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12년 너무 길다"발언에 공직사회 등 각계 찬반 갈려

지난 1일 취임식을 갓 마친 홍준표 도지사가 도청 프레스센터로 와서 예상하지 못한 발언을 했다.

이날 홍 지사는 영·호남처럼 특정 정당이 단체장을 독점하는 구조, 단체장 징계가 어려운 점, 중앙정부보다 자치단체 행정이 불투명한 점 등을 들어 "자치단체장 연임 12년은 너무 길고, 8년으로 제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 기자가 국회의원에 이어 도지사를 하면서 현행 지방자치제도에 대해 느낀 점을 묻자 나온 답변이었지만 폭탄급이었다.

홍 지사의 '자치단체장 연임 8년 제한'은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어서 새삼스러울 게 없다. 올 1월 초 새누리당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가 특별·광역시 기초의회 폐지, 광역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 등과 함께 자치단체장 연임 2회 제한 등을 기초로 한 지방자치 개정안을 추진하려다가 철회했다. 목포시장 예비후보도 연임 8년 제한을 내세우며 다음 아고라에서 청원운동을 했었다.

이 발언을 두고 벌써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나뉘고 있다.

현직 공무원은 인사 투명성 제고, 지역 기득권층과 유착 가능성 확대, 시·군정 역동성 저하 등을 이유로 12년보다 8년 연임이 바람직하다며 대부분 찬성했다. 특히 "한 번 찍히면 12년을 고생해야 한다"는 인사 현실을 강조했다.

일러스트 권범철 기자

3차례 연임한 전직 시장은 홍 지사 발언이 현실적으로 딱히 맞지 않다고 했다. 민선 6기 동안 경남도와 20개 시·군(2010년 7월 통합 창원시 출범 뒤 18개 시·군) 단체장 중 3선 연임을 한 이는 단 7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주목할 만한 판결이 있다. 전국 27개 기초자치단체장이 '3선 연임 제한'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소송에서 2006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법에 위배된다고 본 재판관 3명은 "지역발전 여부는 장기집권이 아니라 자치단체장 능력과 청렴성에 달렸고, 부정부패 등 부작용은 연임 여부보다는 단체장 감시·감독 제도를 적절히 활용하고 정당 내부적 경쟁과 평가, 언론의 감시와 견제 등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뭐가 지역주민 이익과 복리에 적합한지에 대한 결정권은 지역주민 스스로에게 있는 만큼 (연임 제한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 근본 원리에 맞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지방자치 관련 학계와 시민단체는 연임 횟수 제한은 지방자치제 논의에서 곁가지일 뿐으로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발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평소 같으면 도지사가 취임식 기자간담회에서 던진 말 한마디가 선거가 끝난 마당에 회자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공직사회나 관련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이 발언이 조금씩 회자하고 있다. 홍 지사 발언 진의와 상관없이 한국 지방자치제는 그만큼 아직 얘기할 게 많은 '미완'인 탓이다.

여기에다 최근 홍 지사가 <경남도민일보>와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CEO가 되고 싶다"며 차기 대권 출마를 공식화한 상황도 있다. 주요 여권 대권 후보로 떠오를 경우 당내 혹은 야권과 관계 속에서 이 발언은 '지방자치제도의 근간 중 하나'를 건드릴 만큼 적잖은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다양한 이해 관계인의 의견을 소개하며 독자에게 묻는다. 지금 여러분의 '지방자치'는 안녕하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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