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상부승강장-등산로 통행규제 개선 건의…생태계 파괴 우려·사회적 합의 무시 비판 일어

경남도와 밀양시가 가지산도립공원 얼음골 케이블카 상부승강장과 등산로 통행을 막은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정부에 개방할 수 있게 제도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 2월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각종 규제완화 검토를 하면서 경남도와 밀양시가 케이블카 사업자 의견을 받아 건의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이 세월호 참사 이후 역풍을 맞고 있듯이 경남도와 밀양시의 얼음골 케이블카 상부승강장 개방 건의도 사회적 합의 파기시도, 환경파괴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가 지난 5월 28일 밀양시청에서 연 '찾아가는 종합규제 상담실' 자료에는 '자연공원 삭도(케이블카) 설치·운영 규정완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핵심내용은 얼음골 케이블카 상부승강장과 등산로 차단으로 이용객이 격감했고, 주변 상가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등산로를 개방하도록 '가지산도립공원계획 결정고시'를 변경, 장기적으로 환경부의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환경부 가이드라인에는 케이블카 왕복이용을 전제로 하고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2년 9월 개통한 밀양 얼음콜 케이블카의 상부승강장.

도는 이 같은 건의를 안전행정부에 올렸고, 정부 검토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도와 시는 "2012년 기존 등산로와 연계해 운영할 때는 하루 평균 이용객이 2200여 명이었으나 등산로 폐쇄 후 1000여 명으로 감소했다"며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이 시민의 통행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도와 시가 얼음골과 표충사 인근 음식·숙박업자들이 낸 상부승강장과 등산로를 열어달라며 법원에 낸 '통행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풀어줄 수 없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듯하면서도 상부승강장 개방을 함께 검토한 모순을 뒷받침한다.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이 이 가처분 신청 건에 대해 계절별로 등산객 300~800명까지 허용하는 예약탐방제를 지난 2월 화해권고 하자 환경단체는 즉각 반박했었다. 그러자 도와 시는 환경부 가이드라인을 어기게 된다며 법원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얼음골 케이블카 사업자인 한국화이바 ADS레일 측은 가처분 신청 건에 대한 지난 5월 재판에서 "등산로를 차단한 것은 심한 규제여서 경남도에 건의를 했다. 경남도는 찬성하는 데 환경운동연합만 반대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상부승강장과 연결된 등산로는 차단됐다./경남도민일보 DB

상부승강장에서 등산로 이용을 할 수 있도록 풀면 환경파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정책실장은 "도립공원위가 불법건물을 철거해야 하는데 면죄부를 주고 등산로 이용을 못 하도록 한 것인데 사업자가 개방을 요구하는 것은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줬더니 내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부승강장에서 등산로를 개방하면 사자평과 재약산 등 인근 영남알프스로 바로 갈 수 있게 된다. 하루에 1000~2000명이 능선을 밟게 되면 세굴뿐만 아니라 생태계 파괴가 뻔하다"고 덧붙였다.

케이블카를 이용한 등산로 개방은 환경파괴를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깨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윤주옥 협동처장은 "최근 감지한 분위기를 보면 얼음골 케이블카가 풀리면 자연공원 케이블카가 와르르 무너지게 된다"며 "환경부가 올해부터 환경파괴문제 때문에 국립공원 입산시간 제한도 시행하는데 보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상부승강장 등산로 폐쇄를 푼다면 자연공원 보호정책 전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윤 처장은 "국립공원, 도립공원 등 자연공원은 보존을 위한 곳이다. 케이블카 찬성 쪽, 자치단체들도 공공성 담보와 보호를 위해 상부승강장과 등산로를 폐쇄하기로 사회적 합의를 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는 지난 2012년 9월 22일 개통했다가 상부승강장을 허가보다 더 높게(8.9→16.34m) 지은 것이 들통나면서 51일 만에 운행 중단됐었다. 도는 감사를 벌여 자연공원법과 건축법 위반, 공원구역 내 산림훼손, 상부승강장 조리시설 설치, 탑승인원 초과 등을 적발했다. 사업자는 처벌을 받았고, 당시 밀양시 공무원들도 징계를 받았다.

케이블카는 도립공원위원회의 가지산도립공원계획 변경 결정을 거쳐 지난해 5월 2일 운행재개됐다. 당시 위원회는 상부승강장에서 등산로 차단 조건을 달았다. 또 예약탐방제는 시민단체 등 '사회적 합의 후 시행'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불법건축한 상부승강장을 15m로 변경승인 해주면서 '불법 추후 승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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