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24) 전북 진안군 마이산 탑사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의 경계에 있는 두 개의 암봉. 말의 귀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여진 마이산. 기묘한 생김새는 멀리서 바라보아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산 아래 자리한 마이산 탑사 역시 신비한 기운을 담고 있다.

전북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 마이산 남쪽 사면에 자리한 탑사. 마이산 남부주차장에서 1.9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탑사는 100여 년 전 이갑용 처사가 쌓은 80여 개 돌탑으로 유명하다. 간절한 소원을 담아, 켜켜이 쌓아 올려진 각양각색의 원뿔형 돌탑들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정성스런 마음이 깊숙이 파고든다.

가는 길은 봄 벚꽃으로 유명한 벚나무길이다. 한때 흐드러졌을 벚나무길은 연초록 시원한 그늘로 기분 좋은 산책길을 만들어 놓았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이산 초입에 있는 금당사를 만난다. 금색 화려한 지붕이 눈에 띄는 이곳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금산사 말사로 신라 현덕왕 6년 중국 승려 혜감이 창건한 사찰이다.

금당사를 지나 다시 걷다 보면 탑영교 옆으로 잔잔한 저수지가 나온다. 탑 그림자가 드리우는 곳이라 하여 탑영지라 불리는 이곳을 지나면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이 담겨 쌓아 올려진 크고 작은 돌탑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30분 정도 걸으면 탑사 입구이자 마이산을 뒤편에서 감상할 수 있다. 마이산은 봄에는 안갯속에 우뚝 솟은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 하여 돛대봉이라 불리고 여름에는 수목 사이에서 드러난 봉우리가 용의 뿔처럼 보인다 하여 용각봉이라 불린다.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귀처럼 보인다 해서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 하여 문필봉이라 불린단다.

사계절 각기 다른 이름으로 신비감을 더하는 마이산을 배경으로 탑사 대웅전이 보인다. 곧이어 눈에 들어오는 곳은 대웅전 뒤 천지탑 한 쌍이다. 대웅전 왼편의 월광탑과 오른쪽의 일광탑이다. 절을 위시하여 어른 키 두 배 혹은 세 배는 되어 보이는 탑들이 쓰러질 듯 절대 쓰러지지 않는 신비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돌탑으로 둘러싸인 마이산 탑사. 그 자체로 신비로운 모습이다.

'이런 높은 탑을 어떻게 쌓아 올렸을까?' 답을 들어도 설명을 들어도 당최 알 길이 없다.

돌탑들은 1800년대 후반 이갑용 처사가 혼자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갑용 처사는 효령대군 16대손으로 부친이 세상을 뜨자 16세 나이에 3년 시묘살이를 마치고 전국 명산을 두루 다니며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원주의 치악산에 들어가 기도를 드리다 꿈속에 두 봉우리가 선명하게 보여 그 후 산들을 돌아다니다 마이산을 찾게 되었다. 꿈에서 본 그곳이었다.

이갑용은 자리를 잡고 천지탑과 일월탑, 월궁탑 등을 쌓으며 마이산 탑사를 완공했다. 낮에는 돌을 모으고 밤에 탑을 쌓았다고 하는데, 천지탑은 축지법을 이용해 탑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다.

탑사 대웅전 뒤편 천지탑 한 쌍.

아무리 거센 강풍이 불어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니 그 모습은 실제 보고도 믿기 어려운 경이로운 자태다. 절로 두 손이 모인다.

마이산의 모습 역시 신비롭다. 마이산은 타포니(암석 측면에 형성된 풍화혈) 현상에 의해 암벽이 움푹움푹 파여 있는데 사람 손이 닿지 못할 그곳에도 작은 돌탑이 놓여 있어 장관을 이룬다.

천지탑 중 월광탑. 어찌 쌓았을까.

마이산 탑사를 끼고 다시 10분여를 오르면 절 하나가 또 눈에 들어온다. 마이산 봉우리 사이에 은거한 은수사.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물을 마시고 물이 은(銀)과 같이 맑고 깨끗하다고 하여 유래한 이름으로 전해진다. 이곳에 오면 마이산 봉우리와 한층 더 가까워진다.

은수사 마당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줄사철나무와 청실배나무가 있는데 청실배나무는 이성계가 심은 나무라는 설이 전해진다.

화려한 금산사와 신비한 기운이 감도는 탑사, 소박한 은수사를 마주하고 다시 바라본 마이산. 괜스레 마음속 간절한 소원이 어쩌면 이뤄질 것 같은 설렘에 자꾸 제자리를 맴맴 돈다.

은수사에서 바라본 마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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