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육대 터에 조성계획…야구장 '마산 확정'의미

새 야구장 문제에 예민한 진해에 창원시가 새로운 카드를 내밀었다. 육대 터에 '산·학·연 첨단산업기술단지'(첨단산단)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야구장을 잃으면 실리와 자존심을 모두 잃는다고 여기는 진해구 여론을 가늠할 리트머스 종이다. 대안을 한 번 보고 다시 고민해보자는 제안인 셈이다.

◇갑자기 던진 카드의 의미 = 창원시는 지난 15일 시민협의회에서 첨단산단 조성 계획을 밝혔다. NC 단장이 마산종합운동장에 새 야구장을 짓고 싶다는 뜻을 설명한 직후였다. 진해 쪽 위원은 반사적으로 반발했다. 육대 터에 야구장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위원 앞에서 야구장이 들어서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사업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의도야 어떻든 창원시가 새 야구장 건립을 마산으로 확정했다고 단정해도 지나칠 게 없는 모양새였다. 뻔한 반발과 진해지역 여론 악화를 무릅쓰고 첨단산단 조성 계획을 밝힌 의도는 그렇게 복잡할 게 없다. 새로운 카드에 대한 여론을 살피고 새 야구장 입지 확정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첨단산단이 야구장과 견줄 수 있는 대안은 될 수 있을까.

창원시 진해구 옛 육군대학 터. /창원시

◇경제효과 비교는 무의미 = 육대 터 27만 9626㎡ 안에 산·학·연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게 첨단산단 사업 개요다. 구체적으로 △조선해양·물류 분야 대학 유치 △재료연구소 제2캠퍼스 조성 △전기추진시스템 연구개발 특화 센터 △소재부품 혁신센터 구축 △금형 시제품 제작소 △차량부품 혁신센터 등을 넣는다. 총 예산은 4281억 원(국비 3401억 원, 지방비 540억 원, 민자 340억 원)이다. 사업기간은 2014~2019년까지다.

창원시 관계자는 "기업 지원시설, 연구기관 집적화가 필요했으나 그동안 대규모 부지를 마련하지 못해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옛 교육사령부는 입지 여건·환경이 우수해 개발계획 수립 때부터 연구시설용지 수요를 제기해 이미 전체면적의 30%가 반영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발표한 첨단산단 조성 계획은 야구장 입지 변경을 전제로 기존 연구시설 계획에 추가해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자는 게 큰 얼개다.

첨단산단 조성에 대한 기대효과 규모는 방대하다. 시장 창출 효과로 연간 11조 5500억 원을 제시했고 일자리 1만 2700개를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치만 놓고 보면 야구장 경제효과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지난 2012년 한국은행이 밝힌 야구장 경제효과는 경제 파급 효과 4440억 원, 고용 효과는 3200명이다. 지난해 창원시가 진행한 타당성 조사에서 나온 수치는 더욱 보수적이다. 경제 효과는 2300억 원, 고용 효과는 1580명이다.

하지만, 경제효과를 단순 수치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실제 첨단산단에 기대하는 경제효과에는 기술사업화에 따른 수입대체 효과 등 지역주민에게 선뜻 와 닿지 않는 경제적 효과까지 반영된 것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의미 있는 효과일지는 몰라도 실제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수준까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소비시설이냐 생산시설이냐 = 오히려 진해주민의 선택 기준은 방대한 수치를 제시하는 경제효과보다 산업형태 쪽에 둬야 할 듯하다. 즉 진해 서부권 경제 생태계를 소비형(야구장)으로 갈 것인가 생산형(첨단산단)으로 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는 첨단산단 조성 계획에도 언급하는 부분이다. 창원시는 추진 배경으로 △단순 소비형 경제 생태계를 생산형으로 △주력산업 기술개발과 지원 기관 집적화로 지역산업 성장 등을 제시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진해는 지금까지 1·2차 산업보다 3차 산업에 치우친 경제 구조를 유지했다"며 "야구장은 지금까지 경제 구조를 유지하는 쪽이라면 첨단산단은 지금까지 구조와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사업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