 있고, 지역발전을 위한 작품을 만들려면 최소 4선(16년)은 해야 한다”며 “일부 범법을 저지른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탓에 전체가 매도되기도 하지만 예전 관선 때보다 민선 시기에 자치단체가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민선 자치단체장은 뭐라도 해보려고 버둥거린다. 잘못된 것은 언론과 의회가 지적하면 된다. 그런데 무조건 연임을 제한하자는데, 그럼 국회의원은 연임 제한을 두지 않느냐.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직 공무원 “솔직히 홍 지사 얘기가 맞다” = 이상조 전 밀양시장의 견해와 달리 현직 공무원은 오히려 필요한 조치라고 공감했다. 창원시 6급 공무원인 윤종갑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은 “홍 지사가 공직사회가 느끼는 가려운 부분을 얘기했다. 공무원에게 물어보면 찬성이 80% 이상 나올 것이다”고 운을 뗐다.

우선 12년 연임을 하면 해당 시·군의 역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윤 본부장은 “도내 대부분 자치단체는 특정 정당 후보가 한 번 집권하면 공천에서 떨어지지 않는 한 12년 연임이 어렵지 않다. 2년 정도면 업무 파악이 가능하고, 나머지 6년 정도면 자신이 세운 계획은 거의 다 펼 수 있다. 그런데 똑같은 생각을 하는 이가 12년간 수장을 하면 역동성이 사라진다”며 “선출직이다 보니 지역사회 인적 네트워크를 장악하기 쉽다. 12년을 하면 지역 토착 기득권과 유착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2007년부터 주민소환제를 시행했지만 현실적으로 시행이 워낙 까다로운 상황에서는 시민, 공직사회 모두 갑갑하다”고 말했다.

공직사회 내부 문제도 지적했다. 윤 본부장은 “시·군정을 독단적으로 운영해도 공무원이 바른말을 하기 어렵다. 한 번 찍히면 12년을 가야 하니 말이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만 승진하는 일도 잦다. 이런 공직사회 폐단을 줄이려면 연임을 2회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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