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에서 초고압 송전탑 반대 주민과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그리고 '희망버스' 등을 적대시하는 이들은 정부와 한전에 그치지 않는다. '밀양 송전탑 경과지 마을 주민대표단', '밀양 바로 세우기 시민운동본부', '밀양 송전탑 갈등 해소 특별지원협의회'라는 단체들은 그동안 정부와 한전의 논리를 노골적으로 복창하면서 부당한 국가권력의 원군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지난 15일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밀양의 평화를 위협하는 이들로 '외부세력'을 지목했다. 송전탑 반대대책위, '희망버스' 등 '외부세력'이 주민에게 송전탑을 반대하도록 부추겨 마을 화합을 해친다는 주장은 정부와 한전의 사고방식 그대로다. 불순한 외부세력을 운운하는 이들은 과연 '순수한' '내부세력'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앞의 세 단체는 밀양 주민으로만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 정부의 송전탑 건설 강행으로 반대 주민과 정부의 갈등이 거세진 지난해 결성된 '송전탑 갈등 해소 특별지원협의회'의 경우, 송전탑 찬성 주민 몇 명을 빼면 정부, 한전, 밀양시, 조해진 국회의원실 등 '외부세력'이 주로 이끌고 있다.

정부와 한전이 주민 보상으로 반대를 무마하고자 만든 단체이니 이들이 한 일은, 정부와 한전을 대변하는 게 전부였다. 외부세력 간섭이 없어야 한다는 자신들 논리대로라면 정부와 한전부터 관 주변 조직을 만들지 말았어야 앞뒤가 맞는다. 외부세력 주장이 불순하기까지 한 까닭은 밀양 주민을 얕잡아보는 인식이 깔렸기 때문이다. 주민을 아무런 판단력도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끌려가는 존재로 비하하는 태도에는, 생존권을 지키려는 송전탑 반대 주민의 10여 년에 걸친 눈물겨운 싸움을 매도하고, 주민과 시민의 연대와 결속을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송전탑 주변의 움막이 모조리 철거되었는데도 관변조직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정부와 한전이 느끼는 위기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경찰은 쇠사슬로 몸을 묶은 주민의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제진압했으며, 주민이 평화를 기원하며 움막 주변에 조성한 꽃밭마저 짓밟았다.

밀양의 평화를 깨뜨린 이들이 누구인지 드러나면서 여론에서 밀리자 어용단체들을 동원해야 할 만큼 정부는 다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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