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의 미래를 찾아] (6) 오사카, 산업단지의 재편

1980년대 초반 일본 오사카시에는 고민거리가 있었다. 주로 도시 동쪽에 공장이 밀집해 있었는데, 업체 수만 4000개였다. 문제는 주택가와 공장이 질서없이 뒤섞여 있었다. 소음 등으로 주민 민원도 적지 않았고, 환경문제가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만 해도 '오사카 = 공해도시'라는 등식도 어색하지 않았다. 경제발전만 좇아 달려온 탓이었다.

오늘날 창원에도 비슷한 고민이 있다. 주거단지와 산업단지가 분리돼 있지만, 공장과 가까운 아파트 단지를 포함해 도시 곳곳에서는 악취나 미세먼지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있다. 주민은 생활하는 데 불편하다고 호소하고, 또 기업은 운영 면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를 중재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지자체 몫이다.

오사카시가 꺼내 든 카드는 산업단지 재편이다. 새로운 산업단지를 만들어 동쪽에 있던 공장들이 옮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1982년부터 추진된 오사카시 CIT(City Industrial Town) 사업이다.

◇공업전용지역을 만들다 = 오사카시 동쪽에 공장이 많은 까닭이 있다. 오사카부와 동쪽에 이웃한 나라현 경계에는 이코마산(642m)이 있다. 여기에서 내려온 물이 공장용수로 쓰일 수 있었다. 나사 등 각종 부품을 만드는 공장들이 생겼는데, 이곳 공장 대부분이 활발해진 계기는 안타깝게도 전쟁이었다. 전쟁 무기를 생산하고자 1940년대부터 많은 공장이 들어섰다고 한다.

지금도 오사카시 산업의 주력 업종은 기계, 금속이다. 완성품보다 공작기계나 자동차 등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이 많다. 중기계 제조업체인 스미토모금속공업, 배관과 농기계 등을 만드는 쿠보타 등은 유명 기업이다.

공장과 주택 등이 뒤섞여 있는 모습을 차근차근 바꿔야 했던 오사카시는 '공업전용지역'을 만든다. 공장이나 이를 지원하는 시설만 들어설 수 있는 작은 산업단지를 조성한 셈이다.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이 같은 산업단지 3개가 생긴다. 행정에서는 제1·2·3호 사업으로도 부르는데, 차례대로 가미공업단지, 츠네요시 테크노파크, 시마야 테크노파크다. 3개 단지는 1985년, 1988년, 1990~91년 분양이 각각 이뤄졌다.

오사카부 사키시마 청사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미나토대교 일대 매립지 모습. 오사카시는 공업전용지역도 있는 이곳 주변을 기반으로 미래 산업을 일구고 있다.

오사카시 동남쪽 히라노구에 있는 가미공업단지는 개발면적 1만 3773㎡로 입주 업종에는 특별히 제한이 없었다. 서쪽 해안가 고노하나구에 있는 츠네요시 테크노파크는 개발면적 1만 8910㎡로 메카트로닉스(기계공학·전자공학) 관련 사업체 위주로 입주했다. 가미공업단지와 츠네요시 테크노파크는 20억~21억 엔 사업비를 들여 조성했다. 각각 30구획과 21구획인데, 구획 수는 이곳 입주 업체 수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3곳 중 가장 늦게 분양한 시마야 테크노파크는 개발면적 3만 5255㎡로 비교적 큰 편이다. 츠네요시 테크노파크와는 인접해 있다. 83억 엔으로 총사업비 규모도 컸다. 30구획으로 연구개발형 기업 중심으로 입주 업체를 모집했다.

◇도심과 가깝고 정돈된 단지 = 가장 크다는 시마야 테크노파크도 걸어서 둘러볼 수 있을 정도 크기다. 이처럼 규모는 작지만, 새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도시 공장과 주택의 혼재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JR선 아지카와구치역에서 내리면 오사카물류센터가 정면에 보이고, 왼쪽 일대가 시마야 테크노파크다. 역과 가까운 곳에 시마야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건물과 오사카시 도시형산업진흥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새로운 사업을 펴거나 창업할 때 지원해준다. 바로 옆에는 입주 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다층형 주차장도 보였다.

평지에 구획별로 여러 공장과 사업장이 놓여 있다. 나루토(NARUTO) 금속 주식회사 제2공장, 열 에너지 관련 기업으로 열교환기를 설계·제조하는 히노테크(Hino-Tec) 등이 있다.

오사카시 지역산업과 아즈미(왼쪽) 공업담당과장대리와 카나사키 계장. /박일호 기자

구획을 나누는 도로나 주변거리는 말끔히 정돈된 느낌이다. 길가에는 넓지 않지만 녹지 공간도 있었다.

동부지역에서 시내까지는 1시간 이상이 걸리지만, 시마야 테크노파크에서 시내까지는 그보다 짧은 15~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기업들이 이곳을 선호한 까닭이다. 여기로 공장이 옮기면 일하는 사람들도 출퇴근하기가 편해졌다.

◇"시대를 이끄는 기업" = 히라노구는 동부지역이라서 주로 기계·금속 기업이 있다. 고노하나구에 있는 기업들도 업종은 비슷한데, 규모 면에서 큰 공장이나 대규모 사업소다.

법률상 도시 동쪽에서 더는 공장 지역을 넓힐 수 없었기에 CIT 사업이 이뤄졌다. 오사카시 경제전략국 산업진흥부 지역산업과 아즈미 공업담당과장대리의 설명이다.

"기업을 공업전용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CIT 사업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방향을 설정해 우수한 기업도 많이 유치할 수 있었다. 기업 고용 인원이 늘면, 도시 실업자는 줄고, 오사카시 세금 수입은 그만큼 늘어난다. 지역경제 발전이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그래서 단순히 공장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이끌어가는 기업'을 우선 옮기게 했다. 구체적으로는 첨단기술을 보유한 연구개발형 기업을 중심으로 공장이 옮겼다."

최근 창원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혁신산단과 구조 고도화 사업 등으로 첨단산업단지 또는 연구개발단지를 추진한다. 오사카는 이보다 빠르게 유사한 계획을 세워 진행했다.

◇오사카시 앞날은? = CIT 사업이 꼭 성공했다고 볼 수만은 없다. 동쪽에 있는 4000개 기업이 모두 옮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간을 오사카시가 마련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인구 260만 명, 면적 220㎢ 오사카시는 CIT 사업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규모를 떠나 CIT 사업은 수많은 공장을 무분별하게 짓던 오래된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새로운 도시 모습을 만들려는 전략이기도 했다. 동부지역 공장이 떠난 곳에는 아파트 등이 많이 세워졌다고 한다.

아즈미 공업담당과장대리는 "예전에는 주택지와 공장이 혼재했는데, 도시의 땅을 구별한 것이다. 일단 공장이 옮기고 나면 주민도,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좋아한다. 공장도 주민 피해를 염려하지 않고 24시간 어느 때나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CIT 사업은 모든 게 오사카시의 방침으로 진행됐다. 법률 등 제도적 뒷받침이 없었다. 공장을 옮기거나 짓는 데 융자 말고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책이나 인센티브도 없었다.

지역산업과 카나사키 타카유키 계장이 이유를 설명했다. "기업들은 오사카를 매력적인 도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시마야 테크노파크 등은 외진 곳이 아니라 유통 등이 활발한 도시 중심에 있다. 강제로 옮기려 하지 않아도, 공장을 넓히려 하거나 새로운 기업을 세우려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옮기게 됐다. 오사카시는 땅만 준비했고, 나머지는 기업들이 모두 알아서 진행했다."

오사카는 도쿄에 버금가는 일본 제2의 도시다. 오사카 역시 도시의 미래를 협력과 업종 고도화 등에서 찾고 있다. 한때 인구가 300만 명을 넘기기도 했지만, 지금은 서서히 줄고 있다. 많은 공장이 국외로 이전하고 있으며, 도심 속 공장은 쇠퇴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기존 기업을 유지하는 것보다 첨단산업, 연구 쪽에 초점을 맞춰 지원 방향도 바꾸고 있다.

오사카시는 40만 ㎡ 규모 매립지를 조성 중이다. 오사카만 전체 매립 규모에도 제약이 있는데, 최종 매립지이자 오사카시 마지막 공업용지다. 간사이 지역에서도 대규모 공업단지다.

도심에는 땅이 부족해 매립지를 택했다는 부분이 아쉽지만, 이제 바이오테크놀로지(생명공학), 그린에너지 업종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 안에 관련 기업이 많고, 오사카대학과 교토대학 등 인근에 이 분야를 연구하는 대학도 많다. 따라서 산업단지와 대학 연계도 이뤄질 수 있다.

또 오사카와 인근 교토, 효고, 나라까지 간사이 지역은 이노베이션 국제전략 종합특구로 지정돼 일본 경제의 재생을 노리고 있다. 라이프(첨단의학기술, 의료기구) 분야와 그린(배터리, 스마트 커뮤니티) 분야를 중심으로 경제특구를 구축 중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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