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일상은 전기 없이 살 수 없습니다. 공기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것 같이 전기 없는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기는 마치 공기와 같습니다. 우리는 공기를 통해 숨을 쉬면서 미안한 마음이나 죄스러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전기도 그러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러나 공기와 같은 전기를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핵 발전'이라는 아주 위험한 전기 생산 방식 때문입니다. 지난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처럼 말입니다. 핵발전소가 고장 없이 운영된다 해도 핵폐기물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폐기물이 무해 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10만 년입니다. 이 기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담을 수 있는 장치는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들과 딸 즉 미래 세대들에게 핵폐기물을 가득 남겨 놓는 일이니 어찌 죄스럽고 미안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현재 국내 23개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도 처리할 수 없는데 정부는 앞으로 18개나 더 건설한다니 미래세대에게 정말 죄짓는 마음입니다.

둘째는 아주 정의롭지 못함이 전기에 녹아 있습니다. 전기는 대도시 사람이 많이 씁니다. 반면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은 인구가 적은 다시 말해 민원이 적은 바닷가 어촌지역입니다. 이들 지역에 핵발전소를 세운 뒤 전기를 대도시로 끌어가려고 초고압선로인 765㎸ 송전탑을 세워 국가 공권력을 무기로 이곳 주민이 평생 일궈 온 재산권과 생존권, 행복추구권을 빼앗습니다. 적은 사람이 적은 양의 전기를 사용하지만, 소수와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큰 피해를 받습니다. 이는 참으로 정의롭지 못한 일입니다.

셋째는 자연이 주는 태양에너지나 바람 같은 재생 가능한 자원을 이용해 생산되는 전기가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적다는 데 있습니다. 국내 전체 전기 생산량 중 고작 1.9% 수준입니다. 자연이 주는 안전한 전기 대신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핵폭발과 폐기물을 걱정해야만 하는 위험한 전기 생산 방식을 확대하려 합니다. 이 또한 전기를 사용함에 우리를 죄스럽게 만듭니다. 수많은 농·산·어촌 주민 재산과 행복을 빼앗은 대가로 얻은 '눈물의 전기', 미래 세대에 핵폐기물을 유산으로 남기는 '몰염치의 전기'. 우리는 전기를 사용함에 얼마나 당당할 수 있습니까. 그러니 이제는 전기를 공기처럼 미안한 마음이나 죄스러움이 없이 쓸 방법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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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작 1.9% 수준인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늘리고, 낡고 노후해 위험천만한 핵발전소를 폐쇄하라고 요구하면 됩니다. 대신 자연이 무한하게 제공해 주는 바람에너지, 태양에너지와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기 생산량을 늘려간다면 안전한 에너지 체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들 자연에너지는 대도시 인근에서도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 전기 생산에서 지역 불균형 문제 해결도 가능하게 합니다. 궁극적으로 범지구적 문제인 기후변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공기를 통해 숨 쉬는 우리의 편안한 일상처럼 미안함과 죄스러움 없이 마음 편히 전기를 고맙게 쓸 수 있는 우리의 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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