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가공업 희망을 찾다] (1) 거창 (주)하늘바이오

먹을거리 안전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고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식품제조가공업체는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갖춰야 할 장비는 많아지고 운영 조건이 더 까다로워졌기 때문입니다. 작은 규모 식품가공업체는 생산 후 마케팅, 판매, 시장 개척이라는 벽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는 농수산식품의 국외 수출을 돕고 물가 안정을 돕는 먹을거리와 연관된 공기업입니다. aT 지원으로 희망을 찾고 수출을 늘려가는 지역 유망 식품가공업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거창은 산으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 탓에 다른 지역으로 나가기도, 멀리까지 장을 보러 나가기도 어려웠다. 냉장고와 같은 저장시설도 없던 시절,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 채소를 말렸다가 요리하는 '부각'이 발달한 곳이다.

전남 곡성에서 나고 자란 오희숙 명인(58세·2004년 전통식품 명인 제25호 지정)은 거창 종택에서 시어머니를 모시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부각 요리를 생활화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남편 윤형묵 씨와 우연한 계기로 파나마에 처음 부각을 수출했고, 1992년 (주)하늘바이오를 창립하게 됐다. 국내 부각 시장이 1000억 원대 이상으로 성장하는 데 이바지한 부각산업 선도기업이라 할 수 있다.

부각은 채소를 말려서 찹쌀풀을 바르고 튀기는 음식으로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대량 수작업 생산과 포장은 기름 찌든 때와 눅눅함이라는 과제를 안겼다.

오희숙 명인은 이를 해결하고자 연구에 매진했다. 그 결과 오 명인은 부각 관련 특허만 14건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부각을 튀긴 후 꿀과 올리고당을 발라 공기 접촉을 막는 것이다. 오래도록 식감을 좋게 해 현대인 입맛을 사로잡았다.

예전에는 밥반찬으로 알았던 부각은 지금은 농수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한 '내추럴 스낵'으로 통한다. 원재료의 영양과 맛이 그대로 보존되는 대신 건조과정에서 원재료가 10분의 1 크기로 축소되기에 조금만 먹어도 많은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스낵인 셈이다. 이미 외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주)하늘바이오는 지난해 미국수출 1000만 달러 계약을 이뤘다. 2013년 9월 LA 엑스포에 참가해 40피트 컨테이너 하나 분량의 김부각을 실어 보낸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미국 수출 길에 나서게 된 것이다.

오 명인은 매년 45억 원가량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내수시장까지 합쳐 연간 100억 원 정도 매출액 달성 계획을 세웠다. 현재 늘어나는 수요에 대처하고자 올해 7월 준공을 목표로 거창군 남상면 일반산업단지 안에 약 3400㎡ 규모 수출전용 생산라인을 건립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aT의 역할도 컸다. 오 명인은 "aT는 하늘바이오의 친정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을 하고도 홍보와 수출에 막막함을 느끼고 있을 때 aT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1999년 중국 상해 식품박람회 참가를 비롯해 국외 식품박람회만 50여 회 참가했다. 제품에는 늘 자신이 있었다. 수출을 견인해 준 aT는 성장파트너다"고 말했다.

(주)하늘바이오 오희숙 명인이 부각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좋은 상품이 있어도 국외 바이어와 연결고리가 없으면 시장개척이 어렵다. aT는 국외박람회 참가업체에 항공료와 부스임차비, 부스장치비, 기본비품임차비를 100% 지원하고 있다. 중소업체는 aT를 활용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바이어를 발굴하고 국외시장 조사를 수행할 수 있다.

(주)하늘바이오는 김부각 외에도 고추, 연근, 우엉, 감자, 인삼 등 20여 종 부각을 생산하고 있다. 매출 50% 이상 수출을 계획하고 있고, 2014년 목표는 이미 달성한 상태다.

"우리 회사 성공 사례를 보고 덜컥 부각 산업에 뛰어든 회사들이 실패한 일도 잦다. 부각 전통 제조방식은 먼저 좋은 재료를 고르는 것에서 시작한다. 부각산업 성공은 농산물 수급조절과 농가 판로 확보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수출이 늘고 부각 수요가 늘어날수록 전통음식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깊이 느낀다는 오희숙 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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