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농성장 철거 중 인권 유린"손배소 제기

밀양 주민들이 초고압 송전탑 공사 강행과정에서 입은 피해에 대해 국가 책임을 묻는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손해배상소송 원고로 지난 6월 11일 밀양시와 경찰의 행정대집행 과정에 4곳 농성장에서 강제로 끌려나왔던 주민 12명과 조성제 신부, 변호인 접견권을 침해당한 이종희 변호사 등 14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경찰과 밀양시 공무원의 불법적인 강제철거 과정에서 신체적 상해와 정신적인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1명당 150만 원, 모두 2100만 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번 소송대리는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법률지원단'이 맡았다.

법률지원단은 밀양시 공무원들에 대해 "주민들과 격렬한 충돌 상황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주민들의 거듭된 대화와 중재요구에 대해서도 일절 응답없이 대집행에 임했다"며 "대집행은 불법시설물을 철거할 수 있는 밀양시 공무원의 권한을 넘어 주민들의 인권을 잔인하게 유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에 대해서는 "4개 농성장에 위험물질이 있으므로 제거해야 한다는 안전조치 명분으로 움막을 칼로 찢고 주민들을 끌어냈지만 실제로 움막에는 위험물질이 전혀 없었다"면서 "그들은 안전조치와 무관한 신체에 대한 강제처분인 '체포' 행위를 했다. 자신들의 권한과는 무관한 철거 행위를 사실상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인 할머니들이 옷을 벗은 상태인데도 남자 경찰들이 끌어내는 어처구니없는 인권유린을 했으며, 주민들이 쓰러져 응급 이송을 기다리던 101번 현장 바로 곁에서 승리의 'V'자 기념 촬영을 하는 등 국가공무원들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폭거들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주민들은 18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를 방청한다. 이날 의원들은 안행위 경찰청장 업무보고 때 지난 6월 11일 행정대집행의 문제를 따질 계획이다.

주민들과 법률지원단은 이번 손배소에 이어 지난해 고 유한숙(71) 씨 분향소 철거에 대한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정상규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유한숙 어르신 시민분향소 철거에 대해서도 국가를 상대로 책임을 묻는 준비를 하고 있다. 곧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6일 송전탑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다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벌어지자 주민과 유족은 정부와 한국전력의 사죄를 요구하며 장례를 미루고 영남루 건너편 시민체육공원 인도에 시민분향소를 차렸다.

그러나 이틀 뒤인 8일 분향소가 강제철거되면서 고령의 주민 30여 명이 밤샘 노숙을 했다.

앞서 주민들이 제기한 법적 다툼도 진행 중이다. 송전탑 반대 주민 22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건에 대해 법원이 현장검증을 할 계획이다.

이 가처분 신청은 주민들이 헬기 소음으로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고, 초고압 송전선로가 건설되면 전자파에 따른 건강 피해, 한전이 사업변경절차를 거치지 않아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했다며 지난 2월에 법원에 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에는 밀양 주민 300명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사업계획변경 승인 취소소송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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