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신문의 독자 친화전략] (4) 문화콘텐츠를 잡지·단행본으로

이번 디플로마 과정에서 방문하진 않았지만 고급 일간지 <르몽드>가 영화감독 프랑수와 트뤼포 사망 30주년을 맞아 발행한 단행본이 눈길을 끌었다. 가판대나 서점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진열돼 있는 것으로 보아 판매 실적도 높은 것으로 보였다. 가격은 7.9유로로 페이지(122)에 비해 싼 것도 아니었다. 내용은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한 모든 것을 다양한 사진과 함께 묶은 내용이었다.

◇역사적 사건도 콘텐츠로 활용 = 프랑스 최대 일간지로 78만 부를 발행하는 지역신문 <우에스트 프랑스> 역시 노르망디 상륙 작전 70주년을 맞아 당시 전쟁 상황을 정리하고 참전 군인을 인터뷰해 단행본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이 단행본은 노르망디 지역에 근무하는 100여 명 기자들이 총동원돼 전쟁을 겪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사진과 정보를 구했다.

이 신문은 평소 문화와 경제 관련 월간지를 발행해 무료로 신문에 끼워 판매한다. 이들 잡지 또한 각 도시마다 다르게 발행된다.

요트 정보를 담는 특정 주제의 유료 월간지도 발행되고 있다. 이 또한 7000여 개 판매처(가판대와 매점 등)에서 지역 독자와 만나고 있다. <부알리에>라는 요트 전문 잡지의 경우 가격이 3~5유로 선이다. 두께나 내용에 따라 가격은 다르다.

또한 관내의 한 유명한 수도원을 주제로 디지털 단행본을 발행했다. <우에스트 프랑스>가 예전부터 썼던 기사를 모두 종합하고 체계화해 디지털화한 것이다. 또한 유명한 역사 관광지인 몽생미셸에 관한 소책자도 발행했다.

와인 전문 잡지 <떼르드뱅>과 트뤼포 사망 30주년 기념 단행본.

보르도는 와인이 특산물이다. <수드 우에스트>는 이런 지역 특성을 살려 <떼르드뱅>(와인의 땅)이라는 포도주 관련 매거진을 격월로 발행하고 있다. 가격은 6유로이며 전담 기자들이 참여해 매우 고급스럽게 제작한다. 1만 5000부씩 발행하고 있는 이 잡지는 유료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들은 이 잡지 발행을 '문화적 활동'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이와 함께 포도주와 관련된 문화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큰 극장에서 보르도 와인 맛보기(시음) 행사를 하고 있다. 약 150명의 소믈리에를 초청해 1년에 두 차례 열고 있으며, 지역을 순회하면서도 개최하고 있다. 이런 행사는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고 수익 창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 <수드 우에스트>는 라는 일상생활 잡지도 발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참가비를 받아 약간의 수익을 얻고 있으며, 건축업자들이 콘퍼런스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런 요청에 부응하기 위한 콘퍼런스 개최 시스템(조직화)을 갖추고 있다.

가판대에 진열돼 있는 다양한 잡지들. 

◇전문 분야와 파견 기자의 협력 시스템 = <우에스트 프랑스> 문화부에는 8명의 문화 전담 기자가 소속돼 있다. 8명이 적은 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에스트 프랑스>는 각 지역 파견기자들과 협력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신문을 만드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르프랑 편집국장은 파견기자들과 협력 시스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일렉트로닉 음악에 조예가 깊은 한 지역 파견기자는 일하는 시간의 90%는 해당 지역의 선거 정보 등 일반 기사를 다루고, 10%가량을 음반 기획사의 CD를 받는다든지 음악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협조하는 기자가 100명이다. 그리고 프리랜서 기자를 써서(서울에도 한 명 있다) 많은 정보를 얻는다."

<수드 우에스트>는 280명의 기자 중 문화부에 6명의 기자들이 있다. 스테팡 조나당 문화부장은 문화면 전체를 관장하면서 대중음악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일요일에 발행되는 문화 특별판은 전문가가 작업하는 영화 2페이지, 극장별 영화 상영시간표, 전국적인 문화기사, 페스티벌 소개 3페이지, 문화적인 활동 트렌트, 문화적 쇼핑 등으로 구성된다. 문화적 쇼핑이란 샹송CD 구매, 비디오, 웹 사이트, 애플리케이션, 음악 공연, 사진 책자 소개 등이다.

이 가운데 신문에 실린 극장별 영화 상영시간표를 보니 '아! 우리도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인터넷에 들어가 일일이 극장을 검색하고, 거기에 들어가 상영시간표를 찾는 게 번거롭기 때문이다. 신문에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다면, 그걸 보고 '오늘 이 영화나 볼까?'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매주 목요일 문화면은 영화판으로 제작되는데, 프랑스는 매주 목요일 영화를 개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프리뷰나 비평, 여배우와 인터뷰 등을 싣는다. <르파리지앵>은 아무래도 파리에서 발행되는 신문이다 보니 문화부의 비중이 높았다. 350명의 본사 기자 중 18명이 문화부 소속이었다. 대중지를 추구하다 보니 영화와 음악, 방송을 많이 다룬다. 프랑스에서도 연극과 전시는 비대중적인 분야에 속한다. 그래서 18명의 문화부 기자 중 5명이 방송 분야 취재에 투입된다.

자매지로 발행하는 <르파리지앵 매거진>이라는 잡지가 있는데, 여기에도 문화부에서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들은 신문의 문화면이 수많은 공연과 행사, 전시의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주당 근로시간이 35시간이다. 문화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고, 파리는 문화적으로 즐길 수 있는 전시와 공연 등 콘텐츠가 엄청나게 많다. 르파리지앵은 그 사람들에게 가이드 역할을 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명한 사람을 인터뷰해 모두가 알지만 대중이 그동안 잘 몰랐던 면을 부각하는 기사를 쓴다. 한 판사가 있는데 그가 록(Rock) 음악을 좋아한다든지,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큰 기업의 사장을 인터뷰하는 기사도 쓴다. 매달 독자와 만남에서 이런 기사들이 호평을 받아 매주 일요일에 이런 인터뷰를 출고하고 있다."

◇수많은 잡지와 가판대 = 프랑스는 잡지의 천국이었다. 모든 신문사가 시사주간지와 패션, 여성, 음식, 부동산, 문화, 경제 등 전문분야 월간지, 수십 종의 지역 주간신문을 발행하고 있었다.

가판대와 신문·잡지 전문 매점이 많다는 것도 부러운 일이었다. 특히 모든 지하철이나 철도역 등 공중이용시설에 입점해 있는 'RELAY'라는 매점이 인상적이었다. 각종 잡지와 신문, 책, 음료, 스낵 종류를 구비하고 있는 이 매점에는 항상 사람이 북적였다. 프랑스 사람들은 여행에 앞서 이 'RELAY'에 들러 자기가 읽을 책이나 잡지, 신문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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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 잡지 전문 매점 RELAY .

고속도로 휴게소도 마찬가지였다. 서점이 아닌 편의점에도 신문과 잡지, 단행본이 진열돼 있었다. 물론 이런 매점과 가판대는 모두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사르코지 정부가 추진했던 인쇄 매체 지원 정책 덕분이다.

잡지 진열대에 전쟁과 역사 관련 잡지가 많았다는 것도 특이했다. 하지만 프랑스 잡지 시장의 확대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일 것 같다. 다만 노르망지 상륙작전 70주년이나 트뤼포 사망 30주년 기념 단행본은 우리가 응용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명량대첩 500주년, 낙동강 전투 70주년,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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