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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인 세상읽기]노회찬을 생각하다

정의당 총력 승부 예상하나 현실 만만치 않아…진보정치의 절박성 필요할 때

고동우 기자 intereds@naver.com 2014년 07월 16일 수요일

누구는 권영길을 누구는 심상정을 떠올릴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또 '계륵'이라는 단어를 어떤 사람들은 '배신'이라는 단어를 대뜸 꺼내들 듯도 하다. 노회찬 정의당 전 의원은 그런 존재다. 주류 보수정치로부터 독립된 진보정치의 파수꾼으로서 20년 넘게 분투해왔지만 늘 첫 번째 자리에선 다소 빗겨나 있었고, 마땅히 환영받을 만한 사람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그 길을 다시 간다고 한다. 7·30 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 출마 이야기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노회찬은 선거 때마다 나와서 안타깝다"고 한 개인의 자존을 희화화하는 덕담을 건넸고 같은 지역에 출마하는 김종철 노동당 전 부대표는 "같은 '진보정당' 후보로서 유감스럽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2010년 지방선거가 겹친다. 당시 노회찬은 진보신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한나라당 오세훈 당선을 결과적으로 도왔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번에도 희망적이지 않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나경원)는 물론 새정치(기동민) 후보에도 못 미치는 지지율이다. 후보 단일화·사퇴 압박에 여권 승리 시 패배 책임을 또 떠안게 생겼다. '같은 진보정당' 후보인 김종철이 오랫동안 일궈온 지역에 갑자기 들이쳤으니 도의적 부담도 짊어져야 한다. 이런 고약한 자리에 노회찬을 몰아넣은 건 물론 진보정치의 위기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 등을 거치며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이다. 독자적 생존 능력을 사실상 잃었다. 새정치연합에 빌붙지 않으면 국회의원 1석도 장담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몰려 있다.

14일 서울 동작구선관위에서 열린 정책선거 협약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는 야권 후보들. 맨 왼쪽부터 기동민(새정치연합), 유선희(통합진보), 노회찬(정의), 김종철(노동) 후보. /연합뉴스

정의당은 남은 당력을 총동원해 마지막 벼랑 끝 승부수라도 던진 분위기다. 노회찬은 2010년 지방선거 때처럼 다시 그 선봉이다. 아무리 선당후사, 사심보다 대의라지만 이쯤 되면 그를 가혹한 운명 속으로 끊임없이 내몰고 있는 사람들과 정치 지형이 원망스러워진다. 이토록 오랫동안 대중적 신뢰와 사랑을 받아온, 그것도 진보정치라는 고난과 시련의 역사에서 만들어낸 자산이기에 더욱더 값진, 정치인도 드물건만 왜 그는 '계륵'과 '배신' 사이 어디쯤에서 어정쩡한 방황을 계속해야 하는 것일까.

내 편 아니면 적. 정치라는 냉혹한 세계에서 어떤 예의나 존중을 기대하는 건 무망한 일이다. 노회찬 자신 또한 그간 모든 선택이 옳았다고 볼 수도 없다. 어쨌든 피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섰다. 돌아가는 형세는 그에게 좌절을 안길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노회찬'이라는 이름 석 자 안에 담긴 소중한 가치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 지금 이 땅에 진보정치가 필요하고 부활해야 하는지 그 '절박한' 문제의식 말이다. 지난해 7월 삼성 비자금 사건 관련 폭로로 의원직을 상실했을 때 노회찬이 전한 고별사 한 대목을 옮긴다. 누구의 이름으로든 쟁취해야 할 '이름없는 자들'의 정치. 정치의 존재 이유요, 소명이다.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92만 원 받는 이분들은 투명인간입니다. 지금 현대자동차 고압선 철탑 위에 올라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분들이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 있었습니까? 정치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지만 이분들이 필요로 할 때 이분들이 손에 닿는 거리에 아직 우리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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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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